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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를 위한 가치있는 소비, 임산부 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Queen,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공동기획]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있는 소비, 임산부 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Queen,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공동기획]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2.07.25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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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임산부 수기 공모전 개최
꾸러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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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가치있는 소비 트렌드, 미닝아웃(meaning out)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미닝아웃은 미닝(Meaning, 신념)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 정체성을 드러내다)의 합성어로, 자신의 소비행위를 통해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먹거리 분야에서는 환경부담 및 온실가스 발생 최소화를 이끄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친환경 농업육성의 필요성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친환경농업은 합성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및 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사용을 최소화한 건강한 환경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으로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에서 생물적 순환과 활동을 촉진하여 건강한 농업을 보다 오래 지속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의 실천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친환경농업 실천농가는 기본적으로 농약은 사용하지 못하며 유기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화학비료도 아예 사용할 수 없다. 또한 화학비료 합성농약 또는 합성농약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유기농자재만 사용하고 일정 기간 내 교육도 수료하여야 한다. 이러한 재배과정을 세세히 기록하여 매년 친환경 인증조건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검증받아야 친환경인증 마크를 농산물에 붙일 수 있다.

이러한 수고로움에도 친환경농업을 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고자 하는 농부의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보전과 탄소중립 시대의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다 한들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이 소비되지 않는다면 친환경농업의 확산은 요원하다.

친환경농업의 확대는 소비자가 환경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소비로 연결해 줄 때 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2020년부터 미래세대가 살아갈 환경과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임산부를 대상으로 1년간 일정 금액의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하여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동 사업으로 매년 8만명의 임산부가 48만원 상당의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받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시범사업 3년차를 맞아 올해 처음으로 임산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친환경 가치 공감 및 확산 등을 위해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삼형제 다둥이 엄마의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이유식으로 아이 건강 챙기기, 배달 음식으로부터 건강한 밥상으로의 변신, 고물가시대 가계 경제에 보탬되기, 착한 소비를 통해 지구환경 지키기 등 친환경농산물을 계기로 삶의 변화를 일으킨 다양한 임산부들의 임신·육아 사연이 총 129건 접수되었다.
 
많은 작품 중에서 부모님의 친환경 산딸기 농사를 이해하지 못했던 도시 사람이 동 사업을 계기로 친환경농산물의 환경가치,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부의 수고로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경북 포항시 이현규씨의 사례를 소개한다.
 

-----  임산부 수기 공모전 수상작 전문

 

산딸기 농사를 지으시는 시부모님의 6월은 그야말로 전쟁이 따로 없다. 산딸기는 특성상 초여름 햇살에 급속히 익어 떨어져 버리고, 한 나무에 달린 열매는 그 자리에서 지고 나면 다시 나지 않기에 시간을 다투어 수확해야 한다.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따야 함은 물론 포장하거나 이동할 때도 해를 받거나 더운 공기를 쐬면 금세 물러버리기에 농부의 게으름이나 무심함을 그냥 두지 않는 까다로운 작물이라 하겠다.
아침 9시 시내 공판장에 물건을 들이시려면 새벽 5시 전에 산비탈 밭에 가 계셔야 한다. 아침 공판장이 끝나야 겨우 아침 식사를 하시지만 그것으로 일과가 끝은 아니다. 오후 4시에 조합에 들일 딸기를 또 따내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 작업이 잠과의 사투를 벌이는 일이라고 한다면, 오후 수확은 이른 더위와 햇살, 날벌레와 다투어야 한다. 연세가 지극하신 시부모님의 전쟁 소식을 듣는 며느리 마음이 편할 리 만무하다.
 
농사일이라고는 해본 일이 없는 아들 며느리지만 6월이 되면 휴일마다 고양이 손이라도 되어드리고자 시댁으로 향하곤 한다. 아이들을 챙기고 나면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출발하기에 새벽 일손을 돕기는 어렵지만, 조합에 들일 딸기는 제법 따 드렸지싶다.

산딸기나무 가시가 장미 가시 못지않음을 이때까지는 몰랐다. 펜대만 쥐던 손을 찔려가며 나름대로는 애를 쓴다. 6월 햇살에 빛나는 탐스러운 산딸기는 그 모습 자체로도 어여쁜 맛이 있어 바구니를 채우는 농부의 기쁨과 재미도 느끼곤 했다.

늘 시간에 쫓기기에 오후 물량을 맞추고 나면 맥이 탁 풀리며 피로가 밀려온다. 아이들도 보채고 우리 부부는 휴식을 위해 시댁으로 향하지만 시부모님은 다시 비탈밭으로 가신다. “저녁 먹고 가거라, 들어가서 좀 쉬고. 금방 따라 들어가마.” 새벽부터 산에 계셨기에 피곤하실 만도 한데 시부모님은 그때부터 또 땅거미가 질 때까지 산딸기를 따시곤 한다. 그 산딸기는 우리가 집에 갈 때 챙겨주실 요량이다.
 
그런데 아들 며느리, 손주 주시고자 따는 산딸기는 영 알이 작다. 빛깔도 시원치 않고 어떤 것은 통통하지 않아 씨만 툭툭 나온 것도 있다. 수확하는 큰 바구니 채로 차에 실어 주시는데 어느 날은 나도 그만 입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

신랑에게도 구시렁 입을 댔다. “밭 가운데 좋은 것 좀 따주시면 어디가 어때서, 어머님 아버님은 매번 이런 것만 따 주셔? 어디 부끄러워서 남하고는 나눠 먹지도 못 하겠어.” 신랑은 묵묵히 웃기만 웃고, 저녁 설거지를 하는 내 낯빛은 어둡기만 한데 6살 언니도 돌배기 둘째까지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따준 딸기를 서로 먹느라고 야단이다. 그래 내 도리했고, 애들이 잘 먹으니 됐다 싶어 내색도  못하고 6월을 다 보냈다.

그리고는 마지막 주말은 집에 있겠다고 전화를 드리는데 어머님께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늘 마지막 딸기를 땄다. 해가 들쑥날쑥 드는 산 비탈밭에서도 맨 가에 나무가 늘 첫 열매도 맺지만, 마지막까지 열매를 낸다 아가. 농약을 치길 하니 물을 주기를 하니… 볕마저도 시원치 않지만 그래도 그  딸기가 알이 작아도 제일 달다. 몇 번이나 손이 가야하고 알이 작아서 한 바구니를 따려면 밭 가운데 것보다 시간이 곱절이 더 들지. 거기서 딴 것은 돈 주고는 못 판다. 그래도 뭐든지 그렇게 충분히 시간이 들어가고 품이 들어가야 우리 몸에도 좋고 달기도 한가보드라. 애 많이 썼다 아가.” 그제야 날이 저물도록 아들 며느리, 손주를 주시느라 특별한 딸기를 따시던 마음이 전해 들어와 그만 코끝이 찡해졌다.

평소에도 수입산 체리며 포도를 사면 평소답지 않게 잔소리를 하시던 어머님이셨다. 그 농약에 절여 오는 걸 아이들을 먹이냐면서 싫은 소리를 하셨다. 그래도 나는 유행이라서, 알이 굵고 탐스러워서 고급이랍시고 수입산 과일을 종종 사 먹이곤 했었는데….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사실 친환경 과일이며 채소, 농산물이 좋다고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가격에 알도 작고 모양도 볼품없이 빛깔도 희끄무레한 것을 사먹기가 어쩐지 탐탁치않았다. 면사무소에서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사업 팸플릿을 일찌감치 가져다 주신 것도 시아버님이셨다.

음식을 잘 먹으면 보약이 따로 필요없다는 말씀과 함께. 그래도 신청만 해놓고는 무심히 시간만 보냈었는데 어머님과의 통화를 끝내고는 마음먹고 이것저것 주문했다. 지원금이 없다고 생각하면 쉽게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가격은 집 앞 마트보다 비쌌다. 그리고 배송 기간도 오래 걸리고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하지만 하나하나 정성껏 포장된 농산물들을 받아 보면서 나는 우리 시부모님이 떠올랐다. 우리 지역, 이웃 지역의 농사꾼들이 농약 대신 품을 들이고 비료 대신 정을 쏟아 기르고 수확한 농수산물에는 친환경 마크가 선명하게도 찍혀 있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임산부도 돌쟁이 아기도 건강하고 맛있게 먹으라는 마음. 돈으로만 값을 매기는 제품(製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정성을 쏟고 자연에 순응하여 생명이 이어진 가치있는 상품(上品)들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하루에 몇 번이고 들어가게 되는 맘카페에서 나는 종종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사업에 대한 불만을 보고는 했었다. 내가 처음 가졌던 그 편견, 어쩌면 평생 농사를 지어 본 일이 없는 도시 엄마들의 평범한 시각이었다. ‘제품이 볼품없고 다양하지 않아서 실망했어요.’ ‘배송이 불편하고, 과일이 덜 달아요.’ ‘싱싱하지 않은 것 같고 빛깔도 그닥 좋지 않아요.’ 전에 같으면 무심히 넘겼겠지만 요즘의 나는 그런 글이 보이면 한 줄이라도 댓글을 달고는 한다.

제품과 상품을 구분하게 된 이후부터다. ‘친환경으로 농사지으면 원래 겉모습은 그래도 몸에는 더 좋답니다’ ‘시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친환경으로 지으면 당도는 낮아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요’ ‘시중에는 싱싱해 보이도록 약품을 쓰기도 한답니다. 철에 맞는 친환경 농산물은 그런 것이 없으니 이용해보세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굳이 친환경 농사를 지어주시는 종사자분과, 우리 시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이렇게나마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사업을 계획하여 임산부, 주부들과 친환경 우리 농산물의 간극을 좁혀준 행정부에게도 역시나 작은 댓글이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고.
 
산딸기 따기가 시작된 6월이다. 저번 날은 어머님이 그 바쁜 와중에 사진을 보내셨다. 산딸기 가시나무 틈새로 새둥지가 곱기도 하다며…. 농약이며 비료를 일체 쓰지 않으시고 산딸기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신 지 3년째. 우리 어머님 아버님의 푸근한 마음을 산새도 알았는지 그 밭에 둥지를 지었나보다.

아들 며느리, 손주만 주려고 따로 따시던 우리 어머님 아버님의 알이 작은 산딸기를 곧, 친환경 농산물 사이트에서 더 많은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맛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뜨거워진다. “산새가 어머님 산딸기 밭이 명당인 것을 알았나봐요! 어머님 올 여름 더위가 일찍 와서 많이 힘드시죠? 이번 주말에 산딸기 따러 갈게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Queen 김도형기자, 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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