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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사랑으로 저항하라! 소설가 김별아가 들려주는 ‘내 안의 행복 찾기’
여성들이여, 사랑으로 저항하라! 소설가 김별아가 들려주는 ‘내 안의 행복 찾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2.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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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문학 토크


주말 오후. 김별아 작가를 경복궁의 고궁박물관에서 만났다.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시큰해지는 겨울이었지만 노란 코트를 입은 김별아 작가는 봄꽃처럼 화사한 모습이었다. 김 작가가 역사소설을 주로 써온 탓일까. 김 작가의 온화한 풍모는 고궁의 고적함을 닮아 있었다. 그리고 고궁의 고적함도 김 작가 앞에서는 오랜 사색의 역사를 숨길 수 없듯이 기자 역시 김 작가에게 부끄러운 삶을 털어놓아야 했다. 김 작가는 개인의 역사를 궁금해했고 그 역사를 자신의 삶에 비춰가며 관계의 고리를 이어갔다.
김 작가는 20년의 작가생활 중 10년이란 무명의 세월을 견디며 여성지에서 기자로 일을 했고 동화를 썼으며 최근에는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 유사한 삶의 연결고리가 기자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각기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역사를 이뤄내고 그 역사를 통해 위안을 얻는 것. 김 작가의 소설은 역사의 문헌이 아닌 삶의 방식을 닮아 있었다.

여심을 수채화처럼 그려내는 작가
김 작가의 삶의 방식은 시간을 거슬러 지워진 역사의 그늘에까지 닿았다. 그 그늘에는 이해받지 못한 여성들의 한탄과 푸념이 녹아 있었고 김 작가는 그 푸념을 마음으로 담아 <미실>, <열애>, <논개>
와 같은 역사소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역사와의 소통은 개인의 삶에까지 닿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와 같은 에세이집으로 얽어졌다.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와 감성을 짚어내는 김 작가는 장편소설 <채홍>으로 다시 한 번 숨겨진 역사의 한 자락을 펼쳐놓았다. 무지개를 뜻하는 채홍(彩虹)은 문종의 두 번째 아내이자 폐비 되어 죽은 순빈 봉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순빈 봉씨는 문종의 무관심과 제도의 굴레 안에서 동성애라는 위험한 사랑을 선택한다. 무지개가 태양의 반대편에 뜨듯이 왕이라는 빛나는 권력의 반대편에는 고독과 사랑으로 채색된 여인들의 삶이 아롱져 있다. 하지만 그 여인들의 사랑은 미쳐 다 기록되지 못하고 정오의 무지개처럼 사그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기록되지 못한 사랑의 기억에 김별아 작가가 손을 뻗었다.
“조선시대는 여성이 유교적인 이념으로 통제를 받으며 사랑마저도 죄가 되던 시대에요. 그리고 실록에는 한 줄로나마 그런 사랑으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여성들의 기록이 남아 있어요. 조선시대의 여성상을 현모양처라 칭하지만, 그 안에도 숨길 수 없는 욕망과 질투와 사연이 담겨 있지요. 그리고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랑을 잡으려 한 여성들이 있었어요. 사랑은 죄인 동시에 가장 큰 저항이었지요.”
숨길 수 없는 열병처럼 붉게 타오르던 사랑의 역사를 김 작가는      <채홍> 이후에도 더 그려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김 작가는 노비와 희대의 스캔들을 일으켰던 여성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김 작가에게 있어 사랑이란 왕비뿐만 아니라 노비에게도 위대한 삶의 역사다. 김 작가는 사랑에 경계를 긋지 않는다.
“사랑은 신분이나 나이 그리고 제도와는 무관한 거 같아요. 결혼이란 제도도 아이를 안정되게 키우기 위함이지 아내나 남편을 위한 제도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사랑에 있어 양심이나 가책이란 제도와 도덕이 만들어낸 그림자에요. 그리고 역사에는 그런 구속에 저항해온 인물들이 있었지요.”

내 안의 기준을 찾아라
김 작가는 여성을 억압해온 근원을 경제력에서 찾는다. 여성을 억압해온 역사의 이면에는 유교적인 이념과 함께 경제적인 수탈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성이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적인 자립이 중요하다.
“여성을 억압하던 역사를 보면 결국은 경제력의 싸움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그리고 조선 초기까지는 모권이 강한 사회였어요. 왜냐면 재산을 아들딸 구별 없이 똑같이 나눠줬거든요. 그래서 제사도 자녀가 돌아가면서 지냈지요. 그러던 것을 조선 중기 이후부터는 모든 재산을 장남에게 몰아주고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이유로 경제권에서 제외했어요. 그와 함께 여성에 대한 억압도 심해졌지요.”
그런 경제적인 불평등은 현대에 와서 많이 사라졌다.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지고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도 훨씬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의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자살률은 높기만 하다.
“사회는 풍요로워졌는데 그 안에서 사는 개인들의 고통은 더 커졌어요. 그건 자유로움 속에서도 뜻대로 살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뒤처질까 불안해하며 끊임없이 타인의 눈치를 보죠.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거예요. 자신의 욕망과 본능에 충실해 보이는 사람들도 결국은 주어진 기준을 따라가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아요. SNS와 수많은 매체의 홍수 속에서 개인의 판단이 모호해져 버리기도 하죠.”
말은 많아졌지만, 대화는 부족한 시대. 관계는 넓어졌지만 외로움은 커지고, 자유로움 속에서도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모순된 시대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자신만의 삶의 속도를 찾는 게 중요해요. 시대의 물살에 휩쓸려 가면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해요. 스스로에게 묻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죠. 아이들은 부모에게 종속되고,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을 투영시켜요. 그리고 젊은이들은 시대가 제시하는 가치만을 좇아가다 보니 인생이 재미가 없어요. 개인의 스펙은 화려해지는데 영혼은 왜소해지는 거죠. 이제는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면부터 돌아봐야 하는 시대가 된 거 같아요.”

인생은 가치의 문제다
김 작가는 교육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이 있다. 이는 김 작가가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을 둔 엄마인 까닭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아들을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에 보냈다. 사교육 포기 각서를 쓰고 들어간 대안학교의 생활은 모든 것이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간섭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제 불안에 아이를 망칠까봐 대안학교에 보냈어요. 대안학교는 모든 게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서 이뤄지다 보니 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아들이 잘살려면 저한테서 도망쳐야 해요.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예요. 자식들을 품 안에서 내보내줘야 해요.”
김 작가의 인생에는 소설과 아들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김 작가는 소설가와 엄마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왔다. 20년간의 작가생활 동안 한 번도 마감을 넘겨본 적이 없다는 김 작가는 아들이 집에 있을 때는 글을 쓰지 않는다. 아들이 있을 때는 온전한 주부로서 생활하고 아들이 학교에 가면 그제야 펜을 잡는다. 그토록 아들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김 작가가 서서히 아들을 놓아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실은 저도 무척 불안해요. 자녀를 가지고 실험을 할 수는 없잖아요. 주변에서도 ‘너는 명문대를 나와 놓고 왜 자식의 인생은 그렇게 망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우리 때와는 다르잖아요. 우리 아이들의 평균 수명은 90살이 넘어요. 그러니 20년을 배운 것만으로 남은 70년을 살아갈 수는 없어요. 직업도 두세 개는 가질 거예요. 이제는 직업을 얻기 위한 교육이 아닌 가치를 알려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우리의 아이들은 꿈을 물어보면 직업을 말한다. 그리고 부모도 그것이 자녀가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꿈이라고 믿고 있다. 그 꿈은 의사, 변호사, 연예인, 공무원 등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악을 옹호해가며 돈을 버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사회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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