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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말하다-김세경 셰프의 캐주얼 다이닝
음식을 말하다-김세경 셰프의 캐주얼 다이닝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2.02.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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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말하다-김세경 셰프의 캐주얼 다이닝
음식을 말하다-김세경 셰프의 캐주얼 다이닝

 

김세경 셰프가 지난 해 문을 연 세스타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셀럽들의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창의적인 메뉴와 300종이 넘는 와인 리스트,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셀럽들의 핫플레이스
 

세스타는 라틴어로 바구니를 뜻한다. 신선한 제철 재료와 숯을 이용해 본연의 맛을 이끌어내는 테크니컬한 요리들, 그리고 요리를 빛내줄 다양한 와인들이 조화로운 공간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식문화를 위한 김세경 셰프의 고집이 돋보인다. 세스타는 한남동에서도 정재계 거물, 연예인 등 유력인사들이 살고 있다는 한남 더힐 앞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고가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아닐까 싶지만 의외로 접근이 쉬운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세스타는 드라이에이징한 고기를 제공하고 있는데 손님들에게 굳이 한우 최상급 고기를 권하지도 않고 미국산 프라임 혹은 호주산 와규를 권하기도 한다. 또한 코스 요리가 아닌 단품이기에 손님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만을 선택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해외에 오래 있다 보니 결국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요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파인 다이닝의 코스 요리는 시간도 길고 일 년에 특별한 날 한두 번 먹는 요리잖아요. 저는 언제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소스

나 양념을 진하게 해서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테크닉적으로 음식 본연의 맛을 많이 느낄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심플하면서도 훌륭한 맛을 낸다는 게 더 어려운 법이거든요. 소스의 맛으로 재료의 맛을 덮는 것이 아니라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정직한 음식이 제가 추구하는 요리입니다.”

접근은 쉽지만 품격은 하이엔드 급이다. 세스타의 음식은 뉴욕 CIA조리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의 명문 레스토랑인 찰리 파머에서 실력을 쌓은 김세경 셰프의 내공이 담긴 창의적이고 품격있는 메뉴들이다.
 

찰리 파머 동양 최초 이규제큐티브 셰프 출신
 

김세경 셰프는 미국의 유명 호텔&레스토랑 그룹인 찰리파머에서 셰프로서는 최고 자리인 이그제큐티브 셰프를 역임했다. 찰리파머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이자 한국인 이그제큐티브 셰프였기 때문에 회사 내·외부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 35세. 미국으로 건너간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이룬 놀라운 성과였다. 지금도 김 셰프 이후로는 동양인이 그 자리에 오른 적이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찰리 파머엔 정치인,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거물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그들에게 인사도 하고 응대하려면 영어가 완벽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회사에선 동양인인 제가 영어 구사도 완벽하지 않은데 할 수 있을까 우려를 했죠. 하지만 기왕 이 길로 들어선 것 끝장을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더니 그런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찰리 파머에서 이그제큐티브 셰프에 올랐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위상일까?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으려면 EB1에서 3까지 레벨이 있는데 제일 높은 단계인 EB1은 재능으로 영주권을 주는 제도입니다. EB1의 심사 기준은 열 가지인데 그 기준 중 3가지를 통과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죠. 첫째가 노벨상을 받았는지, 두번째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는지, 세번째가 그 분야에서 상위 2%안에 드는지인데요. 그 정도의 퀄리티가 돼야 받을 수 있는 영주권을 저는 찰리파머에서 이그제큐티브 셰프가 된 프로필을 인정받아 받을 수 있었죠.”

이렇듯 미국에서 약 20년간 요리 실력을 쌓은 그가 2015년 찰리파머를 그만두고 자신의 레스토랑을 시작하려 하자 한국의 유수 식음 회사들에서 외식 컨설팅 요청이 들어 왔다. 이때 한국의 시장을 분석하면서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차려도 좋겠다 싶어 그는 2018년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퀴진 ‘휴 135’를 열었다. 세스타는 그가 2021년 문을 연 두 번째 레스토랑이다.
 

드라이에이징의 진수를 보이다
 

김세경 셰프는 휴135에 이어 세스타에서도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드라이에이징이란 일정한 온도와 습도, 통풍이 유지되는 곳에 고기를 장기간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고기 숙성 방식을 말한다. 고기 안에 있는 자기소화분해효소가 결합조직을 분해하면서 부드러움과 풍부한 향을 갖게 된다. 사실 쉽게 가려면 촉촉한 한우를 그대로 쓰는 것이 나을 법 한데 그가 드라이에이징을 고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촉촉한 최상급의 한우는 누구나 비싸고 좋은 부위만 사면 쉽게 맛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손님들에게 쉽게 접할 수 없는 테크닉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누구나 돈만 내면 맛볼 수 있는 스테이크가 아니라 다른 느낌의 차별화된 요리를 보여드리고 싶어 드라이에이징을 고집하고 있죠.”

드라이에이징을 거친 고기는 부드러움과 감칠맛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등급이 높지 않은 고기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셰프의 설명이다. 한때 국내에도 드라이에이징 기법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돌아와 한국의 드라이에이징을 맛본 김셰프는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한국에서 먹어 보니 해외에서 먹어 본 그 맛이 아닌 거예요. 드라이에이징을 제대로 하려면 온도와 습도, 풍향 이 세 가지를 조절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한데 그런 장비 자체가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장비 도면을 그려 직접 장비를 만들었어요. 드라이에이징은 천천히 발효 느낌으로 가야 해요. 김치도 천천히 오래 숙성한 것이 맛있듯 드라이에이징도 천천히 오래 해서 맛의 깊이가 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 안에까지 쭉 배어들 수 있게 포커싱 하는 것이 저의 드라이에이징 기법입니다.”
 

맛의 기준이 된 고향 여수의 풍부한 식재료
 

음식도 먹어 본 사람이 잘한다고 어릴 적부터 풍부하고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본 사람은 음식도 잘 만든다. 그런 면에서 고향이 여수인 김 셰프야말로 어릴 적부터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과 풍부한 식재료를 맛보며 자랐기에 맛의 기준이 높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해 사촌동생들에게 만들어 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식도락가였다. 초등학교 때 학교 갔다 와서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면 본인 빼고 식구들끼리 맛있는 것을 먹었나 싶어 쓰레기통부터 뒤졌을 정도라고.

그렇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지만 교육자 집안이라 요리를 업으로 하는 것은 반대했다고 한다. 그가 요리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은 군대를 제대하고 뉴욕에 계신 이모님을 뵈러 가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모님과 외할머님이 뉴욕에 사셨는데 젊을 때 큰물에서 한번 세상을 보라고 하셔 뉴욕에 가게 됐어요. 그런데 뉴욕에서 우연히 CIA조리학교를 알게 됐는데 그곳을 보고 나니 정말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고 싶더군요. 그래서 CIA에 들어가고 2005년 CIA 졸업 후 찰리파머에서 인턴십을 시작했어요.”

미국에서 본격 요리의 길을 걷게 되면서도 늘 고향 여수의 풍부한 해산물과 먹거리들이 그리웠다.

“여수 선어시장 같은 곳에 가면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 생선과 해산물들이 많아요.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서 항상 생선, 해산물류가 매 끼 2,3종 올라왔지요. 미국에서 돌아온 몇 년 전에는 설날에 고향집 상차림을 봤는데 생선과 해산물 종류가 하도 많아 세어 보니 열한 가지가 놓여 있었어요. 새삼 내가 어릴 때부터 이런 퀄리티의 음식들을 먹고 자랐구나 싶더군요. 그런 풍부한 식재료들의 맛을 알기에 제 맛의 스탠더드가 항상 높았던 것 같아요.”

 

 

 

와인을 부르는 창의적인 메뉴들
 

세스타의 메뉴 컨셉은 주로 와인을 부르는 음식들이다. 차콜을 사용해서 테크닉적으로 뛰어난 음식이며 스몰 앤 라지 플레이트의 모든 음식들을 가운데 놓고 셰어 하는 방식이다. 이날 퀸에 소개된 세 가지 메뉴들을 맛보았는데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세스타만의 독창적인 맛이 인상 깊었다.

단새우 타르타르는 단새우를 잘게 다진 타르타르를 위아래에 버터를 바른 미니 브리오시 빵으 로 샌드위치처럼 만들었는데 크리스피한 느낌과 사르르 녹는 단새우의 맛이 조화롭다. 그 위에 녹색의 감태파우더와 XO아이올리오, 노란 귤로 만든 겔과 보리새우 파우더가 맛의 스펙트럼을 넓혀 준다.

한우 본매로는 플레이팅부터 독특한데 한우 골수라는 식재료도 특이하다. 여기에 흑마늘 페스토와 엔초비를 곁들여 바삭한 브레드에 올려 먹는 요리로 색다른 미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크리스피 오리콩피는 껍질부분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한 한마디로 겉바속촉의 식감인데 여기에 땅콩호박퓨레를 살짝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난다. 퀴노아, 크렌베리, 아몬드가 결들임으로 함께 나오고 고소한 호박씨 오일도 맛 볼 수 있다.

김 셰프의 설명처럼 음식을 맛보다 보니 와인 한잔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세스타에 가면 김세경 셰프만의 테크닉이 돋보이는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도 경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휴 135와 세스타를 오가며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펼치고 있는 김세경 셰프. 2022년 새해에도 이루어 나갈 일들이 많다.

“새해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는데요. 휴135의 솥밥 전문의 지역색을 살린 브랜드와 세스타와 비슷한 느낌의 파인 버전도 구상중입니다. 기업, 호텔, 외식업체들의 컨설팅도 해야 하구요.”

셰프로 컨설턴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세경 셰프. 새해에 또 어떤 독창적인 그만의 맛의 세계를 펼쳐 보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취재 김은정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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