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0:40 (목)
 실시간뉴스
꿈은 이루어진다 - 통일을 향한 ‘강 스매싱’ 남북단일팀의 주역 현정화의 꿈
꿈은 이루어진다 - 통일을 향한 ‘강 스매싱’ 남북단일팀의 주역 현정화의 꿈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4.10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북단일팀 감동의 재현과 체육 행정가를 꿈꾸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든든한 남편의 외조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면 참 행복해요”

 

한국탁구계의 살아 있는 전설, 현정화 감독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국마사회 감독으로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대한탁구협회 전무로서의 업무까지 신경을 쓰다 보면 쉴 틈이 없다는 현 감독. 그만큼 현 감독은 선수 시절 못지않은 열의와 여성만의 섬세함으로 한국 탁구계의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일강사로 연단에 올라 지난 1991년 제41회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남북단일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감동과 환희의 역사적인 순간, 그리고 스포츠 외교를 통한 남북 화합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북단일팀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기억들
현정화 감독은 3월 7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부 주최 ‘통일 대화의 광장’의 강연자로 나섰다. 강연장에서 현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남북의 이념을 넘어 한민족으로서 금메달을 따냈던, 남북단일팀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추억들을 꺼내 놓았다.
“지금 맡고 있는 감독으로서의 생각과 감정이 아닌, 남북단일팀의 일원으로 리분희 선수와 복식을 이뤄 금메달을 땄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강연에 임했어요. 남북단일팀의 역사를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니, 젊은 청중들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집중도가 높았죠.”
현 감독이 본 북한선수들은 우리와 같은 것에 고민하고 비슷한 것에 호기심을 가진 보통의 젊은 청년들이었다. 북한 선수라면 분명 뭔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올림픽 기간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는 북한 선수들과 많은 정이 들어 헤어짐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다른 국적을 가진 선수와 한 팀을 이루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마지막에는 한 팀이 되어 있더라고요. 대회를 마치고 북한 선수들과의 헤어짐도 마음이 아팠지만 더욱 저를 슬프게 한 것은 서로에게 ‘다음에 보자’는 말을 꺼낼 수 없는 분단의 현실이었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이국의 선수들이라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면 친구가 된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북한 선수들과는 한민족임에도 친구가 될 수 없었다. 대한탁구협회 전무직을 맡게 된 현 감독이 스포츠 외교에 앞장서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도 그때 그 아픔 때문이었으리라.
“저는 통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통일을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 말해 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스포츠를 통한 교류라고 생각해요. 스포츠를 통한 감동을 서로 공유하다보면,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코리아〉로 재현되는 남북단일팀의 감동
2년 전 두 남자가 현 감독을 찾아왔다. 남북단일팀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겠다는 영화사 대표와 감독이었다. 그 당시 통일을 사회 이슈화시키겠다는 두 사람의 말에, 현 감독은 시나리오 구상에 도움을 주겠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대표님과 감독님이 저를 찾아왔을 때, 오히려 저는 ‘왜 이제야 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냐’고 했었어요. 저의 이야기를 토대로 1년간 시나리오가 만들어졌고 작년 1월쯤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시작했죠.”
영화 〈코리아〉에서 현정화 역을 맡은 하지원은 현 감독의 추천으로 캐스팅이 된 경우다. 현 감독이 영화사 대표에게 배우 하지원을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인 영화사 측은 당시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배우 하지원을 현정화 역으로 섭외하는데 성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지원 씨가 전에 그 영화사에서 영화를 몇 편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덕분에 캐스팅 제안을 지원 씨가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나중에 전해 들었어요.”
하지원과의 첫 만남은 탁구 훈련장에서 이뤄졌다. 한 번도 탁구채를 잡아보지 못했던 하지원에게 자신의 폼과 기술 등을 3개월여 간 가르쳤다. 혹독한 훈련에 정신적 패닉이 찾아와 영화를 포기할 뻔만 한 하지원이었지만, 현 감독의 “열정이 없다면 패닉은 오지 않는다”는 위로로 이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영화 준비에 매진했다고 한다. 지금은 감독과 배우가 아닌, 언니와 동생 사이로 막역하게 지낸다는 현 감독. 서로 시간이 맞으면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지원 씨에게 남성관이나 연애관 등을 들어보면 저와 닮아 있는 구석이 참 많았어요. 뭔가 하나를 잡으면 끝을 본다는 성향도 비슷하고요. 지금은 서로 바빠서 만나기가 힘들지만, 영화가 개봉되면 웃으며 만날 날이 있겠죠(웃음).”

‘0점 엄마’ 현정화 감독의 요즘 행복
현정화 감독은 자신을 ‘0점 엄마, 90점 감독’이라고 말했다. 감독으로서는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엄마로서는 일이 바빠 챙기지 못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제 직업의 특성상 출장이 잦고 퇴근 시간이 늦어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제가 하는 일을 그만둘 수 없자 남편이 아이들을 위해 사업을 접었을 정도예요. 하지만 요즘에는 주말만큼은 스케줄을 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아들을 옆에서 재우거나 5학년 된 딸아이의 머리를 감겨줄 때 선수 시절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느끼고 있어요. 또 시합이 끝난 후 고향인 해운대로 훌쩍 떠나는 가족여행은 제 인생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죠.”
현 감독은 아이들에게 탁구를 절대 시키지 않을 거라고 했다. ‘현정화의 아들, 딸’로 불리며 선수생활을 해야 할 고통을 지게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감독의 바람은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처럼 공부해서 예의 바르게 자라는 것이었다.
든든한 남편의 외조와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아이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현 감독의 장기적인 목표는 남북단일팀의 재현과 체육 행정가로서의 삶이다. 현 감독은 이미 통일부 장관과 함께 남북단일팀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으며 그 자리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또 세계대회 성과에 비해 열악한 국내 체육 행정을 발전시키기 위해 체육 행정가로서의 인생도 차근히 준비 중이다.
“남북단일팀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어요. 또 남북단일팀을 이뤘던 선수와의 행사도 개최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두 번째 꿈은 체육 행정가예요. 한국 스포츠는 빠르게 발전했는데, 행정은 낙후되어 있어요. 체육 행정가로서 그런 현실을 바로 잡고 싶은 꿈도 갖고 있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