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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 주가 하락에 울고 환율 올라 웃어 ... 환차익 덕에 손실 줄어
서학개미들 주가 하락에 울고 환율 올라 웃어 ... 환차익 덕에 손실 줄어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2.09.26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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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정모씨(38)는 올 1월 미국 주식에 투자를 시작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도 1000만원을 투자했다. 400달러를 넘던 주가가 350달러까지 떨어졌기에 성장성을 보고 부담 없이 돈을 넣었다. 하지만 이후 테슬라는 수직 낙하하기 시작해 지난 23일 275달러로 21.4% 내려갔다. 좌절했지만 뜻밖에 환율이 정씨를 도왔다. 같은기간 달러·원 환율이 1190원에서 1423원으로 19.6% 오르면서 환차익을 감안한 손실률이 6%로 대폭 줄었다. 웃픈(웃어야 할지 슬퍼야 할지) 현실에 정씨는 미국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렸던 이른바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이 환율 수혜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전세계 증시가 급락하며 투자한 종목 주가가 대부분 떨어졌지만 환율 덕분에 손실이 상당부분 상쇄되고 있어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다우종합지수는 2만9590포인트(p)에 거래를 마쳐 지난 1월5일 기록한 최고점(2만6952) 대비 19.9% 떨어졌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역시 최고점 대비 각각 33%, 23% 하락했다.

이에 반해 달러·원 환율은 연초 대비 20% 가까이 올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덕분에 다우종합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최고점에 산 투자자라도 손해율은 4% 수준에 그친다.

개별 주식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애플은 연초 180달러를 찍고 현재 150달러로 내려와 하락률이 마이너스(-)17% 수준이다. 이 기간 오른 환율 20%를 고려하면 본전 수준이다.

정씨는 "나스닥 계좌의 단순 수익률은 분명 마이너스인데 원화로 환산하면 플러스로 바뀐다"며 "내 실력으로 돈을 번 것은 아니라 씁쓸하긴 하지만 '이거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하고 안도감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코스피는 연초 대비 25% 빠졌고 지난해 최고점 대비해선 32.5%가 떨어져서 주가 하락에 대한 충격이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코스닥 역시 연초대비 27.6%, 최고점 대비 29.3%에 떨어졌다. 연초에 삼성전자를 산 투자자의 손실률은 30%를 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식은 일찌감치 손절했지만 미국 주식은 일단 버텨보자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1·여)는 "코스피가 2400이 깨지면서 전량 매도를 했다"며 "나스닥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나 테슬라의 손실도 40%를 넘어 처참한 수준이지만 환율 덕에 손실을 많이 줄일 수 있어 일단 매도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김모씨(45)도 "환율이 1500원 이상까지 간다는 말도 있다"며 "국내 주식은 손절을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 주식은 최대한 버텨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환차익을 노리고 미국 주식 비중을 더 늘릴 것이라는 투자자들도 있다. 올해 연말까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환율도 당분간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정모씨(31·여)는 "추가 금리인상으로 주식장이 떨어지더라도 환율은 계속 오를 것이기 때문에 환차익을 생각한다면 미국 주식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며 "앞으로 반등하더라도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상승률은 미국이 더 크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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