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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전 국회의원, SH공사 사장 자진사퇴한 뒤 두문불출···궁금한 인터뷰
김현아 전 국회의원, SH공사 사장 자진사퇴한 뒤 두문불출···궁금한 인터뷰
  • 류정현 기자
  • 승인 2021.12.24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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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가드닝으로 속상한 마음 많이 달랬죠”
김현아 전 국회의원 인터뷰, SH공사 사장 자진사퇴한 뒤 두문불출 사연

 

도시계획 전문가로 유명한 김현아(53) 전 의원에게 올 한 해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한꺼번에 경험한 쉽지않은 시간이었다. 비 정상적인 집값 폭등은 똑부러진 부동산 저격수인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에 지명되는 행운까지 안겨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부동산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4개월여, 문득 두문불출(?)하는 그의 소식이 궁금해 직접 만났다.

‘다시작도시연구소’. 경기도 일산 주엽동, 조금은 허름한 상가건물 2층 한 문앞에 걸린 조그만 명판에 눈길이 갔다. 정치인 사무실 답지않은 문패에 잠시 헤매다 설마하며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사무실 안은 더 상상 밖이었다. 벽에 각종 정치구호가 붙어있는 삭막한 공간을 생각했는데, 사뭇 달랐다. 정신 바짝 들게하는 구호는 찾을 수 없었고 이 방의 주인이 누구라는 신호등도 없다. 더구나 사무실 한쪽은 요즘 카페를 연상시키는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김현아 전 의원이 테이블 너머에서 바리스타처럼 서서 주문(?)을 받았다.

“다들 ‘다시작도시연구소’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하세요. 다시 시작한다는 제 마음이 담겨있고, 전공을 살려서 제가 사는 일산과 같은 구 도시를 어떻게 하면 스마트한 도시로 탈바꿈시킬까 연구를 하죠. 이름도 제가 지었고 연구소장을 맡고 있어요. 하하”

생각했던 것보다 쾌활한 웃음으로 불청객을 반겨주는 김현아 전 의원이다. ‘그 사건’ 이후 어떻게 지내는가부터 궁금했다.

“SH공사 사장을 자진사퇴한 이후 한동안 정신이 멍했던 것도 사실이죠. 솔직히 제 의도와 다르게 돌아가는 상황이 속상했고요.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맘이 편해지고 할 일이 보이더라구요. 그동안 못했던 여러 가지 취미도 생겼어요.”

어지럽고 무거웠던 마음을 달래준 고마운 친구가 있다.‘걷기’와 ‘가드닝’이다. 그는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빠지지 않고 집 앞 호수공원을 한바퀴씩 걷는다. SNS로 사퇴의사를 전한 그 날도 핸드
폰을 꺼놓고 하염없이 호수공원을 걸었다. 10km가 넘는 거리를 걷다보면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억울했던 마음도 좀 누그러졌다. 걷는 것에 재미가 붙어 걷기지도자 1급 자격증까지 땄을 정도다. 요즘엔 지역 주민들과 함께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행사를 월 1회씩 하고 있다.

‘가드닝’은 지인들에게 선물받은 화분들을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일이다. 집과 사무실에 쌓아만 놓고 관리 못해 누렇게 죽어가는 화초를 보면서 마음이 짠해져 직접 분갈이에 나섰다가 가드닝의 매력에 빠졌다. 화초와 나무 등을 활용해 사무실과 집 발코니에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그렇게 땀을 흘리다보니 무심했던 화초와 나무는 어느새 반려식물이 되어 위로와 위안이 됐다.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 기다림과 의존, 순환 등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김현아 전 의원은 취미로 시작한 가드닝을 통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속을 비우는 나무처럼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인생철학 을 배웠다.
김현아 전 의원은 취미로 시작한 가드닝을 통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속을 비우는 나무처럼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인생철학 을 배웠다.

 



“예전에는 뭐든 만지면 망가지면 똥손이었는데, 제 손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해지는거 있죠.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쟤들과 인사해요. 함께 있어줘서 고
맙다고…”


전국적 스타 정치인으로 떴다가 일순간 추락하기까지…

도시계획학을 전공한 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21년을 근무했던 김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엽입돼 정치에 입문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하며 정부의 3기신도시 건설을 반대했던 것이 일산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게되면서 자연스럽게 청담동을 떠나 일산 호수공원 옆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고양시 정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근소한 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비록 낙선했지만 이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맡아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질책하면서 전국적인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그런 인기와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 7월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SH공사 사장에 내정된다. 모든게 일사천리로 술술 풀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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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빠르게 비상했던만큼 추락도 한순간이었다.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4채의 다주택자라는 비판을 받은데 이어 ‘시대적 특혜’라는 말실수가 논란을 불러일으켜 거센 저항에 부딪혔던 것. 결국 신임 오세훈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 사퇴의 수순을 밟아 무대에서 내려왔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아직까지 답답함이 조금 남아 있다. 아무런 변명 없이 사퇴했지만, 조심스러워도 자신의 뜻과 다르게 돌아갔던 상황에 대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소명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다음은 그때의 상황에 대한 김 전 의원과의 가감없는 일문일답이다.


Q ‘다주택’ 문제로 SH공사 사장으로 지명되었다가 자진사퇴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다주택자’였는데, SH공사 사장 청문회에서 ‘다주택’이 논란이 되었다. 이유가 무엇인지요?

"이미 지난 일이지만 사실관계를 다시 한번 정확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몇몇 청문위원들이 다주택을 거론했지만 부동산 투기나 자산 증식을 위한 다주택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잘 설명해 드리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유력 정치인들이 주택 4채라고 공격하면서 공직자 자격 논란이 생겼습니다. 저는 서울 아파트와 부산에서 남편이 실거주하는 9평 원룸 아파트, 친정어머니가 직접 생계를 꾸려가는 3평 상가, 남편 사무실용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아파트는 16년 전 어린 아들 2명의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이었기에 직장과 가까운 강남에 집을 장만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전세를 살았지만, 전세보증금이 터무니없이 상승해서 차라리 조금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지금은 처분했지만 부산의 9평 원룸 아파트는 그쪽 대학교수로 있는 남편이 전세로 살았던 집입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팔겠다고 내놓아서 이사를 고민하다 전세보증금과 집값 차이가 크지 않아서 매매로 전환해 16년간 남편이 실제 거주했던 원룸입니다. 잘 설명하면 이해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안의했던 저의 대처가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Q 왜 대처가 안이했다고 생각하나요?

"내집마련 자체가 불가능해진 무주택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저의 소명이나 사연은 너무나 배부른 소리였던거죠. 다른 것도 아니고 무주택자들을 위한 서민주거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자리의 사람을 결정하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절박하다 못해 분노하고 있는 무주택자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국민 여러분께, 또 저를 지지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죄송합니다."

Q 당시 답변중에 ‘시대의 특혜’라는 발언이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후보자가 서민입니까?'라는 청문위원의 질문의 답변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저는 16년 전 직장과 가까운 곳에 장만한 아파트가 가격이 급등해서 자산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에 무주택 시민보다 상대적으로 운이 좋았다라고 설명하면서 ‘시대의 특혜’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부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저는 맞벌이를 하고 있었고, 은행대출이라는 제도를 잘 활용하여 내집을 마련하였지만, 저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여건에서 집을 사지 못한 분들께는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이었습니다. 그 당시도 바로 사과했지만, 다시 한번 국민께 송구한 마음입니다."

Q 그러면 왜 적극적 소명이나 해명하지 않고 자진사퇴를 결심했나요?

"청문회에서 청문위원과 논쟁하게 되면 임명권자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 판단했고, 제가 어떻게 소명해도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청문회 이후에도 민주당 지도부와 몇몇 대선 경선 후보들이 저를 비난하고 여론도 저에게 냉담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대통령 선거라는 큰 일을 앞둔 시점에서 당에 부담이 되지 않게 시간 끌지 않고 빨리 결정하는 것이 저와 우리 당을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 자진사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 개인적으로 정말 큰 아픔이었고 상처가 되었지만, 저보다 능력있는 분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빨리 물러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천하제일 일산’의 옛 명성 되찾는데 일조하겠다”

매를 많이 맞는다는 것은 아픈 상처이기도 하지만 운이 좋으면 때로 맷집을 키워 다시 설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김 전 의원의 요즘 하루는 분주하다. ‘다시작도시연구소’를 통해 정리수납
교육 프로그램 운영하며 집을 정리한 후 나누고 싶은 물건들을 공유하는 플리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또 여기저기 김장봉사를 다닌다.

“이번 주에만 김장봉사가 3번이나 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젠 요령이 생겨 척척 해내고 있죠. 평생 안하던 김장을 자주 하니 남편하고 아이들이 놀리기도 해요. 정말 인생 총량의 법칙이 있나 봅니다. 지역주민들과 어울려 보내는 시간이 정말 보람돼요.”

 

요즘 김장봉사를 많이 다닌다. 지난해는 코로19로 하지 못했던 소중한 일상 중 하나다.
요즘 김장봉사를 많이 다닌다. 지난해는 코로19로 하지 못했던 소중한 일상 중 하나다.

 

정치적 맷집이 좋아진걸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22대 국회의원 출마 의지를 확실히 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일상이 무너진 지금 지역주민들이 다시금 풍요로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정치인만한 위치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다시 국회의원이 되면 도시계획 전문성을 살려 일산과 같은 1기 신도시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

“서울 살 때는 잘 몰랐는데 이곳에서는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자주 봐요. 그만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죠. 자연을 벗할 수 있는 산책길이 주변 곳곳에 있어요.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이 아주 많아요. 서울 나가는 불편함 하나만 빼면 다 좋아요(웃음) 하지만 오래된 1기 신도시이다보니 숙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일산만의 장점을 살리면서 지금보다 더 쾌적한 스마트 도시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고민이 점점 깊어지게 됐지요.”

한때 ‘천당아래 분당’과 견줘 ‘천하제일 일산’이란 듣기 좋은 말도 있었다. 1990년대 명품신도시로 함께 출발했지만, 분당과 달리 언제인가부터 ‘천하제일 일산’이란 말은 쏙 들어갔다. 두 도시가 격차가 벌어진 것은 잘못된 정책에 기인했다는 것이 김 전 의원의 생각이다.

“일산이 예전의 명성을 꼭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요. 제2의 고향이 된 일산을, 제가 사는 이 곳을 누구나가 살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글 류정현 기자 | 사진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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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석 2022-02-13 23:40:49
의원님, 일산을 버리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