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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닥터 돔 유진투자증권 강영현 이사의 투자 조언
여의도 닥터 돔 유진투자증권 강영현 이사의 투자 조언
  • 신규섭 기자
  • 승인 2023.03.1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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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개미들의 셰르파’ 역할을 자청해온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
‘개미들의 셰르파’ 역할을 자청해온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

강영현 이사는 유진투자증권에서 투자정보연구팀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영업부를 이끌고 있는 증권맨이다. 코로나19 이후 거시경제의 흐름과 상승·하락의 시그널을 정확히 예측한 수익 방어 전략을 구사하면서 ‘개미들의 셰르파’ 역할을 자청해왔다. 
그는 매크로 분석, 기업 탐방 등에 기반한 냉철한 분석력으로 ‘삼프로TV’, ‘김미경TV’, ‘E트렌드’를 비롯한 유튜브 방송에서 철저한 증시 시황과 적절한 전략 제안 등을 전달하며 투자자들의 멘토로 주목받았다. 
최근 그가 초보와 중급 투자자를 위한 투자 가이드북 ‘살 때, 팔 때, 벌 때’를 내놓았다. 책은 종목 분석부터 투자 전략까지,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라는 험난한 산행을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전 투자 전략을 담고 있다. ‘여의도 1타 브로커’의 투자 비법을 들었다. 

벌 때 : 시기별 투자 대상을 꼼꼼히 따져라!

자산관리에 대한 평소 소견을 듣고 싶습니다. 
재테크는 연장통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다루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산관리는 ‘부자가 된 사람’이 쓰는 도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금을 별로 내지 않는 사람이 절세를 배우고, 적금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펀드에 투자하며, 월 수익률 100%를 올려도 일하는 것보다 적은 돈을 버는 소액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목을 매는 것은 목적에 맞지 않는 도구를 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은 늘 많은 기회를 만들어 놓고 움직이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 맞는 방법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 합니다. 종잣돈을 마련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고, 리스크를 감내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는 또 언제이고, 지키고 보수적인 투자를 할 때는 언제인가를 먼저 고민 해야 합니다. 
 
자산관리에 성공한, 모범적인 사례 하나를 들어주십시오. 
많은 직업들 중에서 증권맨을 선택한 것이 종잣돈을 마련하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월급이라는 일정한 수입을 보장하면서, 성과급이나 개인 투자 등이 자유로워 종잣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조로한다는 점과 ‘을’로 살아야 한다는 비루함 정도의 직업적 리스크는 감내해야겠죠.   
개인적으로는 2014년경,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정부의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라는 시그널을 보고, 이때를 유동성 공급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전에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그 돈을 다시 하락할 때 돈을 벌 수 있는 ETF인, 고평가된 나스닥 인버스에 투자했습니다.  

반대로 자산관리에 실패한 사례도 궁금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주식에 대한 확신이 무척 강했습니다. 그로인해 증권사 신용을 이용해 중소형주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투자해 물을 탔죠. 그러다 깡통이 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종잣돈을 날리고 그것을 회복하는 게 매우 어려웠습니다. 조그만 충격, 예를 들어 몸이 아프거나 차가 고장 날 때처럼 목독이 들어갈 때면 고통스러웠죠. 그 시절 아파트를 하나 더 샀더라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비싼 이자를 내면서 위험하고, 수익률도 크게 못 미치는 주식에 투자를 한 거죠. 섣부른 투자로 큰 대가를 치른 거죠.  

살 때 : 덜 알려졌지만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에 투자하라!

우문입니다만, 어떤 주식이 좋은 주식입니까. 
예전부터 잘하던 기업이 앞으로도 잘 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명한 주식보다 이름이 덜 알려진 기업, 그 중에서도 이익을 잘 내는 기업이 투자하기 좋습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잘 하는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돼있습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꾸준하게 두 자리 수 이상, 3~4년간 성장하고 있다면 좋은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큰 회사는 안전하고 작은 회사는 위험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고정관념입니다. 생업을 위해 직장을 선택할 때의 논리가 투자까지 확대된 것 뿐입니다. 투자자에게는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가 가장 안전한 투자처입니다. 주식 자체가 안전하지 않은데, 안전한 주식을 골라 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죠. 연목구어(緣木求魚)인 셈이죠.

좋은 주식이라도 고평가주라면 매수가 의미가 없을 텐데요. 주로 어떤 식으로 벨류에이션을 하는지, 기준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벨류에이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또 증시의 국면별로 벨류에이션의 잣대가 많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낮을 때는 기본적으로 멀티플(배수)가 늘어납니다. 영업이익 100억원인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지금과 같은 고금리에서는 1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해준다고 하면,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 질 때는 5000억원까지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를 고금리에서는 10배, 제로 금리에서는 50배를 쳐주는 거죠. 그리고 이자율이 높을 때는 당연히 돈이 많은 기업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반대로 이자율이 낮을 때는 자금보다는 ‘성장’의 가치를 더 인정하게 됩니다.  
목표주가를 산정하기 위해 밸류에이션을 통해 적정주가를 계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명확하게 고정된 값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정주가는 투자자의 감과 확신에 따라 다르게 매겨집니다. 다만, 기술적으로는 업종 평균이나 peer(비슷한 업종 내 경쟁사)의 멀티플이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증시에서 밸류에이션이나 가치평가 방법이라는 것은 ‘상대적 가치평가 모델’이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이름부터가 상대적입니다. 절대적인 것은 없으니까요.  

투자자라면 지금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요? 
지금은 자금을 지킬 때라고 봅니다. 연준이 금리를 끌어 올리고 난 이후에는 유동성 부족으로 문제를 겪는 부문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가 불황으로 기웁니다. 지난 50년간 8번의 불황기 중에서 2020년 팬데믹을 제외하고 모든 경우가 그랬습니다. 
지금 만약 투자를 고려한다면, 미국 국채 ETF가 좋은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 금리가 인하 되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채권투자는 주식투자와 은행 예금을 합쳐 놓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금리가 높을 때 투자하면 이자와 함께, 이후 금리가 인하된다면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도 누릴 수 있습니다. 최근 국채는 20년만에 가장 싼 가격대에 진입했습니다. 

강영현 이사의 신간 '살 때, 팔 때, 벌 때".
강영현 이사의 신간 '살 때, 팔 때, 벌 때".

 

팔 때 : 남들이 달려들 때 매도하는 것도 좋은 타이밍이다

연결된 질문입니다만, 주식을 살 때 수익률을 정하고 매수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익률을 생각하십니까. 
목표 수익률은 있습니다. 목표 수익률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할 수 있으나, 추정 자체는 매우 보수적이어야 하고 또 합리성에 근거해야 합니다. 주가 상승 여력은 결국 ‘해당 기업이 향후 어떤 가치를 얼마만큼 추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가치가 아니라 앞으로 얼만큼의 가치를 ‘추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입니다. 지금 좋은 주식이 아니라 앞으로 좋아질 주식을 사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찌보면 주식 투자는 매우 간단합니다. 어떤 주식은 목표가를 10배로 잡을 수도 있고, 어떤 주식은 1분기 수익률을 20~30%로 산정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주식을 매수·매도 하는 것은 그 주식에 내재된 DNA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정 매도 시점에 대한 평소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심플합니다. 매수한 이유가 사라지면 그때가 매도 타이밍입니다. 실적이 좋아질 것 같아서 샀다면 실적 발표가 나오면 그때 매도하고, 차트가 우상향이라 샀으면 차트가 꺾어질 때 매도합니다. 마찬가지로 뉴스나 공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샀다면 호재가 발표되는 시점이 매도 타이밍입니다. 이와 달리 장기투자가 필요한 성장주라면 내가 그렸던 꿈이 현실이 되면, 여유롭게 매도하면 됩니다.  
가치라고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치=가격’이라는 공식을 자주 사용합니다. 가격이 높으면 가치도 높다고 생각하는 거죠. 나만 좋게 본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이 달려들 때 매도하는 것도 고점에서 매도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일 수 있다. 

매도 사례의 모범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0여년 전 태양광 업체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폴리실리콘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 수요가 감소해 주가에 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매도를 했습니다. 또 게임주에 투자할 때였는데, 그 회사 매출이 플레이스토어에서 한달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평균 게임 인구 대비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해봤을 것 같다’는 판단에 추가적으로 좋은 뉴스가 나오긴 힘들 것 같아 매도한 일이 있습니다. 
아주 최근에는 달러 인덱스가 120까지 치솟고, WTI(국제유가)도 120달러를 넘어선 적이 있습니다. 국제유가와 달러는 시소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 달러도 오르고 국제유가도 오르는 이상한 국면이 벌어진 거죠. 그래서 SCO(원유가격 하락 시 수혜를 보는 ETF)를 매수해서 큰 수익을 봤습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가 풀리고 유가 80달러가 깨졌을 때, 전략 비축유를 채우는 가격이 70달러 수준이라고 했기 때문에 매도를 한 거죠.

다시 벌 때 : 채권 관련 투자를 고려해보라

개인투자자들에게 현 시점에서 조언을 딱 한가지만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지금은 빚을 줄이고, 위험에 대비할 때입니다. 위험이 지나고 나면 엘도라도가 펼쳐집니다. 물론 그 전에 마지막 남은 위험의 골짜기를 건너야 합니다. 주식이나 재테크 시장이 운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은 ‘얼마나 많이 버느냐?’를 결정할지는 몰라도 잃지 않는 것은 운보다 투자자의 심리에 달려있습니다. 위험할 때 쉬는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급한 마음에 포모증후군에 휩싸여 투자에 나서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위에서 말한대로 채권 관련 투자를 고려해보세요. 미국채의 듀레이션이 큰 것에 투자할 경우, 금리가 1% 내릴 때마다 25~30%의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금리가 4%대에서 다시 1%대로 내려갈 경우, 75%~90%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주식은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고 자산 가격이 매우 싸질 때 나서는 게 좋을 듯합니다. 24년 주식 경험으로 보았을 때, 지금은 마지막 ‘깔딱고개’ 한 고비가 남았다고 생각됩니다. 서두르지 말고, 공부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신규섭 기자 사진 제공 데이빗스탁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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