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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영철 인생의 페이소스
개그맨 김영철 인생의 페이소스
  • 김홍미 기자
  • 승인 2022.06.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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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어떤 슬픔이 있었던 걸까?

 

 

개그맨 김영철 인생의 페이소스

 

대한민국 대표 라디오 DJ이자 개그맨 김영철의 책이 출간되었다. ‘울다가 웃었다.’ 제목이 확 와닿았다. 그의 명랑함을 보자면 ‘오늘도 또 웃었다’가 더 잘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책을 쓰다 보니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만큼이나 슬픔과 비애의 순간이 떠올라 결국 울다가 웃었다가 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늘 웃기만 하는 그에게 어떤 슬픔이 있었던 걸까. 문득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개그맨 김영철은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JTBC '아는 형님',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 등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활약 중이다. 2017년 ‘따르릉’을 발매하며 가요계에 데뷔하고 여러 번의 트로트 음반을 내며 가수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언젠가부터 영어를 잘하는 코미디언으로 소개되더니 <김영철, 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시리즈>라는 영어책을 내고 <치즈는 어디에?>를 비롯한 세 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한편 미국 TV쇼 ‘서울 헌터스’ 진출을 예고하며 글로벌 코미디언으로의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다재다능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잘난 사람’으로만 인식되지는 않는다. 그의 대표 유행어인 ‘힘을 내요, Super Power’라는 외침처럼 ‘긍정 에너지를 가진 밝은 사람’이 그를 설명하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 아닐까.

그런 그가 말한다. 자신의 명랑함은 수없이 노력하고 연습한 결과라고. 긍정 에너지를 늘 강조하지만, 슬픔 에너지 또한 사는 원동력이 된다고. 웃는 얼굴 뒷면에 슬픈 얼굴이 있었다고 말이다.
 

숙제하듯 꾸준히 써낸 그만의 이야기
 

김영철은 지난 2020년부터 2021년 약 9개월 동안 자서전을 집필했다. 방송하면서 매주 2편씩 성실하게 숙제하듯 글을 썼다는 것.

“저 혼자 에세이를 썼다면 2년도 넘게 걸렸을 거예요. 그런데 매주 편집장님이 꾸준히 써보라고 하셨고 글감이 막막할 때는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했어요. 겨울, 봄, 여름, 가을 사계절을 보내며 꾸준히 글을 쓰니 책이 나왔어요. 성실하게 꾸준히 글을 쓴 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네요.“

이렇게 완성한 <울다가 웃었다>는 김영철이 가슴속 우물에서 길어 올린 가족담, 일상담, 방송담을 작성한 ‘웃픈’ 휴먼 에세이다. ‘슬픔: 행복엔 소량의 울음이 있다’ ‘농담: 우리에겐 웃고 사는 재미가 있다’ ‘꿈: 누구나 잘하는 게 하나쯤 있다’ ‘사람: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 등 총 4장 49편을 통해 울음과 웃음이 반복되는 코미디 같은 인생을 담아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웃음과 울음이 반복되는 코미디잖아요. 눈물을 쏟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웃게 되는 일이 많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 책을 통해 연예인의 일기가 아닌, 눈물 나고 웃음 나는 한 인간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픈 가정사, 힘들었던 시절
 

이 책은 그의 둘째 누나가 대장암 판정을 받은 날 있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하늘로 떠난 큰 형에게 띄우는 편지를 공개하며 ‘가슴 한 구석 설명할 수 없는 결핍으로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큰 형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평소 방송에서 밝히지 않았던 아픈 가정사를 털어 놓고 장래에 관한 진지한 고민도 내놓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고등학교 3학년 때 형이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갔어요. 그때가 정말 힘들었죠. 혼자 몰래몰래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학교 가면 친구들 사이에서 늘 밝았고 아이들 틈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따라하며 많이 웃었죠. 그때부터 알았던 것 같아요. 인생은 울다가 웃는 일의 연속이구나 하구요.”

어릴 적의 슬픔 뿐 아니라 유명 개그맨이 된 후에도 시련은 있었다. 개그맨으로서의 장래를 고민하던 시절도 있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고 자존감이 곤두박질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시절을 통과하며 그는 더 성장했다.

꾸준히 영어 공부를 했고, 라디오 방송을 했고, 개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누군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며 좌절하고 고민할 때 ‘무엇이든 시작해 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며 응원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좋은 사람과 어울려 사는 그의 삶
 

그의 책에는 가족뿐 아니라 그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세상의 잣대에 흔들릴 때 그를 붙잡아준 건 사람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막막할 때 통찰력을 보여준 강호동, 단점보다 장점을 크게 봐주는 송은이 선배, 이따금 책 선물을 해주는 김지은 아나운서 등 동고동락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다감이 물들어 있다.

300회가 넘도록 매주 함께 하는 <아는 형님> 멤버부터 유머러스한 유전자를 물려준 엄마까지,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비결을 단연 가족력으로 표현한다. 그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좋은 인생은 좋은 사람과 어울려 살며 우러나온 것임을 느끼게 된다.

“사람을 살리는 건 사람이지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인 것 같아요. 모두에게 미움 받는 사람도 없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도 없죠. 미워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균형을 찾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개그맨 김영철 인생의 페이소스

 

진심으로 책을 읽고, 쓰다
 

책을 향한 그의 마음은 진심이다. 이따금 지칠 때마다 <월든>의 문장을 되뇌고, 희망이 희미해질 때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 이야기를 떠올리며 힘을 내고, 틈날 때마다 동네 책방에 가서 양서를 찾는단다. 꾸준히 탐독을 멈추지 않은 덕에 그가 작가가 되어 글을 쓰는 일은 자연스러운 행보가 되었다.

그의 책 <울다가 웃었다>를 읽다보면 개그맨 김영철의 ‘글부심’이 느껴진다. “자기계발서랑 영어책도 냈지만 이번 책을 내고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에요. 되게 으쓱으쓱 하고 자랑하고 싶어지더라구요. 10개월 동안 글을 쓰면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그의 책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책 속 ‘행복은 강도가 아니고 빈도’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최인철 교수님의 칼럼을 보고 와닿은 구절이에요. 저는 어릴 적부터 큰 것을 바라본 적이 없어요. 매일 조금씩 느끼는 감정들에 충실한 편이죠.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종일 바쁘게 피곤하게 지내고 푹 자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이 구절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50이 되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다
 

김영철은 부지런함이 재능이 될 수 있고 꾸준함이 실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쉰 살이 되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다. 시험을 앞둔 10대, 취업을 준비 중인 2030세대, 은퇴나 노후를 준비하는 중년, 그 밖의 남녀노소 모두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에겐 여전히 꿈이 있다. 할리우드에 가서 미국 시트콤에 ‘영철 킴’이라는 이름을 새기고 싶은 꿈이다.

“저는 아직도 꿈이 있거든요. 꿈이 있다는 건 다른 의미로 삶의 목표를 가졌다는 뜻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 삶을 돌아보면 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고 새로운 꿈을 꾸는, 꿈 도장 깨기였던 것 같아요. 제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 ‘꿈’이라고만 했죠. 하지만 그게 곧 현실이 됩니다. 하다 보니 진짜 이뤄지더라구요. 그걸 다른 분들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모두 자신만의 꿈을 꾸며 살면 좋겠어요.”

그가 ‘닫는 글’에 남긴 글귀가 인상에 남는다.

“나의 앞모습은 사랑받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때론 싫어도 좋은 척하고 우울해도 행복한 척 SNS에 사진을 올렸다. 나의 뒷모습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당당하고 솔직하고 너그럽고 따스한 사람, 모르는 건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하고 아는 건 안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 남이 나를 치켜세워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의 마음엔 당당함과 겸손함이 함께 있었다. 그는 웃음과 울음의 의미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상처를 딛고 오늘을 살아가는 보통의 모든 사람들에게 ‘울다가도 웃는 날이 온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Queen 김홍미 기자] 사진 미스틱스토리, 김영사 제공 | 자료 제공 울다가 웃었다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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