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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헌 문인사예(文人四藝) 차회③ 부귀와 장수와 만복을 기원하다
청명헌 문인사예(文人四藝) 차회③ 부귀와 장수와 만복을 기원하다
  • 김홍미 기자
  • 승인 2022.03.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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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헌 김영희 대표가 원행스님과 함께 마련한 문인사예 차회 세번째. 백수백복도 자수병풍은 부귀와 장수, 만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느새 봄은 4월을 향해 가고 있다. 차를 마시며 옛사람들 세상살이의 깊이를 배우고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시간, 청명헌(김영희 대표)에서 준비한 세 번째 문인사예 차회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국 송나라 때 문인들이 갖추어야 하는 네 가지 교양으로 차(점다, 點茶), 향(분향, 焚香), 그림(괘화, 掛畵), 꽃(삽화, 揷花)를 말하는 문인사예. 향을 피우고 꽃과 그림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는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고기물을 감상하며 미술에 대한 미감과 안목을 키우는 시간으로 벌써 세 번째를 맞이했다. 이번 모임은 부귀와 장수와 만복을 기원하는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를 감상하며 찻자리가 시작되었다.
 

‘오래 살고 복을 누리시라’,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조선시대에 안료로 종이에 직접 그림을 그린 병풍이다. 백의 의미는 매우 많다, ‘꽉 차다’라는 의미로 장수와 다복, 다산을 상징한다. 처음에 장효라는 사람이 그림 속에 목숨 수(壽) 자를 크게 한 자 쓰고, 그 안에 다시 목숨 수 자를 작게 100자 써서 길상의 뜻으로 삼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백수백복도에는 문자인 수(壽)와 복(福)자가 각기 다른 모양으로 반복해서 그려져 있다.

문자는 일정한 격식과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이미 이 문자 자체는 획에 힘이 들어간 글자가 아닌 그림처럼 표현되어 있다. 문자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형태로 그림인 듯 글자인 듯 흥미롭다. 문자는 사각 틀을 유지하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고 개성이 넘치게 표현되고 또한 어느 하나 똑같은 글자가 없다. 노인들의 생일잔치나 의례적인 공간에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민간에서 백수백복도 자수병풍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안료로 종이에 직접 그린 작품은 흔치 않다. 이 병풍은 조선시대 작품으로 매우 귀하고 흔치 않은 것으로 그림의 정교함으로 보아 궁에서 일하는 화원이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자에 담긴 뜻을 상징적으로 이용하여 그림을 나타내는 것은 동양에서 오랜 전통이다. 백수백복도는 글자를 이용해 뜻을 전달하는 것과 더불어 회화로서도 완성도가 높다.
 

봉황과 모란으로 부귀와 번영을 기원하다
 

백수백복도와 어울리는 삽화로 월주요 청자 모란문 봉수병(鳳首甁)에 모란꽃 지화(紙花)를 꽂아 감상한다. 예전에는 겨울에 꽃이 귀해서 지화(紙花)를 많이 만들었다. 궁에서는 비단으로 만들고 절에서는 종이로 만드는데 주로 모란, 국화, 연꽃 등을 만든다. 특히 모란은 부귀의 상징으로 신부의 예복인 원삼이나 활옷에도 수놓아졌고 선비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책거리 그림에도 그려졌다. 비록 향기는 없는 꽃이지만 만든 이의 정성이 가득하니 꽃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번에 삽화된 작품은 탐스럽게 활짝 핀 모란꽃 지화에 자스민 꽃에서 추출한 향료를 발라 향기를 더했다.

북송 초기에 만들어진 월주요 청자 모란문 봉수병(鳳首甁)은 봉황을 형상화한 주둥이에 모란 무늬가 새겨져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청자의 빛깔과 달라 보인다. 당나라부터 송나라 초기까지는 이런 빛깔로 청자를 빚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산화되어 좀 더 누런빛을 띤다. 상상 속 동물인 봉황은 장수와 자손번창을 의미하는데 이 작품은 궁이나 사찰, 도교 사원인 도관에서 의식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봉수 병의 밑에는 연판, 윗부분은 모란 무늬도 새겨져 있다. 모란이 부귀를 상징한다면 연꽃은 청정한 군자를 상징한다.

 

1 다양한 형태와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였음에도 일정하게 열을 맞추어 배열함으로써 단순함 속에 화려함을 보여 주어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2 지화는 비록 향기는 없는 꽃이지만만든 이의 정성이 가득하니 꽃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3 봉황의 머리를 형상화한 봉수병의 모습. 상상 속 동물인 봉황은 장수와 자손번창을 의미한다. 4 푸른빛을 띠는 녹유라는 유약을 바른 녹유향삽은 오랜 세월 땅 속에 묻혀 있으면서 원래의 빛깔이 사라지고 표면에 은색의 피막인 은화가 덮여 있다.
1 다양한 형태와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였음에도 일정하게 열을 맞추어 배열함으로써 단순함 속에 화려함을 보여 주어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2 지화는 비록 향기는 없는 꽃이지만만든 이의 정성이 가득하니 꽃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3 봉황의 머리를 형상화한 봉수병의 모습. 상상 속 동물인 봉황은 장수와 자손번창을 의미한다. 4 푸른빛을 띠는 녹유라는 유약을 바른 녹유향삽은 오랜 세월 땅 속에 묻혀 있으면서 원래의 빛깔이 사라지고 표면에 은색의 피막인 은화가 덮여 있다.

 

온전한 휴식을 전하는 선향
 

차 자리를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향내에 익숙하게 된다. 차와 향, 그림과 꽃은 하나의 세트처럼 짝을 이룬다. 오늘 찻자리에 피운 향은 향료를 가루 낸 후 반죽해서 길게 만든 선향이다. 흔히 선향은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생각하는데 일본에서는 선향을 만드는 기술을 조선에서 배운 것으로 인식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부용향이 왕실을 대표하는 향이며 다양한 의식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나와 있다. 조선의 옛 문인들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향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다양한 향 만드는 법이 정확히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일회용 종이컵에 마시면 운치가 떨어진다. 향도 마찬가지다. 좋은 향과 아름다운 향로가 만나 멋진 향연(香煙)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오늘 준비된 녹유향삽은 원나라 때 만들어진 선향을 꽂는 향꽂이이다. 푸른빛을 띠는 녹유라는 유약을 바른 것으로 오랜 세월 땅 속에 묻혀 있으면서 원래의 빛깔이 사라지고 표면에 은색의 피막인 은화가 덮여 있다.
 

계절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보이차
 

오늘 찻자리의 주인공은 보이차다. 중국의 후발효차의 일종으로 보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생산하여 집산되는 차가 바로 보이차인데, 오래된 차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가 진행돼 차맛이 순해지는 특성이 있다. 또한 보이차는 계절에 따라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차가 완성된 상태에서 오랫동안 발효된 차라 많이 마셔도 속이 부대끼거나 냉한 기질이 없어서 차를 즐겨 마시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보이차는 중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워낙 인기가 많고 제품의 질에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건강에 좋다며 아주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보이차도 있다. 물론 차를 꾸준히 마시면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차는 병을 고치는 약은 아니다. 마시는 방법에 따라 마시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건강에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다.

보이차는 최종 완성된 차의 모양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른다. 찻잎이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는 것을 산차(散茶)라 하고, 찻잎을 둥근 호떡 모양으로 압축한 것은 병차(餠茶), 직사각형 벽돌 모양으로 만든 것은 전차(塼茶), 버섯 모양으로 만든 것은 긴차(緊茶), 속이 빈 종지 모양은 타차(沱茶), 정사각형 모양은 방차(方茶)라고 한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품이 보이고 지성이 보인다. 좋은 찻자리를 위해 정성스럽게 다구를 준비한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품이 보이고 지성이 보인다. 좋은 찻자리를 위해 정성스럽게 다구를 준비한다.

 

 

지역의 풍습이 그대로 담긴 기물(器物) 이야기
 

명나라 말의 청화백자 찻잔. 배추와 나비 문양이 청화로 그려져 있다. 배추는 중국에서 백채라고 부르는데 흰 채소라서 깨끗하고 순결하다는 의미로 배추무늬를 사용한다. 나비는 80세까지 장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자사호는 청나라 초기 소욱무제(邵旭茂製)와 청나라 후기 소금우제(邵錦友製)가 준비되었다.

청나라 초기에 북방에서 쓰던 1인용 다구인 소욱무제 자사호는 크기가 큰 것이 특징. 잔이 없이 자사호를 들고 바로 차를 마시던 북방인들의 풍습이 반영되어 있다. 반면 청나라 후기에 만들어진 소금우제 자사호는 남방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크기는 작지만 여럿이 마시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원행 스님이 찻자리를 위해 준비한 다기들을 마주할 때마다 감탄과 함께 조심스러움이 앞선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보물 같은 기물(器物)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심스럽다. 기물들을 대하는 방법도 따로 있다고 한다. 먼저, 최대한 바닥에 가깝게 들고 본다. 만에 하나 손에서 미끄러져 놓치게 되더라도 깨지지 않을 만한 높이가 좋다.

조심스럽게 양손 손바닥을 이용해 다기를 감싼다. 다기를 놓쳐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손이나 손가락보다는 양손을 이용한다. 또한 오래된 다기들은 겉모습은 멀쩡해 보여도 매우 약해져 있기 때문에 금속과 부딪히면 쉽게 깨지거나 금이 갈 수 있다. 그러니 반지나 시계 등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고 만지는 것이 좋단다.
 

5 보이차는 차가 완성된 상태에서오랫동안 발효된 차라 많이 마셔도속이 부대끼지 않는다.6 크기가 큰 것이 북방에서 쓰던1인용 자사호이며 작은 것이 청나라후기 남방인들이 사용하던 5인용자사호다.7 영롱한 나전칠기에 담긴 봄의 맛,늦겨울 이른 봄 가장 먼저 피어나는향기로운 매화를 표현했다.8 찹쌀반죽으로 감싸 만든 딸기모찌는 커다란 복을 기원하는마음으로 먹는다.
5 보이차는 차가 완성된 상태에서오랫동안 발효된 차라 많이 마셔도속이 부대끼지 않는다.6 크기가 큰 것이 북방에서 쓰던1인용 자사호이며 작은 것이 청나라후기 남방인들이 사용하던 5인용자사호다.7 영롱한 나전칠기에 담긴 봄의 맛,늦겨울 이른 봄 가장 먼저 피어나는향기로운 매화를 표현했다.8 찹쌀반죽으로 감싸 만든 딸기모찌는 커다란 복을 기원하는마음으로 먹는다.

 

 

나전칠기에 담긴 봄의 맛
 

다식이 담긴 그릇은 일제시대 통영에서 만든 나전칠기다. 영롱하고 고급스러운 문양과 자태가 그대로 느껴진다. 오늘 준비한 찻자리의 첫 번째 다식은 매화를 닮았다. 관동지방을 대표하는 차과자인 네리키리練りきり(흰 콩 앙금에 찹쌀 반죽을 넣어 끈기를 더한 고급 상생과자)로 만든 화과자. 겨울에 빼놓을 수 없는 유자 앙금을 은은한 흰 빛이 배어나는 분홍 네리키리 반죽으로 감싸 늦겨울 이른 봄 가장 먼저 피어나는 향기로운 매화를 표현했다.

두 번째 다식은 제철의 단맛을 머금은 설향 딸기를 곱게 내린 단팥 코시앙(체에 내려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만든 팥 앙금)과 찹쌀반죽으로 감싸 만든 딸기 모찌로 익숙한 화과자다. 고운 팥과 달콤한 딸기,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찹쌀반죽의 조화가 일품이다. 다이후쿠大福라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번역하면 '큰 복'이라는 뜻으로 커다란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먹는다. 차와 잘 어울리는 봄의 맛 차과자를 준비하는 것은 사계 노정아 대표의 몫이다. 수수하지만 은은한 색감과 심플한 모양새로 달지 않게 만드는 것이 차와 잘 어울리는 차과자의 특징이다.

이렇게 멋진 그림과 꽃, 은은한 향과 따뜻한 차가 있는 봄맞이 찻자리가 완성되었다. 제대로 격식을 갖춘 한국의 찻자리는 품위와 멋스러움이 묻어난다. 찻자리에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옛 조상들이 차와 함께 풍류를 즐겼던 것처럼 차를 마시며 옛 기물을 감상하며 청담을 나누는 아름다운 자리가 바로 문인사예 차회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꽃피는 4월, 벌써부터 다음 찻자리가 기다려진다.

취재 김홍미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도움말 청명헌 | 참고 자료 다반사 (원행스님, 하루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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