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05 (금)
 실시간뉴스
한국박물관협회 12대 회장 취임, 조한희 한국자연사박물관장
한국박물관협회 12대 회장 취임, 조한희 한국자연사박물관장
  • 신민섭 기자
  • 승인 2023.03.2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께 문화복지를 선사하겠습니다“
조한희 한국박물관협회 12대 회장, 한국자연사박물관장

 

조한희 한국자연사박물관장이 지난 1월 12대 한국박물관협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 충남박물관·미술관 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4년간 협회를 이끌 조 회장을 국립중앙박물관 내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1976년 설립한 한국박물관협회는 전국의 박물관·미술관을 잇고 지원하는 협의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자격요건을 갖춘 박물관·미술관이 사회교육기관의 역할을 이행하도록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제도적 보호와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박물관 인력 양성과 콘텐츠 지원사업 등 크게 두 가지다. 한국박물관협회는 이에 따라 박물관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전시, 교육, 소장품 아카이브 등 콘텐츠 창출을 지원하며 국민의 문화 향유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박물관·미술관 간 교류와 학술·연구 사업, 박물관 운영 컨설팅을 통해 국내 박물관·미술관의 전문 역량을 확보하고 문화강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공헌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47주년을 맞은 한국박물관협회는 1월 12대 협회장으로 조한희 한국자연사박물관장을 맞았다. 이화여대를 나와 단국대 대학원에서 국제경영 박사 학위를 취득한 조 회장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 충남박물관·미술관 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자연사박물관을 이끌며 한국뮤지엄경영·마케팅학회 회장, 한국자원재활용과학교육학회 회장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자연사박물관이 있는 충남 공주와 서울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조 협회장을 국립중앙박물관 내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취임하시면서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협회장 선거를 준비하며 전국 곳곳의 박물관·미술관을 방문해 실무자는 물론 다양한 관람객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설립 주체와 장르, 세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문화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그분들의 진심을 통해 한국 박물관·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습니다.

협회장 취임이 그런 생각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박물관·미술관인 여러분께서 평생을 바쳐 일군 박물관·미술관이 품은 가치를 대중 여러분께 전달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며 모든 박물관·미술관인들의 공통된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는 앞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의 수요를 파악하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협회가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특히 마음을 쏟고 있는 일이 있습니까.

먼저 박물관·미술관을 위한 지원사업 확대와 사업고도화를 위해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박물관·미술관은 오랜 세월 쌓아온 저마다의 전문 콘텐츠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가장 잘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소장품 데이터 구축사업(국가문화유산 DB화) 등을 통해 박물관 콘텐츠의 내실을 다지고,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문화가 있는 날 같은 교육 사업과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으로 흥미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더 많은 관람객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박물관·미술관을 간과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의 기능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고 국내외 정세가 불안한 오늘날, 박물관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사회를 통합하는 문화의 힘이야말로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은 지친 일상에 위로를 전하며 활기를 불어넣고, 미래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며, 성별, 나이, 인종을 불문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총회에서 15년 만에 새로운 박물관 정의가 채택되었는데요, 박물관의 무한한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정의와 비교해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교육·향유·성찰·지식 공유를 위한 다양한 경험 제공”과 같은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새 정의에 윤리성과 다양성이 강조된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새로운 역할에 부합하기 위해 한국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한국 박물관계가 직면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섬세하고 긴 호흡으로 활발한 담론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ICOM이 박물관 정의 개정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던 것처럼요. 1991년 만들어진 한국 박물관·미술관 진흥법도 앞으로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맞도록 보강이 필요합니다. 전국 각지의 박물관·미술관들이 지역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연대해야만 산재한 목소리가 합쳐져 힘을 얻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협회는 저마다의 소중한 가치와 역할을 수행하는 박물관·미술관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곳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박물관·미술관은 다양한 여가 콘텐츠와 경쟁할 뿐 아니라 운영의 불안정성과 특성화 문제, 지역 격차와 문화 소외현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으며 디지털 역량 강화라는 새로운 도전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의 인력과 여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IT 기술을 접목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복안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디지털 역량이란 결국 소통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미술관의 전문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뒷받침된다면 독창성을 확보하고 국민 여러분께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지난 3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협회는 연결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박물관·미술관, 지역 간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작동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합니다.

협회 차원의 지원도 있을 듯한데요.

협회에서는 ‘전문인력 업무 표준안’, ‘박물관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제작 안내서’ 등 여러 사례를 정리하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드는 한편 국제학술대회, 박물관·미술관 발전 정책세미나 등 학술행사를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개최하며 문화예술계 이슈와 현황을 현장 실무자와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소통의 문은 모든 분께 열려 있으니 보다 활발한 소통과 논의를 위해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인 질문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박물관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었을 듯합니다.

한국자연사박물관 설립자셨던 시아버지(故이기석 박사)의 권유로 박물관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안과 의사이셨던 시아버지는 환자를 치료하며 모은 재산을 늘 사회에 환원하고픈 소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7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우수한 한국 과학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 하셨던 시아버지와 함께 1992년 대전보건대학교에 박물관학 수업을 개설했고, 1997년 재단법인 청운문화재단을 설립했습니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現 한국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준비하면서 저 또한 세계 최고의 자연사박물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다졌습니다.

 

 

한국자연사박물관은 시아버지께서 조 회장님께 남긴 선물인 셈이군요.

선물이자 제 운명이죠. 과학문화가 널리 확산되길 원하셨던 시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관람객께 신뢰와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박물관 운영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20여 년간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국내 박물관·미술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습니다. 대전보건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박물관학을 가르치고 충남박물관·미술관협의회장, 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이론과 현장 사이의 간극과 박물관·미술관인들의 고충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박물관과 함께하며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이렇게 협회장을 맡게 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려는 열정으로 가득합니다. 더욱 넓은 시각으로 견문을 넓히며 박물관과의 즐거운 동행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박물관과 오랜 인연을 맺으면서 에피소드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시아버님과 함께 만든 ‘박물관 특별 기념일’이 있습니다. 시아버님은 감을 좋아하셨고 저는 사과를 좋아해서 11월 1일을 ‘감사의 날’로 정한 거죠. ‘감사의 날’ 당일, 감과 사과처럼 붉은 옷을 입고 오는 관람객에게는 박물관 입장료를 50% 할인해주고, 선물로 감과 사과도 드리고 있습니다. 매사에 감사하며 본인의 재능을 타인을 위해 쓰고 싶어 하셨던 시아버님을 본받아 저도 겸허하고 밝은 마음으로 박물관과의 소중한 인연을 대하고 있습니다.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을 듯합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박물관 열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자연사박물관에서 뮤지엄 스테이 캠프를 운영하는데, 어린이 참가자들이 호기심에 가득 차 탐구심을 갖고 상상력을 펼치는 걸 보며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청운문화재단 평생교육대학원에도 문화예술과 관련한 강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청운문화재단 평생교육대학원에서 자연, 과학, 문화예술 분야를 융합한 자연과학문화예술 최고위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계각층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융합 지식과 전문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강좌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박물관의 가치와 역할을 알릴 수 있어 자부심과 기쁨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박물관협회의 지난 역사를 되짚어주시고, 협회장으로 포부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한국박물관협회는 지난 47년, 박물관계의 권익과 국민의 문화향유권 신장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박물관·미술관이 겪는 어려움을 타파하고 국민 여러분께 문화 복지를 선사해드리기 위해 협회의 책임은 막중합니다. 지난 세월 협회가 쌓아온 업적과 노하우, 그리고 그동안 박물관·미술관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한국박물관협회의 자체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구체적인 계획과 당부도 함께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변화한 사회 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제도와 지원사업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박물관 설립부터 폐관까지 운영 제반 영역에 대한 자문과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협회의 연구 역량을 개발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소통하며 회원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친숙한 한국박물관협회를 만들겠습니다. 협회 회원의 권리와 위상 강화, 박물관의 전문 교육기관 지정, 박물관 후원 사업 등 신규 사업을 발굴하여 한국박물관계를 대표하는 협회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예정입니다. 퀸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_신민섭 기자 사진_홍승모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