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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직접고백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직접고백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2.04.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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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호

구속된 노동자시인 박노해 어머니 김옥순

"꿈 속에서도 만나는 내아들 기평아, 좌절하지 말고 살아보자"

며느리에 이어 아들까지 구속당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박노해의 어머니 김옥순씨. 아들을 면회하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하는 이 노모의 뇌리에는 '효자'아들의 갖가지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가난 속에서 살아온 두 모자의 인생역경은 어떤 빛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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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호-직접고백

 

지난 3월18일 안기부 정문 앞 파출소 대기실. 국가보안법 위반 협의로 구속된 아들 박노해씨(33 · 본명 · 박기평)의 접견을 기다리는 어머니 김옥순씨(65)는 기자와의 인터뷰가 내키지 않은 듯 무척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틀 전에 법정에서 기평이를 만났는데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내가 우는 모습을 보면 그 애는 더욱 괴로워할 겁니다. 아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건강하게 지내는 것 뿐입니다"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의 약자인 박노해는 '얼굴 없는 시인'으로 떠돌다가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차츰 노동운동가로 변신해 가는 과정에서 어머니에 대한 진한 애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언젠가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파업은 해도 좋으니 제발 정치에는 관여하지 말아라" 얼마가 지난 후에는 "제발 사회주의사상은 갖지 말아라"

아들이 사노맹(남한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조직에 가담, 본격적인 정치 투쟁가로 나서자 "사상이야 가질 수도 있지만 조직만은 하지 말라"고.

그러나 김옥순씨가 아들에게 하는 지금 이야기는 "진정으로 효도하는 길은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갖는 것"이다.

그동안 경찰의 집요한 추적을 받을 때에도 그의 어머니는 "이제 너 하나만 잡히지 말라는 기도는 안할란다. 제발 죽지만 말고 살아다오"라는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김씨는 아들 외에도 먼저 구속된 며느리 김진주씨(36)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아들 내외랑 1년8개월 동안 같이 살았는데 며느리는 내가 환갑이 다되도록 파출부를 다닌다고 미안해 하더군요. 공장을 다니면서도 집안의 대소사를 잘 처리해 나갔죠"

김씨 집안은 독실한 가톨릭 가족으로 박노해의 형 박기호씨는 지난 2월7일 성직자의 길을 나선 지 8년만에 마흔을 넘긴 나이에 사제품을 받았고, 동생 박미숙씨는 수녀가 되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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