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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얼굴-행복과 생명의 詩를 그리다 한국시인협회 회장, 신달자
반가운 얼굴-행복과 생명의 詩를 그리다 한국시인협회 회장, 신달자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5.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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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를 앞둔 지금도, 시는 여전히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1964년에 쓴 ‘환상의 밤’이라는 시를 통해 등단한 지 어느 덧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시와 함께 한 시인의 삶에 파묻혀 살다보니, 어느덧 신달자 시인도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의 인생에 쉼표를 선물해줄 법도 한데, 이번에는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신달자 시인. 시를 통해 생명과 행복, 그리움을 그리는 그이를 오래간만에 만났다.
38번째 시인협회장을 맡다
한국시인협회는 전임 회장들로 구성된 원로 인사들이 평의원 회의를 통해 신임 회장을 추천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신달자 시인은 이건청 전임 회장에 이어 38번째 회장에 추대됐다.
“제가 회장을 맡을 거라는 이야기를 먼저 듣지는 못했어요. 다만 주위에서 이번에는 누가 될 것이라는 추측성 이야기들 속에 내 이야기가 있는 것을 들은 적은 있죠. 회장으로 내정되었다는 평의원 회의의 결정을 듣고 나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나한테 주어진 것이라면 잘해봐야겠다는 것이었어요.”
본격적인 임기를 앞둔 그이에게 지인들의 격려는 큰 힘이 되었다. 친분이 두터운 시인들에게서도 축하와 응원, 격려의 메시지가 이어진 것. ‘마음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낸 그이가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한 일은 1년간의 계획표를 짜는 것이었다.
“현재 1년 동안 주요 행사들은 이미 짜여 있는 상태예요. 시인협회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행사들이 있는데, 5월에는 시인들의 야유회가 있고, 6월에는 고등학생 백일장이 있고요. 8월에는 만해 축제 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이죠. 이 외에도 많은 행사들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찾아가는 시인들, 만나는 시인협회’라는 모토로 지방 시인들과의 만남도 주선할 예정입니다.”
신달자 시인을 필두로 한 38대 시인협회는 ‘시인들, 생명을 그리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는 2년간 시인협회가 나아갈 지향점이기에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다’라는 표현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있는 그대로 나열해보면, 그리운 것들, 그림을 그리다, 꿈을 그리다 등의 뜻을 담고 있죠. 생명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요즘 모든 인간의 문제가 생명과 직결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했어요. 환경파괴나 핵 위기 등 우리 사회가 가진 생명의 위기들을 시인들이 청결하고 깨끗하고 순수하게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같은 문구를 만들게 되었죠.”
시가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의 저변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할 터. 그이는 이미 시낭송회를 통해 대중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가는 협회 차원의 운동을 구상 중이다. 보는 것만큼 듣는 것의 위력을 최근 부쩍 늘어난 시 낭송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절감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시 낭송회가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는데요. 시인들이 참여할 곳이 많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과 만남의 장이 늘어난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요즘은 귀로 듣는 문학이 발달하는 것 같아요. 귀로 들으면 가슴으로 들을 수 있는데, 거기다 시인들의 육성으로 시를 들을 수 있으니 시에 대한 친밀감과 함께 시의 힘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시적 감수성은 잠들지 않는다
신달자 시인에게 시는 일상이다. 하루에 작품 구상을 얼마나 한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이의 삶과 시는 견고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제가 지난번에 집에서 넘어져서 왼팔에 깁스를 한 적이 있어요. 2달 동안 깁스를 하고 집에 있는 동안 시가 찾아오더라고요. 이를 테면, 어느 날 식탁에서 시가 뚝 떨어지는 것 같은. 그러한 것 중에서 시가 되겠다 싶은 것이 있으면 어디서든 메모를 해두고, 30~40번 정도 읽어나가면서 고쳐나가요. 저는 시를 찾아다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움직이는 어느 날 시가 나와 함께 한다는 느낌이죠.”
그이의 시적 감수성은 24시간 멈춰 있지 않다. 그러한 감수성은 어느 순간 무언가의 힘에 의해 그이만의 언어가 담긴 시로 탄생한다. ‘시인의 의식은 잠들지 않는다’는 심오한 표현 속에서 시를 바라보는 그이의 깊은 통찰력이 엿보였다.
“시상이나 작품의 영감은 모든 일상에서 와요. 시인의 의식은 잠들지 않아요. 시적 감수성은 잠들지 않고 24시간 활동을 하고 있죠.”
2010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그이는 “시를 쓴 지 5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앞으로 더 잘 쓰겠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수십 년 동안 시를 썼지만 시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제 인생에 있어 시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요. 사랑은 어느 정도 가면 시들해질 수 있는 데 반해, 시는 항상 저를 긴장하게 만들고, 겸손하게 이끄는 것 같아요. 제가 오랜 시간 시를 쓴다고 해서 시를 잘 쓴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시 앞에서는 겸손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행복의 열쇠, 가족이다
신달자 시인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인문학을 통해 행복을 이야기하는 강연에도 종종 나선 적이 있다. 인생의 선배로서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가족과의 소통’이었다.
“지금 많은 현대인들은 고립되어 있어요. 심지어 가족들의 단절과 비화합의 원인은 대화가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제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당신이 하루 동안 아내와 얘기를 한 것들을 적어보라’고 해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밥 먹었냐’, ‘언제 오냐’는 식의 단순 대화만 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죠. 많은 사람들이 피곤하고 어색하다는 핑계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지만 자꾸 뒤로 미루다가 해야 할 말들을 사멸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사멸된다는 것은 가슴 속에서 축적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런 것이 우리한테 심신의 병을 일으키고 결국 행복과 멀어지게 한다고 강조하는 편이에요.”
행복에 대해 막힘없이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자, 문득 신달자 시인의 요즘 행복이 궁금해졌다. 가족으로 인해 인생에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 그이에게 가족은 행복 그 자체라는 신달자 시인.
“제가 쓴 시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행복을 느끼지만 우리 딸들하고 가족 모임을 가질 때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아요. 가족 모임을 자주 갖는 편인데,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행복은 가까이에 있는 것이구나, 하고 다시금 알게 되죠.”

임기 마치고 여행 떠나고 싶다
시인들의 화합과 시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은 한국시인협회 신달자 회장으로서의 목표다. 특히 기업 CEO를 만나 회사 조직문화에 시가 녹아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물론, 시인으로서 작품 활동에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발표한 제 작품들이 스페인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되고 있고, 앞으로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통해 제 작품이 외국에 소개될 예정이에요. 내년에는 2007년 선보였던 시집 ‘종이’를 다시 낼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그이의 개인적인 바람은 소박했다. 지금껏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여행이라는 휴식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이기에 회장 임기를 마친 후에는 장기간 여행을 꼭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얼마 전 건강상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그동안 인생을 너무 바쁘게 달려와서 과로하니까 몸에 무리가 간 것 같았어요. 내년에 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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