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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장외 시가총액 반토막 ... 상장 앞둔 컬리·토스 '어쩌나'
유니콘, 장외 시가총액 반토막 ... 상장 앞둔 컬리·토스 '어쩌나'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2.08.2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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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상장을 앞둔 마켓컬리가 장외시장에서는 연초 대비 몸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컬리 뿐만 아니라 케이뱅크, 토스 등 내로라 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신생벤처기업)들도 같은기간 장외 시가총액이 반토막에서 많게는 3분의1토막까지 난 상황이다. 

올해 내내 글로벌 경제를 억누르고 있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급격한 금리인상, 그리고 최근 1340원대까지 치솟은 달러·원 환율 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들에게 혹독한 시기가 덮치고 있다. 

29일 국내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 등에 따르면 컬리의 시가총액은 1조8000억원~2조원(주당 4만7000원~5만2000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올 초 장외 시총이 5조원 안팎(주당 11만원~12만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58% 가량 하락한 수치다.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금융 유니콘' 케이뱅크도 장외 시총이 5조5000억원~5조6000억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연초 8조4000억원 대비 33% 가량 몸값이 줄었다. 

국내 유니콘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비바퍼블리카(토스) 역시 장외 시장에서 몸값이 연초대비 60%나 수직하락하며 수모를 겪고 있다. 

이 회사의 현재 장외 거래가격은 5만5000원 수준으로, 장외 시가총액은 9조34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연초 23조5500억원 규모의 시총을 자랑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하락폭이 크다. 

유니콘 중 컬리와 케이뱅크는 연내 상장을 추진중인 상황이라 최근 장외 시총 하락이 당황스럽다. 비바퍼블리카 역시 2024년~2025년 정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장외 가격 하락이 떨떠름한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장외 가격은 거래량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제 기업가치를 곧바로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소량의 보유주식을 팔면서 가격을 몇 천원만 낮춰 팔아도 이를 기준으로 전체 시가총액이 계산되기 때문에 시총 수천억원이 움직이는 영향이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장외 시장에서 컬리나 케이뱅크, 비바퍼블리카의 거래량은 하루 10주 이내로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7월부터 장외 시장에서 개인거래가 사실상 단절되다시피 했다"면서 "장외 주식거래에 대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장외 종목에 대해서는 개인간 거래를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규정이 시행되면서, 개인간 거래는 매도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가격 하락이 더 가파르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자본시장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요 유니콘들의 장외시장 몸값 하락을 무시할 수 만은 없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금리 인상으로 시장 자금은 말랐고 비상장 기업, 성장기업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고 벤처캐피탈(VC), 사모투자(PE)도 보수적인 견해로 바뀌었다"면서 "자금 경색, 주가 폭락, 수요예측 제도 변경 등의 요인이 시장 하강의 속도를 더했다"고 분석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도 "기대를 받았던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의 코스피 상장 철회가 이어지며, IPO 투자 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컬리와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이미 '실적'으로 상장적격 조건을 갖춘 기업들과 달리 '미래성장'을 기업가치로 평가받아야 하는 부분이 크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게 된다. 지난해 IPO를 공식화 하던 시점보다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비단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대한 투자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 스타트업 정보플랫폼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151조달러(현재 환율 기준 202조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유니콘 투자는 올 상반기 88조달러(118조원) 수준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른 글로벌 유니콘의 '몸값 하락'도 가파르다. '선구매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로 폭풍성장한 스웨덴 핀테크업체 '클라르나'의 경우 지난해 투자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이 456억달러(59조9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투자가들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올해 진행한 투자라운드에서는 밸류에이션이 67억달러(8조8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보다 더 큰 밸류에이션을 받은 미국 최대 핀테크 유니콘 '스트라이프'도 지난해 950억달러(127조6000억)에서 올해는 740억달러(99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국내 유니콘이 상장을 할 때 '좋았던 시절' 그대로 몸값을 책정한다면 시장의 냉랭한 시선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증권가는 쏘카처럼 몸값을 대폭 낮춰 상장을 시도한다면 투자자들의 관심도 다시 IPO로 쏠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웅찬 연구원은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을 시도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시 IPO 시장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밝혔다.

컬리는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장예비심사를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상장을 완료해야하며 그 기간이 지나면 심사를 다시 받거나 상장을 철회해야 한다.

이에 따라 컬리는 늦어도 10월쯤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증권신고서 검토가 완료되면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등을 거쳐 연말이나 내년 초 쯤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현재로선 장외 시총이 컬리의 기업가치를 대변하는 듯 하지만 실제 밸류에이션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컬리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컬리의 2021년 거래액은 2조원 규모이고 매출은 1조5632억원에 달한다"면서 "영업적자는 나고 있지만 이는 쿠팡과 같은 전국단위 물류망을 갖추기 위한 인프라 투자가 올해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며, 인프라 투자가 마무리되면 현금흐름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거래액이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멀티플을 산정해도 밸류에이션은 4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라면서 "상장을 한 이후 흑자전환을 하게 되면 주가 상승여력도 충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바퍼블리카도 지난 7월과 8월에 걸린 '시리즈G' 투자라운드에서 5300억원의 신규투자를 유치하면서 8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초 신규투자 1조원,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을 인정받을 것이라던 예상을 다소 하회한 수치다. 

비바퍼블리카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 대부분 기업가치가 절반 이상 하락하던 상황에서 토스는 높은 밸류를 유지하며 사모투자(PE) 자본까지 유치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엄혹한 자본시장이지만 매력적인 기업에는 오히려 투자가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비바퍼블리카는 오는 2024년을 전후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추가로 상장전 투자유치(pre-IPO)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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