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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우리집 가보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우리집 가보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2.06.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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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호

탤런트 오현경 집안의 천자문 '만리붕정'

십년동안 필자 천명 동원한 후손 교육 지침서

중견 탤런트 오현경씨가 가보로 간직하고 있는 '만리붕정'은 그의 조부가 십년 세월을 거쳐 가가호호 방문으로 이루어진 천자문이다. 천며의 필자를 동원해 이 책을 만든 속 깊은 뜻은 무엇이며 가보로서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1991년 4월호-우리집 가보
1991년 4월호-우리집 가보

 

탤런트 오현경씨가 애지중지하며 간직하고 있는 가보는 비록 값나가는 것은 아니어서 남에게는 별 의미가 없지만, 이미 작고하신 할아버지의 정성과 채취가 물씬 묻어나는 것이어서 소중한 것이다.

이 가보란 다름아닌 '만리붕정(萬里鵬程)'이란 제목이 붙은 천자문으로 가로 20㎝ 세로 30㎝의 한지 32장에 천자문을 적되 1천명으로부터 글씨를 받아 완성된 것이다. 한지 1장에 16자가 들어 있는데, 5㎠의 크기에 한자 1자와 풀이 및 글 쓴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고 도장까지 찍혀 있다. 

이 책은 오현경씨의 할아버지가 1913년 향리인 경북 영양에서 아들이 태어나자 자식교육을 위해 만들기 시작했는데, 서울로 이사를 와서도 계속되어 장장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물론 그의 조부가 천자문 책자를 구하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니었고 천 명으로부터 글씨를 직접 받은 것은 나름대로의 주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현경씨는 "이 책 제목을 '만리붕정'이라 지으셨는데 이는 만리같이 멀고 큰 길을 가는 인생도 정도를 밟으라는 뜻이었죠. 할아버지는 이것을 후손들이 자식 가르치는 교훈으로 삼기를 바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몸소 실천을 하셨겠죠"

이 책자에는 당시에 이름깨나 날린 사람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어 조부의 교제범위를 대변해 주기도 한다. 초대 검찰총장, 문인, 예술가, 정치가들이 총망라된 이 가보는 말하자면 구한말 이후 일제시대까지의 인명사전이 된 셈이다. 

천자문의 첫 글자인 천(天)자는 그의 조부가 지(地)는 조모, 현(玄)은 부친, 황(黃)은 작은 할아버지인 오일도 시인이 각각 메웠다. 

김용철 전대법원장은 이길 극(剋)을 고집해 적었고 이기붕씨는 영화로울 영(榮)자가 아니면 적지 않겠다고 우기기까지 했다고 한다. 한글학자인 주시경선생은 코끼리 상(象)을 적고는 '한힌샘'이라고 필명을 적어 놓었다. 정치가 여운형씨는 지날 역(歷)을 적고는 영문 사인을 했다.

오현경씨의 조부는 화선지와 필묵을 들고 직접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일본 순사가 모종의 서명운동을 하는 줄 알고 요시찰인물로 찍는 바람에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그 의도를 파아한 일본인 순사3명이 '나도 한 자 쓰자'며 기재를 하는 바람에 그의 조부는 훗날 이것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필체를 다시 받아 덮어 버린 에피소드도 남아 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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