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터트롯>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찬원. 다른 미스터트롯 맨들과 달리 이찬원은 오롯이 트롯을 전문으로 노래하는 젊은 트롯 가수로 자신만의 팬덤을 이루고 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야심찬 발걸음을 디디고 있는 스물 일곱 이찬원. 계묘년을 맞아 검은 토끼처럼 도약할 이찬원에게 또 어떤 행운의 찬스가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3월이면 햇수로 데뷔 4년을 맞는 이찬원. ‘찬또배기’ 돌풍을 불러 일으킨 <미스터 트롯> 3등 수상자에서 지상파와 종편을 오가며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 트롯테이너로 활약하더니 결국 작년 연말 KBS 연예대상 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 경력 30년차 베테랑 MC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입담과 순발력, 미나리 낙지호롱, 쌈장 닭갈비 같은 고난이도 레시피까지 척척 보여주는 타고난 요리 DNA와 반전의 스포츠 캐스터 실력, 예능프로에 특화된 치밀한 분석력까지 찬또위키 이찬원이 보여준 버라이어티한 행보는 새해에도 계속된다.
 

참 잘 컸네, <전국노래자랑> 송해 키즈의 성장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 여의도의 KBS 연예대상 시상식장. 블랙 벨벳 수트를 차려입은 이찬원이 수상소감을 또박또박 말하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실수 없이 호명할 수 있는가도 놀라웠지만 그의 수상소감을 듣다 보니 이찬원이 누구인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트롯테이너라는 길을 가고 있는지 와닿았다. 가장 먼저 자신과 함께 진행하는 <불후의 명곡> MC인 신동엽, 김준현에게 감사 인사로 운을 띄운 그는 프로그램 제작진, 소속사 식구들, 그리고 자신을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팬덤 찬스를 언급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마지막으로 오늘의 이찬원을 있게 만든 <전국노래자랑>의 명 MC, 故송해를 언급했다.

송해는 2008년 대구 중구편 첫 만남에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이찬원의 이름을 듣고 앞으로 “원없이 찬란하게 비추라”고 덕담을 해주며 조금 크면 나도 능가할 녀석이라고 그의 스타성을 알아봐주었다.

지금도 안경 낀 똘똘이 스머프 같던 12살 이찬원의 모습이 생생한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까지 총 4번에 걸쳐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했을 정도로 트로트에 살고 트로트에 죽던 이찬원에게는 송해 선생님이야말로 감사와 함께 수상의 영광을 바치고 싶었던 대상이었을 것이다. 잘 성장한 송해 키즈 이찬원이 마지막으로 바랐던 송해 선생님과의 공동 MC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송해라는 존재는 이찬원에게 앞으로도 변함없이 바른 길로 안내하는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하지 않을까.

그렇게 <전국노래자랑>과 청춘을 함께 한 꼬마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KBS 연예대상 우수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늘상 그가 말해왔던 ‘데뷔 10년 안에 방송 3사 연예대상을 받겠다’는 야심찬 포부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내내 반장이나 회장 등 리더의 역할을 했으며 학교 행사나 축제 MC를 도맡아 했기에 진행 실력은 이미 검증이 돼 있었고 그런 그가 예능 전문 MC로서 욕심을 내는 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엔터테이너라 불리는 특수 직업군 중 진행자가 가져야 할 기본 자질과 덕목이라 할 수 있는 발성과 성량, 순발력과 재치, 매력적인 입담은 어느 정도 타고 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능력을 받쳐줄 부단한 노력도 필수 조건이겠지만. 누구라도 자신이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는 심장이 뛰고 마음이 끌리게 된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그 길을 선택했고 꾸준히 노력해 그 자리에 오른 이찬원. 학창시절부터 동경했으며 열망했던 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인물이자 덕업일치의 로망을 실현한 인물이 아닐까. 그것도 스물 일곱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는 오늘도 말한다. “열정적으로 갈망하세요, 그리고 이루어내세요. 기회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우연이란 것 또한 이뤄내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문이다. 유독 행운의 기회가 많이 따라주는 것 같은 사람의 운도 알고 보면 실력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꽉 붙잡은 남자, 이찬원의 새로운 한 해가 열리고 있다.

 

정보와 분석력 ‘인포테이너’ 이찬원의 도전

한국 대중가요사의 수많은 전설의 무대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불후의 명곡> 스튜디오 MC로 이찬원이 낙점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예전 <미스터트롯> 레전드 미션에서 주현미와 설운도의 출생연도와 경력을 줄줄 외우고 있던 그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 장면 이후 찬또 위키란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이찬원은 자신이 출연,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꿰뚫고 있다. 가끔 나무위키나 인터넷에 나오지 않는 고급 정보까지도 알고 있는 그를 두고 전생에 KGB나 FBI 출신 아니냐는 농담이 오갈 정도로 그는 인물 정보 뿐 아니라 관심사에 있어 박학다식함을 보여준다.

제작진들에게 이같은 이찬원의 매력은 섭외 1순위로 꼽을 만큼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굳이 대본에 써주지 않아도 그 대상자를 분석해놓은 데이터가 머릿속에 저장된 회로를 돌며 실제 방송에서 MC로서 잠재력을 빵빵 터뜨리고 방송을 생기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MC의 역할이 방송을 진행하며 출연자들에 대한 인간적 관심과 탐구를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이찬원은 충실하게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뿐 아니라 기존의 연예인 MC들과 또 다른 차별성을 보여주며 신선함으로 어필한다. 때론 경력 20~30년차 방송 선배들 앞에서 주눅 들기는커녕 오히려 맞받아치는 배짱을 부리며 MZ세대가 공감하는 예능감을 보여준다.

‘분석’을 말하자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진행자인 방송인 김구라와 비교해보자. 김구라 역시 잡학다식한 상식부터 예능 출연자들의 인물정보를 분석해 토크의 잔재미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창시절부터 팝음악에 심취했던 그는 영미팝 가수들에 대한 지식도 뛰어나거니와 음악사적 의미도 잘 분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식뻘인 아이돌 멤버들의 캐릭터도 훤히 꿰뚫고 있다. 그가 MBC 음악 예능 <복면가왕>과 <라디오 스타> MC로 장수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김구라의 분석 능력 캐릭터를 가진 예능인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런 자질을 가진 이가 바로 이찬원이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음악사적 지식, 출연 뮤지션에 대한 논리적이고 애정어린 분석, 예능적 재미를 살릴 줄 아는 대담함까지 갖춘 <불후의 명곡> 진행력이 빛을 발한 한 해였다. 자신만의 창의적 레시피대로 척척 손쉽게 요리하는 모습으로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낸 <편레스토랑>과 시대공감과 분석에 최적화된 캐릭터가 돋보인 <도원차트>, 얼마 전 첫 방송을 시작한 <안방판사>의 솔루션제공까지 이찬원은 지금 가장 핫한 예능계의 블루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젊어진 트로트, 그 속에 깃든 할머니 약손의 정서

예능인 이찬원으로 대활약한 작년 한 해 가수로서 이찬원의 성적은 어땠을까?

바쁜 예능 프로그램 스케줄 속에서도 이찬원은 작년 가을 장민호와 함께 <민원만족>이라는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났으며 꾸준히 지역행사 무대에도 섰다. 미니 앨범 ‘선물’ 이후 첫 정규앨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지만 피아노와 악기를 잘 다루는 이찬원이 직접 작곡과 작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말이 들릴 만큼 자신의 첫 정규앨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게는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이찬원에게 첫 번째 기회가 유년 시절 트롯 신동으로서 자신을 알린 <스타킹>이나 <전국노래자랑>같은 방송 출연이었다면 두 번째 기회는 평범한 경제학도에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이찬원이라는 가수로 탄생하게 된 순간일 것이다. 이찬원은 비주류 장르의 트로트를 20대의 구성지고 맛깔스러운 목소리로 기막히게 불러주고, 트로트가 2000년대 중반 이후 메인 음악프로그램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채 지역축제 행사장에서 나오는 음악으로 인식되던 편견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는 10대 여학생들조차 노래방에서 ‘진또배기’를 틀어놓고 신명나게 춤추게 만들었으며 길어지는 코로나 팬데믹에 지친 대중을 시원한 목청으로 위로했다. 어릴 적 할머니가 체한 배를 쓸어주며 불러주던 구전가요의 정겨움과 따뜻한 약손의 정서를 이찬원이란 젊은이가 되돌려준 것이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느라 뒷방, 혹은 창고 속에 넣어놓고 잊어버린 아련한 그리움, 낡고 오래 된 것이 주는 푸근함을 스물 일곱의 청년이 다시 일깨워준 것이다.

트로트 열풍이 좀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최근 <미스터 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이 재점화시킨 트로트 명창들의 대결을 보고 있자니 진짜 대한민국에 이리도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았던가 싶다. 노래 좀 하는 꼬마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트로트 가수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전국의 신동들이 넘쳐나는 요즘, 꼬맹이들이 너무나 신명나게 불러 젖히는 트로트가 우리의 일상이 된 데에는 분명코 전국 방방곡곡에 트로트를 전파한 이찬원의 역할이 컸음을 부정할 수 없다.

<미스터 트롯>의 심사위원 작곡가 조영수는 “보통 음악에 보컬이 끌려가기 마련인데 이찬원은 목소리가 반주를 끌고 간다”고 평가했다. 어떤 음악이건 첫 소절로 끝내버리는 요즘 알파세대 말로 킹돋는 가창력. 독보적인 목소리와 서정적인 가사로 돌아오게 될 그의 앨범에는 또 어떤 곡들이 들어있을까.
 

2023년 새해를 연 이찬원의 또 하나의 플랜은 KOCCA 뮤직스튜디오ON THE K: 리얼 기획공연이다. KOCCA 뮤직 스튜디오는 K-POP 음악의 홍보와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한국 콘텐츠진흥원에서 1년 전 개관한 곳이다. 뮤지션들의 대형콘서트가 열리는 체조경기장과 같은 공간인 잠실올림픽공원에 있는데 K-POP 공연과 영상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이 뮤직 스튜디오에 심사 차 방문한 적 있었는데 당시 담당자로부터 곧 코카 뮤직 유튜브 채널에 공개할 오리지널 콘텐츠로 트로트 뮤지션의 영상 콘텐츠를 기획 중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찬원이 그 대상자로 결정된 것이다.

이찬원의 음악적 성장을 다룬 코카 뮤직 영상 콘텐츠에는 증강현실인 AR과 가상현실 VR, 혼합현실 MR 등 모든 게 다 들어있는 확장현실 XR 공연이라는 획기적인 기술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찬원의 정규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의 갈증이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23년 영리한 토끼의 점프 찬스를 기다리며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을 여는 사자성어 교토삼굴(狡三窟).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고 했다. 이 사자성어의 뜻이 비단 위험에 처했을 때의 대처방식과 해결 방법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세 개의 대비책을 세워놓는다는 의미라고 볼 때 이찬원은 아마 자신만의 영리한 방법으로 가수, 진행자, 방송인으로의 인생플랜을 야무지게 세워놨을 것이다. 영리하고 민첩한 토끼처럼, 때로는 신중하게 움직이는 토끼의 지혜로 세 번째 기회의 여신을 만나 멋지게 점프하는 스물일곱 이찬원을 상상해본다.

예능인으로서 자신의 달란트를 마음껏 보여준 시간들을 뛰어넘어 그가 다시금 우리네 인생 누구나에게 하나쯤은 가슴 깊은 곳에 담아두었던 ‘18세 순이’와 ‘메밀꽃 필 무렵’의 시절 인연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련하고 애틋한 정서를 담은 노래로 가슴 묵직한 감동으로 돌아오기를, 그리고 차근차근 나아가기를… 그의 노래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들려줄 또 다른 위로의 이야기와 가수 이찬원의 인생플랜 참 좋은 날들을 기다려본다.

취재 문은하(스페셜 에디터) | 사진 이찬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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