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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백범교육상 수상한 장상 이화여대 전 총장 인터뷰
제4회 백범교육상 수상한 장상 이화여대 전 총장 인터뷰
  • 김종면 주필
  • 승인 2022.03.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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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통일 미래를 위해 남은 인생 전념할 것입니다”
제4회 백범교육상 수상한 장상 이화여대 전 총장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지난해 12월 21일 ‘제4회 백범교육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백범상’은 백범 김구 선생의 애국애족의 마음과 존중과 섬김의 통합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해 2004년 제정되었다. 백범통일상, 백범평화상, 백범봉사상, 백범교육상, 백범문화상 등 총 9개 분야 시상에서 백범교육상을 수상한 장 전 총장을 만났다.
 


장상 전 총장은 지난 2002년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지명받은 바 있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교육자로서, 사회운동가로서 자신의 역할에 주저하지 않으며 올곧은 행보를 걷고 있는 장 전 총장에게 백범 정신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제4회 백범교육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백범상은 사회 각 분야에서 백범 정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온 분들에게 수여되는 상입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A 백범교육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백범상은 국민 상호간의 존중과 섬김에서 시작되는 국민통합이 진정한 백범 정신이라는 취지로 백범 선생님의 정신을 계승하는 상이라 더욱 뜻깊어요. 이화에서 통일시대의 여성 교육을 위해 애써온 시간과 더불어, ‘통일 미래로’를 설립하고 통일 교육 및 연구, 통일 단체 간 교류 협력 증진, 통일 문화 확산 등을 위해 노력해온 점을 인정받아 이 상을 수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백범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A 제가 생각하는 백범 정신의 핵심은 국민 통합이구요, 백범 정신의 생명은 섬김이라고 생각합니다. 105인 사건으로 투옥 중 스스로 지은 호인 ‘백범’과 새로운 이름 ‘구(九)’가 이를 뒷받침하죠. 사회적 약자인 백정과 농부나 어부들을 통칭한 범부들을 섬김의 삶에 초점을 맞춰 두고 살아가신 분이에요. 백범선생님은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지도자이며 교육문화운동가였어요. 그 중 민족지도자로서 추구하신 핵심 가치가 민족 통합 문제였죠. 아직도 이념적으로, 경제적으로, 젠더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신다면 무척 안타까워하실 것 같습니다.
 

Q 민족지도자이자 독립운동가로서의 백범 선생님은 잘 알지만 교육자로서의 백범은 생소하네요. 백범 선생님이 교육문화운동가로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A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백범 선생님이 귀국한 뒤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학교를 세우신 거예요. 완전 독립과 평화 통일을 추진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1947년 건국실천원양성소를 만드셨죠. 일제가 세웠던 옛 서본원사 건물에 강의실을 두고 각계 유력 인사를 초청해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다고 해요. 그 곳의 교육이념을 보면 도덕교육, 지성교육, 철학교육 등이 다 통합되어 있더라구요. 백범 선생님의 교육 문화 운동가로서의 철학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9기까지 9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나 백범이 암살된 후 1949년 말 해체되고 말아 아쉽습니다.


‘백범스러운 지도자’ 혹은 ‘백범의 리더십’이 다시 각광받는 요즘, 장 전 총장은 백범 선생의 교육문화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국민통합의 생명력은 말이나 구호에 있지 않고 실천적 삶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장 전 총장은 통일 교육가이자 신학자로도 오랜 세월 살아오셨다. 그의 학자로서의 삶을 돌아본다.
 

Q 이화여대 총장 재임 시절부터 통일시대의 여성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셨습니다. 이번에 백범교육상을 수상하신 것도 통일 교육과 연구, 통일문화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A 제가 이화여대 총장으로 재임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이제 곧 통일 시대가 열린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에 통일기금도 만들고 통일 교육과 연구에 특히 힘썼죠. 물론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통일과 화합으로 더 가까워졌는지는 의문이 들어요. 하지만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에게 좋든 싫든 통일은 필연적인 과제예요. 반쪽만 가지고 평생 살 수는 없지요. 통일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며 먼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통일이라는 방향이 정해져 있기에 속도를 내지 못 해도 천천히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정치인들이 체제 통일에 관심이 있다면 남과 북의 국민들은 사람이 만나 어우러지는 통일을 꿈꿔야 해요.
 

Q 그렇다면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총장님의 역할과 사명은 무엇인지요?

A 제 역할은 시민들의 통일 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을 멈추지 않고 지속하는 것입니다. 남과 북은 서로가 서로를 몰라요. 통일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북을 알기 위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한 염원을 모아 통일 교육을 하는 ‘통일 미래로’를 2017년 창립해 활동하고 있어요. 통일미래로는 학계와 종교,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120여 명이 참여하는 포럼이에요. 통일의 여정을 앞당기기 위한 시민사회의 여망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이화여대 총장 재임 당시 학부제 강화를 통한 전공 선택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하지만 서울 주요 대학들은 10여년 간 운영해 온 학부제를 버리고 학과제로 복귀했습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학부제가 제 구실을 다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A 저는 여전히 학부제를 선호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전공을 정하고 방향을 찾아가는데 학부제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대학들이 학과제로 복귀한 것은 전공 영역에 강화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겠

죠. 학부제 도입 취지와 달리 인기 전공 쏠림 현상이나 소속감 결여 등의 부작용도 있었구요. 학과제든 학부제든 무엇이 진짜 학생들 교육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 정책을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 전공에 대한 이기주의를 버리고 타 학과간 연계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방법을 연구해야겠죠.
 

Q 코로나19 이후 대면수업이 어려워지면서 대학 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요?

A 위기를 곧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비대면 교육이 활성화되는 것은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필연적인 방향이었어요. 비대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대면 교육의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대학에서 준비해야 해요. 소통과 교감을 통한 인성교육에 힘쓰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르치는 선생과 배우는 제자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학자로서 연구하고 가르치고 그러다가 자기가 사랑하는 대학에서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저와 같은 가르침과 배움의 기쁨을 많은 이들이 느끼길 바라고 있어요.
 

장 전 총장은 2002년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지명받은 이후 현실 정치에도 참여한 적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며 대한민국 사회의 대표적인 원로 중 한 사람이다. 그만큼 흘러가는 역사를 보는 눈이 탁월해 시대가 변하는 것을 몸소 느끼며 원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 그에게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은 "솔로몬의 마음으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라고 전했다.

 

 

Q 여성 교육자로서 여성운동 지도자로서 오랜 세월을 지내오셨습니다. 최근 젠더 갈등이나 페미니즘 등의 이슈가 사회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지역 갈등이나 세대갈등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고질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A 젠더 갈등은 예전에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기혼 취업 여성들이 일과 가족을 양립하기 위해 시간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그로 인한 태생적 피해의식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 청년층의 젠더 갈등을 보면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띄는 것 같아요. 이렇게 갈등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것을 보면 사회의 원로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의식을 살피고 양성평등이 되도록 사회가 건설적으로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언론은 자극적인 방식으로 서로의 갈등을 조장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모두가 힘을 기울여야 할 때예요.

 

Q 우리 사회는 과연 공정하고 정의롭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일까 많은 청년들이 질문하고 고민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들려주실 말씀이 있다면요?

A 요즘 청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제가 청년이었을 때도 사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 당시는 모두가 가난했고, 청년은 취업이 어려웠고, 결혼 후 여성이 일을 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죠. 그래도 희망이 있었어요. 열심히 하면 더 잘 살게 될것이라는 희망이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여요. 저는 청년들에게 간디가 한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네가 스스로 기대하는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네가 그 변화된 세상이 되어라.’라는 말이죠. 70,80년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듯이 지금의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된다면 젊은이들이 이 사회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해요. 건설적인 투쟁이 필요합니다. 물론 정치인을 비롯해서 기성세대가 반성하고 청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Q 2022년 최대 화두는 단연 대통령 선거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현실 정치에 잠깐 참여하신 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역대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운 이번 대선 국면에서 많은 국민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원로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정치의 메커니즘은 상당히 복잡해요. 정치인이 단순히 선거에 이기기 위한 노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가 무엇을 원하느냐를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정치상황을 보면 백범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백범 선생님이 그토록 원하시던 것이 바로 민족 통합인데, 우리는 여전히 분열되어 있으니깐요. 저는 정치에 잠깐 몸담았지만 정치인은 아니에요. 정치인이 아니라 성서 학자로써 한 말씀 드리자면 우리 모두에게는 솔로몬의 ‘지혜-Wisdom’이 필요해요. 여기서 지혜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듣는 마음-e(Listening) Heart’입니다. 솔로몬은 성서에 나오는 대표적인 지혜로운 왕이잖아요. 솔로몬이 하나님께 기도하며 간구하는 것이 바로 듣는 마음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얘기만 하니 대화가 되지 않고 통합이 되지 않죠. 솔로몬의 마음으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Q 교육자로서 기독교 신학자로서 정치인으로서 바쁜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많이 기대됩니다. 신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A 저의 계획은 한결같습니다. 꺼질 듯 꺼지지 않는 불같이 나머지 인생을 사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저를 원로라고 칭해주시는데, 원로의 역할이라는 것이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젊은이들이 안 배웠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을 안 보여주는 게 진짜 원로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백범 선생님의 이야기로 귀결되네요. 앞으로도 국민의 판단력을 혼탁하게 하지 말라, 도덕적인 시민을 바탕으로 한 시민의 문화를 개발하라고 말씀하신 백범 선생의 가르침대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 김종면 주필 | 정리 김홍미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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