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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 차경의 지혜를 담다
아름다운 집 - 차경의 지혜를 담다
  • 최윤상 기자
  • 승인 2021.12.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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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디자이너 아내와 목수 남편이 지은 3세대 판교주택
판교 3세대 주택. 2020년 이탈리아 ‘A Design awards’ 브론즈상 수상. 사진 박영채.
판교 3세대 주택. 2020년 이탈리아 ‘A Design awards’ 브론즈상 수상. Architects601. 사진 박영채.

 

‘내 부모. 내 아이들과 자연을 누리며 산다.’ 누구나 염원하는 꿈의 주거 환경이 아닐까. 그 꿈을 실천한 사람들이 있다. 건축 디자이너인 아내와 목수 남편은 꿈을 위해 뜻을 합치고 마침내 소원을 이루었다. 그리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판교의 그 집은 2020년 이탈리아의 ‘A Design awards’에서 브론즈 상을 수상했다.

어디서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즐거움은 무엇인가? 이 집 주인이 늘 가슴속에 품고 있던 세 가지 질문이었다. 누군가의 집을 설계하고 지어주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이 사는 집은 이상향을 담지 못했다.

집주인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세 가족이 살았던 ‘집’에서는 거주공간으로서 편리한 물리적 기능 외에 심미적인 여유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사치 같은 바람이었다. 이를테면 정서적 안락함이나 자연과의 교감, 향유 같은 것 말이다. 그저 먹고 자는 ‘집’에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목수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남편은 성급한(?) 추진력을 발휘했고 덕분에 오래지 않아 이 가족과 잘 맞는 땅을 만나게 되었다. 절기가 바뀌는 시간의 변화 속에 이 가족의 ‘집’도 그렇게 자라났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향유하며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꿈, 또 혼자 살고 계시던 어머님과 아이들까지 3대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이상적인 삶, 두 가지가 ‘내 집 짓기’를 통해 이 가족에게 실현된 것이다.

 

사진 박영채
Architects601. 사진 박영채

 

대지를 읽다

건축은 대지를 닮는다. 그것은 곧 대지와 조화를 이루고 환경에 순응하는 건축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이 집의 설계는 삼각형을 닮은 모난 대지에 최선의 용적률과 건축면적을 고려해 완성했다. 그러자 땅을 닮은 모습으로 장방형 파사드의 자유로운 건축 외관이 태어났다. 외피의 모습은 마치 음악의 변주곡과 같이 자유로운 변형 아래 리듬과 운율이 느껴지게 한다. 고벽돌이 가진 묵직하고 차분한 인상과 어우러져 단단한 인상을 풍기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3대 주택 : 정적 공간과 동적 공간

건축이 대지를 닮듯이 주택은 사람을 닮아 있다. 쓰는 이, 사는 이가 가진 삶의 큰 단편이 주거공간인 것처럼 3대가 모여 사는 판교 단독주택(다가구)은 세대 간 공간의 차별성과 다양성이 공존하여 거주하는 사람을 온전히 닮아 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 전체 3개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1층은 맞벌이 부부인 건축주 내외와 아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마당을 향유하는 차경 연출이 돋보이는 시퀀스의 흐름으로 고유의 정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또한, 독립된 단독

현관을 지나 천창의 빛이 쏟아지는 계단실을 통해 연결된 2층은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옥상 계단을 오르는 계단 부를 포함, 높은 층고의 거실 공간과 고측창의 남향 빛을 통해 공간의 볼륨감이 극대화되어 단조롭지 않은 실내를 연출한다.
 

차경과 시퀀스(Sequence)

 

Architects601. 사진 박영채

 

우리 선조들은 한옥에서 자연의 풍경을 살아있는 풍경 작품으로 여겼다. 그래서 창을 창으로 보지 않고 액자처럼 곁에 두었다. 창과 문을 여닫으며 사계의 변화를 즐겼던 공간 속 차경은 말 그대로 경치를 빌린다는 뜻이다. 건축가는 이 집에 ‘한국성’이라는 어렵고도 친근한 미학을 차경 기법을 통해 소담한 장면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풍경을 통한 창들의 시퀀스는 다양한 빛의 농담과 음영을 지닌 채 공간과 호흡하며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 정서적 감응과 설렘이 공존하는 ‘집’의 풍요로움은 공간을 살아가는 시간과 추억들의 중첩 속에 매일을 다른 ‘삶’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Architects601. 사진 박영채

 

한국성- 짜임과 결구 방식의 수작업 목가구

햇볕과 바람이 들지 않는 움 속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진을 삭이며 서서히 말린 좋은 나무는 건축에 있어 좋은 구조재가 된다. 목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런 건축을 닮아 있다. 짜임과 이음의 결구 방식을 통해 비틀어짐이나 휨 없이 내구성이 우수한 목가구는 드러나는 선과 결이 간결하고 단아하여 한국성과 전통성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준다. 이런 방식으로 건축 속의 건축인 가구 디자인의 간결하고 소박한 자연미는 마치 나무가 그대로 서 있는 것과 같이 장식과 억지스러운 외형을 배제한다. 가장 편안하고 간소한 모습으로 공간의 흐름을 정직하게 이끌어 주는 것이다.

오랜 시간 곁에 두며 쓰고 또 함께 하는 동안 그 빛깔이 고와질 나무와 우리 한국성에 대한 미학, 이 소박한 신념이 담긴 목가구들은 견고하고 단단한 깊이로 공간의 소중한 한 켜를 이룰 것이다. 그리고 세월의 깊이만큼 값진 생활품들이 되어 줄 것이다.

 

Architects601. 사진 박영채

 

●빛의 변주

1층과 2층 공간의 경계와 위계는 좁고 긴 통로의 독립된 계단실을 따라 나누어진다. 7M의 높은 층고에서 쏟아지는 좁고 긴 천창의 드라마틱한 빛은 차분한 조도의 계단 공간에서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정서를 환기시킨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공간 속 여러 가지 변주를 보이는 빛과 자연의 관입을 통해 내·외부의 경계를 다소나마 무너뜨리고 감응이 살아있는 차별화된 주거공간이 되었다.

 

Architects601. 사진 박영채

 

●회유식 공간

2층 공간은 건축이 지닌 본래적인 형태미에 근거하여 장방향의 흐름과 공간의 호흡이 강한 특성을 지니도록 했다. 목적하는 공간에 다다르기 위한 산책길과 같은 통로 혹은 복도 등의 공간을 계획하였으며, 사방이 드러나 있는 구조가 아닌 회유식 공간의 연결로 호기심과 정서적 환기가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로써 전체적인 공간 가운데 프라이빗한 성격의 공간과 공용 성격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 연결되어 기능성과 심미성이 공존하는 실내계획이 이루어졌다.
 

[개요]
 

Architects601

 

2020 이탈리아 ‘A Design awards’ 수상

 


●위치 : 경기도 분당구 판교동 ●대지면적 : 282.70 m²

●건축면적 : 141.14 m² ●연면적 : 327.55 m²

●건폐율 : 49.93% ●용적률 : 93.78%

●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외부마감 : 백고벽돌, 징크, 적삼목, 파석

●내부마감 : 원목마루, 원목, 석고보드 위 친환경도장(벤자민무어), 수입타일

●건축설계·인테리어설계 및 시공: Architects601(아키텍츠601) 심근영 소장

●사진 : 박영채
 

 

 

[Queen 최윤상 기자] 자료제공 Architects601 | 사진 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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