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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과 법
ESG 경영과 법
  • 전현정
  • 승인 2022.06.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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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법

기업경영에서 ESG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였다. 이것은 환경(Environment)·사회적(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로서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20년쯤 전부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환경과 사회적 책임은 그 반대편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앞세운다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낯선 감이 있다.

한 달 전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장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블랙록은 10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경 2,0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산을 장기투자전략으로 운용한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투자기업의 CEO들에게 매년 보내는 공개서한은 매우 유명하다. 2020년 공개서한에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최우선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였다. 올해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ESG를 강조하는 이유가 장기적인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통해 ESG와 지속가능성에서 우수한 기업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월등한 성과를 냈다고 하였다. ESG 프로파일이 더 우수한 기업이 ‘지속가능성 프리미엄’을 누리며, 다른 기업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ESG와 지속가능성이 수익률 예측에 의미 있는 자료가 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기업으로서는 ESG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ESG와 지속가능성에 충실한 기업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이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좋은 성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사실일까? 블랙록 등 투자자들이 ESG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 있다는 눈초리도 존재한다. 강연을 듣고 나서 ESG 우수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는 이유에 관해 질문을 하여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었다. 회사의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무엇보다도 이사회의 자질이 중요하다.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회사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고 재무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주주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지, 기업이 주주, 직원,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등이 ESG에 모두 녹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2월 우리 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기 위하여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국내외 주요 평가기관의 지표와 측정항목을 분석하여 ESG의 이행과 평가에 관한 핵심․공통사항을 마련하였다. 환경·사회·지배구조의 3개 대지표와 함께 정보공시를 포함시켰고 세부문항을 61개 항목으로 구분하였다. 환경, 채용, 산업재해, 지배구조 등에 관한 법규를 위반하고 있는지 등 여러 법률문제가 ESG 3개 대지표 안에 포함되어 있다. 기업에서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도 중요한데, 다양한 법률문제가 비재무적 요소에 포함되어 있다. 수출기업의 경우에는 ESG 규제로 인한 리스크 관리가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될까? 모든 기업에 공통된 사항도 있고 개별 기업에 특유한 사항도 있다. 투명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회사의 장기 전략을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구성원의 공감을 얻고 조직의 활력을 찾아야 하며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 이외에도 기업의 규모나 특성에 따라 ESG에 담을 내용이 다양할 것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따라 ESG에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이나 여력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이 맞닥뜨린 경영환경상의 차이는 물론 기업의 철학이나 업종의 특성에 따른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공기업 경영평가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사회적 가치구현과 관련하여 획일적인 사업보다는 작더라도 자신의 사업 분야와 연결되는 진정성 있는 사업추진에 감동을 느꼈다. 기업이 가진 특성과 역량을 활용하여 환경보호, 사회공헌, 지역공동체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노력한다면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모습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ESG 평가에는 정량평가만이 아닌 정성평가의 영역이 존재한다. 회사의 여러 노력을 임직원들이나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고 시장과도 꾸준히 소통하면서 회사의 노력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공시를 제대로 하고 ESG 관련 지표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ESG 우수기업은 좋은 회사이고, 이런 많은 것들을 잘 챙기는 좋은 회사가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열린 문화와 소통으로 회사의 미래를 여는 신사업의 아이디어나 기회가 나올 수도 있다.

현대 경영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경영 사상가로 유명한 피터 드러커는 성공을 거둔 리더는 튀는 형에서 은둔자형까지 매우 다양하지만, 8가지 덕목을 충실하게 지킨다고 하였다. 8가지 덕목 중에서 처음 두 가지 항목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또, ‘무엇이 기업을 위한 것인가’라고 묻는다.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이러한 상황에 맞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ESG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법적인 분석과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법률가는 기업의 ESG 경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또 무엇이 ESG 경영을 위한 것인지 물어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법이 경영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글 전현정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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