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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이 만난 사람?-사람의 영혼을 울리는 노래 삶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한국의 ‘소리꾼’, 장사익
이재만이 만난 사람?-사람의 영혼을 울리는 노래 삶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한국의 ‘소리꾼’, 장사익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5.23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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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천 번이라도 좋다
몇만 번이라도 좋다
사랑

그리움에 지친 나그네
더 이상 외로움을 삭이지 마라
저 속 깊이 숨겨진
미움도 절망도 아픔도
다 토해내 버려라

장사익
혼을 사르는 소리는 대지의 영혼을 불러내어
세상의 모든 한을 달래고 우리에게 단비가 된다
천상의 절창(絶唱)은 별이 되고 바람이 되어
모든 맺힘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리라

장사익
오늘도 내일도 우리와 함께 우리를 위한
영원한 소리꾼

만나면 반가운 사람
만나면 이웃이 되는 사람
만나면 친구가 되는 사람
2012년 4. 20. 이재만

 


# 소리에 정성과 진심을 담다
10여 년 전, 장사익의 ‘찔레꽃’을 처음 들었을 때 그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자리에서 내리 20번을 반복해서 들었을 만큼, 장사익 특유의 구슬픈 감성은 가슴 깊숙한 곳을 두드렸다. 시골에서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자랐던, 십수 년 고단한 인생살이를 헤쳐 온 나와 비슷한 세대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토록 애절하고도 순박하게 ‘찔레꽃’을 부를 수 있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를 직접 만나게 된 날, 그 의문을 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집 대문 앞까지 맨 발로 뛰어나와 두 팔 벌려 손님을 맞고서는 예쁜 다기에 따뜻한 녹차와 간식거리부터 직접 정성스레 차려나오는 그. 사람은 살아온 대로 얼굴이 변한다고 했던가. 웃음으로 만들어진 선하고 인자한 주름이 그가 지금껏 살아온 인생, 그리고 ‘장사익’이라는 사람이 가진 인간미를 대변해주는 듯했다.

이재만 2년 전부터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계시다고요.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는 관객점유율 1위를 기록하셨고, 5대 도시에서 전석 매진이 됐다고 하시던데요.
장사익 나이 먹어서 노래를 한다니까 많은 분들이 호기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제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장년층이 많거든요. 사실 요즘에는 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문화는 많이 부족한 편인데, 그나마 저를 통해서 문화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찾으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생각을 하면 저 스스로도 사명감을 느끼게 돼요. 그러니까 제 나름대로 더욱 정성을 쏟기 위해 노력하고요. 늘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공연을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이재만 선생님께서는 관객들에게 일일이 직접 이름을 써서 편지를 보낸다고 하시던데요. 수천 명이 되는 관객들에게 그렇게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장사익 옛날에는 철마다 저를 찾아주시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엽서를 보내드리곤 했는데, 지금은 죄송스럽게도 제가 게을러져서 그것도 잘 못하고 있어요. 관객들에게 편지를 드리자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저를 찾아주시는 관객들하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 그 한 가지 때문이죠. 제가 컴퓨터를 잘 못하니까 SNS를 사용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보면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소통을 하는 거죠(웃음).
이재만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생님의 인기가 폭발적이신데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공연을 하셨는데, 해외에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장사익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무래도 외국에 나가면 그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이니까 호기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외국인이 와서 노래를 하면 왠지 모르게 신비스럽고 그런 게 있잖아요(웃음).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들은 조국에 대한 향수로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고요.
이재만 ‘퓨전 명창’이라는 닉네임도 갖고 계신데요. 오케스트라, 재즈음악 등을 결합한 공연들도 세계 팬들에게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장사익 저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음악공부를 한 케이스가 아니잖아요. 제가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이 사물놀이패에서 태평소를 불면서예요. 사물놀이가 끝나면 뒤풀이로 막걸리도 한 잔 하고, 즉흥적으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데, 그게 지금 제가 부르는 노래의 모태가 된 셈이죠. 어떤 때는 북 하나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피아노가 있으면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 그런 것들을 자유롭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재만 나라마다도 특색이 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장사익 주로 미국과 일본에서 공연을 많이 했는데,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해요. 노래가 끝나면 바로 박수를 쳐주시죠. 그런데 일본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노래가 끝나면 몇 초간 공백이 있다가 뒤늦게 박수가 나와요. 그 이유가 미국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를 자연스런 감성으로 받아들여요. 슬프면 슬픈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노래가 슬프면 왜 슬픈지, 즐거우면 왜 즐거운지,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감성적인 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감성적이기보다는 합리적인 부분이 더 많아서겠죠.
이재만 그렇군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음주가무에 능해서 술 한 잔 걸치고도 절로 흥에 겨워 팔 한 번 들어 올리면, 그게 춤이 되고 사람들이 하나씩 일어나서 판이 벌어지면 그게 곧 예술 공연이 되는, 살아 있는 예술혼의 극치를 보여주곤 했는데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확실히 우리 민족의 정서에 흥과 끼, 멋, 예술의 기운이 많이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노래는 주로 시를 가사로 삼아서 작곡을 직접 하시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장사익 클래식은 몇 백 년 동안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 장르잖아요. 말 그대로 유행을 타지 않는 깊은 감성이 스며있는 장르인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은 흔히들 ‘유행가’라고 해요. 유행이라는 것은 시간과 장소가 국한되어 있는데, 그 말인 즉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거나 없어진다는 뜻이에요. 그럴 때 노랫말이 좀 더 의미 있게 붙여지면 ‘유행가’들도 클래식처럼 오랫동안 남겨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어요. 시에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녹아 있거든요.
이재만 특별히 애착이 가는 가사가 있으신가요?
장사익 제 7집에 ‘역’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 보면 덩달아 뿌리내려 나무 될 줄 알았다’라는 가사가 있는데, 딱 우리의 인생을 표현하는 가사 같아요. 삶 속에서 서성되며, 나무를 꿈꾸는 우리의 삶이요. 있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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