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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시와 수필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시와 수필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2.09.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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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호

시꽃 수필나무

1991년 4월호-시와 수필1
1991년 4월호-시와 수필1
1991년 4월호-시와 수필2
1991년 4월호-시와 수필2
1991년 4월호-시와 수필3
1991년 4월호-시와 수필3

 

두 여인

우리는 이따금, 생활 속에서 사람이나 사물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하여, 기대하지 않았던 신선한 충격을 받고 즐겨워할 때가 있다. 

그날 아침 역시 그랬다. 일요일이었지만 그날 나는 직장에 볼일이 있어 출근하던 길이었다. 출퇴근시엔, 지옥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혼잡한 4호선이었지만 그날은 비교적 한산했다. 

어느 역에선가 지하철이 잠시 멈추고 중년의 한 여인이 들어섰다. 가슴엔 이제 막 피어오른 듯한 오렌지빛의 꽃송이가 있는 난화분을 안고 있었다. 

꽃이라면 가던 걸음 멈추고 보는 나로서는 자연 관심이 그리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내 시선은 싱그러운 그 꽃에만 머물지 않고 그녀의 모든 차림을 관찰하기에 이르렀다. 가슴에 안은 화분에서부터 머리로, 머리에서 다시 발끝까지 살펴보는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50세 안팎의 주름진 얼굴이 어찌 그리 깨끗하고 고상한 분위기인지!

사람마다 미에 대한 관점이 다르겠으나 그녀의 차림은 내겐 정말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조화로운 멋냄이었다. 일찍이 거리에서나 모임 석상에서 한껏 맵시를 낸 수많은 여자들을 보아왔건만 과거에는 느꺼보지 못했던, 찬양하리만치의 신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갓피어나는 어린 여자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어설픈 멋냄이 아닌, 오랜 연륜안에서 곱게 다듬어진 수준 높은 꾸밈이었다. 약간의 퍼머기를 지닌 적당한 길이의 머리를, 고상한 리본으로 얌전히 치켜 묶은 모습이 곱게 늙은 그녀 얼굴과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고 있었고, 차분한 빛깔의 보랏빛 투피스 아래 은은한 살빛 스타킹의 곧게 뻗은 두 다리는 신선한 각선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장식이 품위 있어 보이는, 약간의 굽 있는 검은빛 힐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참어쩌자구 같은 여자인 내가 그녀 외모에 도취되었던가.(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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