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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시세와 의대 진학률의 상관관계는? ... 지역별 주거비 격차에 큰 영향 끼쳐
전세 시세와 의대 진학률의 상관관계는? ... 지역별 주거비 격차에 큰 영향 끼쳐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3.06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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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시장을 취재하기 전 한티역 래미안이나 잠실엘스 같은 소위 '강남 아파트'는 '과외하던 곳'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그 동네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기웃거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몇 년 더 지나면 '취재처'가 아닌,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은 개인의 열정으로 뭔가를 이룰 '기회'가 열려 있는, 그래서 좀 피곤한, 한국 사회의 '엄마'가 된다면.

이번 주 화제를 모은 부동산 관련 뉴스 중에는 '새삼' 충격적인 수치 발표가 있었다. 부동산R114가 서울 25개구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역간 편차가 최대 3배 이상 벌어진 수준으로 나타난 건데 가장 비싼 지역은 서초구와 강남구로, 평균 전셋값이 각각 12억 5192만원, 10억 196만원이었다. 상대적으로 가장 저렴한(?) 도봉구와 노원구 평균이 각 3억 5946만원, 3억 6117만원이었으니, 도봉·노원 전세금으로 '강남 갈아타기'는 어림없는 일이다.

흥미로운 통계를 하나 더 살펴보면 부동산 관련 정보 제공업체 '아파트투미'가 지난해 전국에서 의대 진학률이 가장 높았던 고등학교를 추려낸 결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한 고등학교가 151명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의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는 서초구 반포동에 소재, 96명이 진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위 30개교 중에는 강남구 소재 고등학교가 5곳을 랭킹에 올려 가장 많은 학생을 의대에 진학시켰는데 다음으로 많은 서초구 소재 3곳 고교와 합산하면 지난해 2개구에서 의대에 진학한 학생 수는 총 491명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모집한 2023년도 의대 입학 정원이 총 3014명었으니, 전국 의대 신입생 6명 중 1명은 서울 강남·서초에서 공부한 학생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 랭킹에 가장 많은 학교 이름을 올린 지역은 대구 수성구였다. 수성구 소재 6개 고교와 함께 인근에 위치한 서구 1개교 이름도 보이는데 이 7개교 출신 의대 진학생은 모두 250명이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수성구는 대구에서 49㎡당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대구에서 이른바 '범4만3(범어4동·만촌3동)'으로 유명한 '학세권'이 바로 여기다.

대구는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1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서울(64.9만원), 경기(50.9만원)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높은 사교육비(50.5만원)를 지출했을 만큼 교육열이 높다. 그 '메카'가 수성구인 것이다.

집값은 더 복잡다단한 요인이 얽히고설켜 결정되고, 언급한 통계 중엔 예외적 사례도 있으며, 의예과가 결코 모두에게 가장 좋은 전공은 아닌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그럼에도, 자식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의 유교적 덕목(?)이 현재의 지역별 주거비 격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집값 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개인의 열정으로 뭔가를 이룰 기회는 작아질 것이란 사실은 고민해볼 문제이다. 대한민국 사교육의 '큰손'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이 "곧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묻지 않는 세상이 온다. 사교육은 어느 순간 붕괴한다"고 말한 '화제의 영상'은 더 숙고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순간이 정말 온다면, 그때쯤 집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부동산R11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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