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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해결의 키는 양성평등이다
저출산 해결의 키는 양성평등이다
  • 이복실
  • 승인 2022.06.0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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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엄마,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우지? 출산을 미룰까?” 최근 결혼한 딸의 고민은 육아와 직장생활의 병행 가능성이다. 직장생활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워킹맘으로 살았던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과 가정의 양립은 영원한 숙제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837명이다. 합계 출산율이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저출산 문제가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로 떠오른 지도 벌써 수십 년이 되었지만, 해결은커녕 더 미로에 빠지고 있는 느낌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미래가족부로 만든다고 하면서 다시 저출산과 인구문제 해결이 화두에 올랐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주목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2507건으로 전 년에 비하여 9.8%(2만995건) 감소했다. 197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1997년부터 30만 건대를 이어오던 혼인 건수는 2016년 20만 건대로 떨어졌다가 5년 만인 지난해 다시 10만 건대로 감소하더니 드디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의 감소는 저출산 문제와 맞닿아 있다. 왜 이렇게 결혼하지 않는 것일까? 2020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30대 비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를 보면 그 원인을 대충 알 수 있다.

비혼 청년 10명 중 9명이 결혼을 ‘선택’이라고 답했는데, 여성은 결혼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에’(25.3%), ‘가부장제, 성 불평등 문화 때문’(24.7%)이라고 답했고, 남성은 ‘현실적으로 집 마련 등 결혼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서(51.1%)란 답이 가장 많았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일자리, 주택 등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분위기 등 다양하고 복잡하다.

여성은 출산의 도구가 아니다.

마침 페미니즘과 주체적인 삶에 관해 토론할 기회가 생겼다. 필자는 여고 동창회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 독서 모임의 도서가 미국 칼럼니스트인 게일 캘드웰의 저서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낸 자전적 에세이)」이었다. 주제가 여성의 삶에 관한 것이라서 그런지 더욱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 책은 독립적인 삶을 개척해나가는 한 여성의 자전적 경험을 쓴 책이다. 게일 캘드웰은 페미니즘이라는 개념도 성립되지 않았던 1951년에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났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었는지 경험을 회고하였다.

결혼과 모성이라는 전통적 여성의 길이 아닌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한 슬픈 과거를 고백하기도 한다. 헤어진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임신한 후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아이 때

문에 자신의 미래를 저당 잡히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결국 불법 낙태를 위해 멕시코로 가서 수술하였다. 격에 맞게 생활해라, 순종, 모성, 결혼과 같은 기성세대의 관념을 거부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독립적으로 자기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의문은 결혼제도와 인간으로서의 여성의 주체적인 삶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점이었다. 아무도 그 부분에 대해 정답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결혼도 출산도 다 개인들의 선택이며 더는 여성은 출산의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양성평등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
 

세계적인 통계 석학인 스웨덴의 한스 로슬링 교수는 ‘2015 인구주택총조사 스페셜 콘서트’에서 저출산 문제 해법으로 양성평등을 제시했다.

성 평등 균형이 나타나면 출산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았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와 기술, 사회 분야에서 빠른 변화와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가부장제 등 여전히 전통적인 가치 체계가 남아있어 여성들이 가사와 양육, 부모 부양 등 이중, 삼중의 부담을 겪고 있어요.”라고 언급하며 로슬링 교수는 “양성평등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변화가 뒤따라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출산은 인구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페미니즘을 통한 양성평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페미니즘과 결혼제도가 양립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하여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2006~2020년 저출산 대책 등으로 380조 원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합계 출산율은 최저치를 갈아 치우는 등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돈만 쏟아 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들이 왜 결혼을 피하는지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경제적, 인구학적인 측면에서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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