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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남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회장 “기부문화 확산 통해 사회 불평등 해결에 기여”
이순남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회장 “기부문화 확산 통해 사회 불평등 해결에 기여”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2.02.1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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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의사 최초 국제공인 모금전문가’
이순남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회장 “기부문화 확산 통해 사회 불평등 해결에 기여”
이순남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회장 “기부문화 확산 통해 사회 불평등 해결에 기여”

 

이화여대 의과대학 출신인 이순남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지내면서 이화여대 의과대학 학장, 의학전문대학원장,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을 역임하는가 하면 한국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회장, 대한종양내과학회 회장을 맡는 등 일평생을 의사와 교육자로 살았다. 국내 의료 발전에 기여한 공이 커 의료계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동안 이 교수가 주도한 수많은 모금 경력과 선한 본보기가 된 기부 이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막 대학병원 수련을 시작한 레지던트 때 의대 동창회에서 모교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는 학술연구기금 모금에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부를 시작한 이순남 교수.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한 뒤 여러 보직을 걸친 이 교수는 어느덧 이대목동병원 신축기금 모금, 의대 장학금 모금, 이대서울병원 신축기금 모금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 교수가 선뜻 이화여대에 기부한 금액만 3억 원에 달하고 이화의료원에도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스토리는 이미 널리 알려져 회자되고 있다. 입양아동은 물론 전 세계 아동복지와 교육에 관심이 많아 10곳이 넘게 후원해왔으며 그중 남다른 애정으로 20년 넘게 후원을 지속하고 있는 데도 있다.
 

필란트로피 실천 운동가
 

2019년 8월 정년퇴임을 하고선 전문의로서 명예를 누리며 편안한 생활을 하는 여느 의사들과 달리 이 교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을 돕고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에 더욱 열정을 쏟았다.

“사회봉사는 제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요.”

오래 전부터 은퇴하면 물리학 교수인 남편과 함께 아프리카로 떠나 학교와 병원을 짓는 게 꿈이었으나 여의치 않았고, 2015년 설립된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에서 후원하는 평양과기대의 의과대학에서 봉사하겠다는 계획도 와르르 무너졌다고. 대신 모금 전문가로서 평생 몸담았던 보건의료 분야에 더 많은 사람이 기꺼이 기부하도록 이끄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 이 교수는 2017년 창립된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2대 회장직을 받아 필란트로피 활동의 발전과 확산 기여에 다시 힘차게 뛰어들었다.

필란트로피(Philanthropy)는 박애주의, 인간애를 뜻한다. 사회봉사, 자선활동, 특히 국제개발 NGO 분야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다.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는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를 확산하고 실천하도록 도우면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설립된 단체예요. 비영리 기관의 모금 전문가부터 의료,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기부자와 모금 관계자들이 모였지요. 필란트로피 관련 학술연구, 실천방안 모색과 기부, 모금 관련 법이나 제도를 고치는 정책연구를 체계적으로 해 나가려고 합니다.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회장을 맡으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어요.”
 

윤리와 전문성을 갖추다
 

한국 사람은 기부에 다소 인색한 편이다. 자신이 기부한 돈이 정말 올바른 곳으로 가는지에 대한 신뢰 부재 때문이다. 모금을 하는 단체와 전문가의 윤리를 의심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국제공인 모금전문가위원회(Certified Fund Raising Executive)의 CFRE 인증제도가 생긴 이유도, 이 교수가 CFRE 취득에 도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모금 전문가 자격인 CFRE는 전 세계 25개국 7000여 명이 합격해 대학, 병원, 비영리단체에서 모금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CFRE를 획득하려면 상당히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5년 이상의 모금 경력이 있어야 하며 엄격한 서류 심사와 윤리규정 준수 서약,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므로 무엇보다 응시자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주효하다. 아시아권에서 여러 합격자를 배출했지만 국내에서는 2012년 이후 9명만이 CFRE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 의사로는 이 교수가 처음이다.

“이제는 윤리와 전문성을 갖춘 모금 전문가로서 기부자의 현명한 기부를 돕고 수혜자의 발전을 도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훌륭한 중개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모금 전문가로서의 자부심
 

모금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선 왜 기부가 필요한지 기부자의 공감을 이끌어 마음을 열고 필요한 금액을 담담하게 요청할 줄 아는 지혜가 요구된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과거 병원 신축 기금을 모을 때도 이 교수는 가끔 왜 자신이 영리 기관에 기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병원은 엄연히 비영리기관이에요. 기금을 통해 병원이 세워지거나 연구가 진행되면 바로 본인에게 혜택이 가지 않더라도 환자나 교육생을 통해 돌고 돌아 결국 자기한테까지 선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선입견을 없애는 게 참 어려워요.”

그럴 때마다 이 교수를 포함한 모금 전문가들은 늘 되뇌곤 한다. ‘기부는 수혜자한테만 유익한 게 아니라 기부자한테도 기쁨을 안겨 준다. 모금 전문가는 기부자에게 행복을 느낄 기회를 주는 사람이므로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자.’

 

이순남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한국인 의사 최초 국제공인 모금전문가’이다.
이순남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회장은 ‘한국인 의사 최초 국제공인 모금전문가’이다.

 

기념 기부는 어때요
 

기부는 일종의 습관이라는 이순남 교수. 소액이든 거액이든 금액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 적은 기부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래야 모금 관련 기관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꼭 돈이 많아야 기부를 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에요. 한 달에 커피 한두 잔 안 마셔도 만원으로 거뜬히 아프리카에 있는 아이 한 명을 후원할 수 있는걸요. 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지요.”

도저히 장기적으로 기부할 여력이 안 된다면 기념 기부를 활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이 교수는 조언했다. 대학교수들이 정년퇴임 때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가는 것처럼 일반 사람들도 결혼기념일, 환갑 등 기념일마다 사회봉사나 기부 등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조문객들에게 받는 부조금도 자식들끼리 나눠 쓰지 말고 부모님 존함으로 기부하는 것도 무척 의미 있지요. 우리나라는 유산 기부가 드물지만 미국에서 고액 기부는 거의 유산 기부예요. 세상이 많이 달라졌으니 우리나라도 죽을 때 자산을 자손에게 남기기보다 사회에 환원하고 떠나는 유산 기부문화가 발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를 키우는 기부 교육
 

사회 문화를 조성하는 데 교육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한국이 나날이 발전해 세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기부 문화도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 이에 이 교수는 기부 문화가 진흥하는 데도 교육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설파했다.

“일단 기부에 대해 생각하고 경험하고 나면 배우게 되고 자꾸 실천하다 보면 습관으로 변해요. 기부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 교수 역시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때쯤 용돈을 주며 자선단체에 후원하도록 독려한 바 있다. 지금은 그 밑에서 자란 7살 손녀딸이 벌써 용돈을 모아 한 달에 만원씩 북한 어린이 두유 지원 사업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자랑스러워했다.

“기부야말로 조기 교육이 필수이지요.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상 중에 탁월한 공감 능력이 있잖아요. 어린이 기부 교육은 일찍이 인성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미국에서도 청소년에게 대학입학 전 기부교육을 시킨다. 자신이 필요한 비용을 직접 모금한 뒤 직물을 구입해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주고 스스로 수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이 기부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도록 가르치는데, 그 결과를 본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했는지 깨우친 후 사회봉사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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