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23:35 (화)
 실시간뉴스
2금융권,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 높혀 ... '대출 절벽' 장기화 전망
2금융권,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 높혀 ... '대출 절벽' 장기화 전망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1.24 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민들의 자금 창구인 저축은행과 카드업계가 지난 연말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큰 폭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빠르게 불어난 가운데, 차주들의 상환 여력까지 악화된 영향이다. 이들 금융회사는 올해도 대출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어서 저신용자의 '대출 절벽'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24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총 1조5083억원으로 전분기 3조1516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취급 건수는 19만5548건에서 9만1605건으로 급감했다.

민간 중금리대출이란 금융회사가 신용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 금리 이내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을 말한다. 금융회사가 실적을 달성할 경우, 금융당국은 해당 금융회사에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개인신용대출 부문에서도 저신용자 축소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하지 않은 업체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11곳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3곳 늘어났으며, 지난해 1분기말(3월말)과 비교하면 7곳 증가했다.

전체 저축은행 중에서 개인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업체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총 30곳으로 나타났다. 11월말 대비 1곳 줄었으며, 1분기말 대비 5곳 감소했다.

카드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여전사(카드사·캐피탈사)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8753억원으로 3분기 2조8662억원 대비 69.4% 줄었다.

특히 7개 카드사(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 중 4개 카드사는 지난해 1월말과 비교해 연 18~20%대 카드론 취급 비중을 축소했다. 나머지 카드사 중 한 곳은 해당 구간에서 아예 카드론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급격히 불어나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신용자 대출을 축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조달비용)에 차주의 신용도 등을 더해 정해지는데, 조달비용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하게 되면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넘길 수밖에 없게 되는 만큼, 차라리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게 낫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 조달비용인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1월 1일 연 2.37%에서 연말 5.37%로 올랐다. 지난 23일 4.95%로 5% 이하로 내려가긴 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업계의 조달 비용인 여신전문금융채도 지난해 1월 3일 연 2.420%에서 연말 5.536%로 올랐다.

차주의 상환 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점도 한 몫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3.41%로 전년 동기 대비 0.71%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카드사는 0.11%p 오른 1.89%로 집계됐다.

저신용자의 '대출 절벽'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2금융권은 올해도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비롯해 비은행금융기관 여신 업무 책임자들은 올 1분기에도 금리 상승 등에 따른 상환부담 증대, 대출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대출 영업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업계가 올해는 자산 성장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대응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저신용자 대출 절벽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금리 상단을 연 10.5%에서 11.5%로 1%p 인상했다. 금리 상단이 오르면 저신용자 취급 여력도 확대된다. 지난해 하반기엔 민간 중금리 대출 금리 상단을 업권별로 0.29~0.51%p 올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상승기 신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2금융권 입장에선 위험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저신용자 대출 절벽 문제는 재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