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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의 현재적 의미
입양의 현재적 의미
  • 전현정
  • 승인 2022.07.30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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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은 출생과 함께 가족을 구성하는 한 방법이다. 출생이 아니라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입양이다.

입양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림이 있다. 1998년 12월부터 1년 동안 독일 뮌헨에서 살았는데, 당시 독일 수도였던 본을 방문했을 때 구나르 찔만 박사를 알게 되었다. 그는 매우 선량한 인상을 지닌 독일인으로 자신의 사촌이 한국에서 입양되었다고 하였다. 그 얘기를 들은 뒤 한참 지나 뮌헨에서 한국 식품점에 들렀다가 정말 우연하게도 찔만의 사촌을 만났다. 찔만이 이 우연한 만남을 전해 듣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그의 사촌을 몇 차례 더 만나게 되면서 해외 입양에 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 관한 관념이 변화하면서 입양제도도 바뀌어 왔다. 동양에서는 조상에 대한 숭배의식인 제사를 중시하였다. 후손이 끊기는 것은 조상이 사후봉양을 누리지 못하고 가계(家系)가 단절되는 것을 뜻하였다. 맹자는 ‘불효에 세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자식을 낳지 않아 후손이 없는 것이 가장 크다(不孝有三 無後爲大)’고 하였다. 입양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대를 잇고 제사를 승계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양자로 들어가거나 양자를 들이는 것을 ‘입후(入後)’라고 하였는데, 핏줄이 섞이지 않은 아이를 입양하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점차 가계 계승과 양부모를 위한 입양이 아니라 자녀를 위한 입양으로 바뀌어 왔다. 민법에서는 친양자제도와 입양허가제도를 도입하였는데, 현재는 입양에서 자녀의 복리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입양은 두 종류로 나뉜다. 일반양자 입양, 즉 일반입양은 종래부터 존재하던 것이고, 친양자 입양은 2005년 민법 개정으로 허용되었다. 친양자 입양을 하면 양자는 친부모와 가족관계가 종료되고 양부모의 자녀로만 인정된다. 일반입양은 친부모와 가족관계를 유지하면서 입양된 때부터 양부모의 자녀로도 인정된다. 친양자 입양이 되면 양부모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게 되지만, 일반입양이 되면 친부모의 성과 본을 그대로 유지한다. 한편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을 할 때에는 입양특례법이 적용된다.

최근 가족관계를 둘러싸고‘부모 중심’으로 설계된 절차를 ‘자녀 중심’으로 전환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독신자도 단독으로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다는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2020년 기준 1인 가구의 비중이 31.7%이다. 1인 가구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가족에 대한 관념이 근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입양제도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나왔다.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이를 허가할 것인지 문제되었다. 조부모가 입양을 원하고 친생부모가 자발적으로 입양에 동의하는 등 입양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가정법원은 아동의 복리라는 공익적·후견적 관점에서 입양이 아동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입양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입양에서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적인 고려요소라는 원칙에 따라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라는 책을 쓴 백지선은 양친자 자격요건에서 혼인 중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삭제된 후 두 아이를 입양하였다. 그는 ‘인간이란 서로 보살펴주면서 사는 존재이고 돌봄을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데, 그런 돌봄 공동체가 입양을 통해 구성한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들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가족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던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입양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입양은 양자를 들이고 양자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글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다. 한국여성
변호사회 부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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