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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헌 문인사예(文人四藝) 차회⑤ -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복을 누리소서
청명헌 문인사예(文人四藝) 차회⑤ -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복을 누리소서
  • 김홍미 기자
  • 승인 2022.05.2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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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복을 누리길 바라는 원행
스님의 뜻이 담겨 있는 자리.
향을 피우고 꽃과 그림을
감상하며 귀한 시간을 가졌다.

 

어느새 계절은 꽃이 만발한 봄이다. 이른 더위가 찾아오는 바람에 순서대로 펴야 하는 꽃들이 우후죽순 한꺼번에 피어 버렸다. 스치듯 지나가 버리는 봄이 아쉬워 향긋한 차와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이번 찻자리가 더욱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중국 송나라 때 문인들이 갖추어야 하는 네 가지 교양으로 차(점다, 點茶), 향(분향, 焚香), 그림(괘화, 掛畵), 꽃(삽화, 揷花)를 말하는 문인사예. 향을 피우고 꽃과 그림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는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고기물을 감상하며 미술에 대한 미감과 안목을 키우는 시간으로 꽃피는 봄의 다섯 번째 찻자리를 맞이했다.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선이 그려진 신선도(神仙圖)

찻자리는 계절이나 그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에 의해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의 크고 작은 행사나 일상에 변화가 생겼을 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누군가 아프면 쾌차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찻자리를 갖기도 하고, 지인이 이사하거나 집을 지었을 때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며 함께 차를 마시기도 한다. 이번 찻자리는 집안에 상을 당하신 분이 있어 원행 스님이 특별히 그분을 위로하고 아울러 모인 모든 이들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준비했다.

원행 스님이 준비한 그림은 명나라 때 그려진 신선도(神仙圖)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노인은 수성노인(壽星老人)이라고도 불리며, 도교에서 수명을 관장하는 신선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인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 두루마리 같은 것이 묶여 있는데, 거기에 사람들의 수명이 적혀 있다고 한다. 수성노인 뒤에는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큰 바위와 붉은 열매가 달린 나무가 그려져 있다. 붉은 열매가 달린 나무는 남천이라는 나무로 달린 성죽이라고도 부른다. 이 또한 장수를 상징한다.

산과 같이 오랜 수명을 누리고 바다와 같이 큰 복을 누리라는 뜻을 담았다.
 

1 노인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 두루마리 같은 것이 묶여 있는데, 거기에 사람들의 수명이 적혀 있다고 한다. 2 독특한 모양의 청동 작(爵). 주(周)나라 때 만든 술잔을 화병으로 사용했다.3 원행 스님이 직접 꺾어온 산작약. 산작약은 뿌리가 넓적하게 누룽지처럼 생겨 잔뿌리가 많은데 그 뿌리는 약재로 주로 쓰인다. 4 일본에서 구입한 나전 향탁. 명나라 때 제작된 작품이다.
1 노인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 두루마리 같은 것이 묶여 있는데, 거기에 사람들의 수명이 적혀 있다고 한다. 2 독특한 모양의 청동 작(爵). 주(周)나라 때 만든 술잔을 화병으로 사용했다.3 원행 스님이 직접 꺾어온 산작약. 산작약은 뿌리가 넓적하게 누룽지처럼 생겨 잔뿌리가 많은데 그 뿌리는 약재로 주로 쓰인다. 4 일본에서 구입한 나전 향탁. 명나라 때 제작된 작품이다.

 

수여산 복여해 壽如山 福如海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복을 누리소서
 

이 그림과 더불어 원행 스님의 저서 <다반사>를 보면 선인장(仙人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신선의 세계를 아름답고 한없이 평화로우며 신비로움이 가득한 세계로 생각한다. 하지만 신선이 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많은 수련과 수행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신선이 되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도, 평화롭지도, 신비롭지도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바로 신선이요!” 하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피 나는 수련과 수행을 이겨 내고 또 이겨 내야 마침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화초 가운데 선인장이라는 것이 있다. 납작한 모양에 무수한 가시가 박힌 그 모습이 신선이 되기 위해 무수한 수련과 수행의 시간을 거친 수행자의 손바닥 같다고 해서 ‘신선의 손바닥(선인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우리 인생은 변화무쌍하다. 쓰다가도 달고, 흐릿하다가도 선명해진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의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행복한 모습, 성공한 모습을 보며 부러워만 할 뿐, 행복과 성공을 위해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왔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고난이 닥쳐왔을 때 비관하지 않고, 행운이 찾아 왔을 때 방심하고 경솔하지 않으며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성공과 행운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신에게 올리는 최고의 제물, 유향

흔히 향의 기원이 인도나 중국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러나 향 문화는 지금의 이라크 지역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지금도 그 지역에 가면 시장에서 유향을 쌓아놓고 파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가장 귀하게 여긴 향은 유향(乳香)이다. 유향은 신의 음식이라고 불리며 신에게 바치는 최고의 제물로 여겨진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시작된 향 문화는 주변 지역으로 퍼져 나가 이집트와 중동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 후대에는 가톨릭에도 영향을 주어 미사에서 유향을 사용하게 된다.

고대 시대의 유향은 황금보다도 귀한 최고의 상품이었다. 솔로몬 왕을 찾아왔다고 알려진 시바 여왕이 황금과 함께 낙타에 싣고 온 것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유향이다. 시바 여왕이 다스렸다고 전해지는 지역인 예멘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유향이 생산되는 곳이다. 유향은 유향나무에서 나온 수지(樹脂)가 굳은 것으로, 약간 새콤하면서 시원한 느낌의 향이 난다.
 

5 예멘산 오리지날 극품 유향이다. 약간 새콤하면서 시원한 느낌의 향이 난다. 6 1930년대 만들어진 나전봉황문 잔 받
침. 구멍이 뚫려 있는 독특한 모양이다. 7 명나라 후기 일부 청화백자 잔 중에는 구연부의 유약이 벗겨져서 깨진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다. 8 세월의 흐름 속에서 차는 때로는 더 순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더 텁텁해지기도 하면서 서서히 변
해간다. 9 찹쌀을 분쇄해 작은 덩어리로 만든 도묘지분을 이용해 만드는 봄 향취 가득한 화과자.

 

세월과 함께 차 맛도 변한다, 노차(老茶)의 매력
 

오늘 찻자리의 주인공은 1970년대 대만 타이페이 근교에 문산이라는 지역에서 나오는 포종 노차다. 1970년대 만든 차를 50년간 발효시켜 만든 발효차다. 또한 대만 타이페이 근교에 목책이라는 곳에서 만든 철관음이라는 오룡차도 함께 마신다. 오래된 차는 그 희소성으로 인해 아주 고가에 거래된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 년, 백년을 훌쩍 넘긴 차도 있으니 부르는 것이 값인 경우도 있다. 과연 그 오랜 세월을 견뎌온 오래된 차가 지금까지 본연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걸까?

원행 스님은 세월과 함께 차 맛도 변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생김새와 성격이 조금씩 변하듯이 차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맛이 변한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차는 때로는 더 순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더 텁텁해지기도 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고, 이런 것이 노차의 매력이다. 세월에 순응하며 더 부드러워지고 순해지는 것이 대부분의 노차다.
 

중국 고유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대만의 차(茶)문화
 

대만의 차는 약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대만의 차 지역은 널리 분포되어 있다.

중국은 차의 원산이지며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차를 이용한 나라이기도 하다. 처음엔 차를 약용으로 사용하였으나 점차 음식으로, 음료로 이용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풍류를 즐기며 심신을 수련하는 도구로 사용했던 것. 이렇게 일상이었던 중국의 차 문화는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핍박받고 쇠퇴되었다.

중국의 문호가 다시 개방됨으로써 중국의 다예는 점차 복원되었으며 차문화 부흥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에 반해 대만은 차 문화 전통이 그대로 이어져 있다. 차 문화를 상업화하여 세계 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새로운 청자 문화를 정립하여 생활 속에 뿌리를 내렸다. 옛날 방식으로 만드는 차가 여전히 많고 차 마시는 방법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 문산 포종차는 향이 맑고 싱그러우며 시원한 맛을 지닌 훌륭한 차다.
 

봄 향취 가득한 사쿠라 모찌

5월의 봄 찻자리를 위해 사계 노정아 대표가 준비한 사쿠라 모찌는 찹쌀을 분쇄해 작은 덩어리로 만든 도묘지분을 이용해 만드는 봄 향취 가득한 화과자이다. 팥 알갱이가 그대로 살아있게 조려낸 통팥 앙금을 벚꽃의 아스라한 분홍빛으로 물들인 도묘지 찹쌀 반죽으로 감싸고 소금에 절인 벚나무 잎과 벚꽃 절임을 곁들여 마무리한다. 달콤한 팥과 짭조름한 벚나무 잎, 벚꽃의 향미가 조화롭다. 도묘지분을 사용하는 건 간사이 지방의 특색이며 간토 지방에서는 반죽을 길게 구워 돌돌 말아낸다. 두 가지 모두 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사쿠라 모찌의 한 종류이다.

차를 마시는 찻잔은 명나라 말 청나라 초기에 만든 청화백자 봉황문 잔이다. 잔 받침은 나전봉황문으로 1930년대 만들어졌는데 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이 뚫린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선 잘 쓰지 않지만 중국 송나라와 원나라 시대에는 이런 형태의 잔받침에 천목(天目)잔을 올려서 사용하였다. 오늘 만난 잔 받침은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또한 독특한 차칙을 볼 수 있었다. 흔히 상아로 만든 차칙으로 알려져 있으나 상아는 국제적으로 금수물품이라 상아 대용으로 하마 이빨을 깎고 조각해 만든 것이다.


취재 김홍미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도움말 청명헌 | 참고 자료 다반사 (원행스님, 하루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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