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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조관희의 시네마 에세이⑩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조관희의 시네마 에세이⑩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2.06.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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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호

그 시절, 슬픈 우리 누이들의 이야기

은마는 오지 않는다

전쟁이 나자 평화롭던 산골 마을엔 은마를 탄 장군 대신 헬기를 탄 미군들이 진주해 오고, 순박한 청상과부 언례는 양공주가 된다. 가냘픈 몸 하나를 밑천 삼아 미군들의 노리개가 되어 시들어간 기지촌 여인들. 그 슬프고 아픈 날들의 삽화.

1991년 4월호-조관희의 시네마 에세이⑩
1991년 4월호-조관희의 시네마 에세이⑩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육이오 전쟁을 배경으로 속칭 양공주의 애환을 그리면서 전쟁이 가져다 주는 충격과 비극적인 상처를 되새겨 본 영화다.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전후 세대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육이오를 체험한 사람들로서는 부끄럽고 괴롭고 슬펐던 사연들이 되살아나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원작은 안정효의 장편 소설로 미국에서 영문판으로 나와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미국은 한국 전쟁에 참가하여 공산화를 막아 주었지만 전쟁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힌 것도 기억해야 한다'라는 것이 이 소설을 소개한 매스콤들의 평판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언례(이혜숙 연기)는 미군에게 강간을 당하고 급기야는 양공주가 된다. 그녀는 강원도 깊은 산골 마을에서 가난하지만 두 아이를 잘 키우는 재미로 착실하게 살아온 청상 과부다.

그 산골 마을은 외부 세계와 단절되다시피 해서 현대 문명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순박하고 보수적인 마을이다. 사당을 지어 놓고 마을의 수호신인 은마에 제사를 지내는 형편이었다. 마을에 위급한 일이 생기면 은마를 탄 장군님이 와서 구해 준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육이오 전쟁이 나자 그 은마 탄 장군 대신 미군이 진주해 왔다. 그리고 그 미군이 언례를 겁탈한 것이다.

이 해괴한 사건은 주민들에게 미군에 대한 적대감과 공포감을 심어 준다. 뺑코(그들은 미군을 이렇게 불렀다)가 나타나면 부녀자들은 우선 숨을 곳부터 찾는다. 미군에게 능욕당한 언례는 쑥덕공론의 대상이 되고 기피 인물이 된다. 마을 사람 누구도 그녀를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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