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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월드컵 동메달 수상한 ‘체조요정’ 손연재와의 ‘이메일 수다’
2연속 월드컵 동메달 수상한 ‘체조요정’ 손연재와의 ‘이메일 수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6.2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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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그려오던
꿈의 무대니까요”

손연재 선수는 최근 러시아 펜자 월드컵과 불가리아 월드컵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연속으로 목에 걸었다. 한국 체조사를 다시 쓰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평소 가녀린 체구에 목소리마저 가냘픈 소녀지만,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좌중을 사로잡는 강렬한 눈빛으로 리듬체조 기대주다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손연재. 런던올림픽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손연재는 고된 훈련 속에서도 톡톡 튀는 소녀 감성이 담긴 언어로 기자의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해줬다.

 

월드컵 앞두고 12시간씩 훈련했어요
손연재는 최근 두 차례 리듬체조 월드컵 출전에 대비해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야만 했다. 그마저도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날에는 15시간 가까이 훈련으로 땀 흘린 적도 있었단다. 연습량이 많아 힘들었을 법도 한데, 손연재는 그 이유에 대해 담담하게 말했다.
“아마 코치님이 체중 조절을 위해 훈련을 많이 시킨 것 같아요.”
고된 훈련으로 지칠 때면 손연재는 리듬체조 입문을 권한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훈련을 위해 러시아에 혼자 있어야 할 때면 혼자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생길 때면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다보면 끝이 없으니까요. 아니면 엄마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요.”
훈련을 통한 쓰디쓴 인내는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세계적인 리듬체조 월드컵 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동메달을 따낸 것이다. 손연재는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말한다.
“펜자 월드컵에서 첫 메달을 따냈을 때 정말 기뻤고요. 그 다음부터 자신감이 붙어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펜자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깜짝 수상하며 체조계 신성으로 떠오른 손연재에 대한 견제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수들과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은 당연히 있어요. 개인종목이라 해도 상대방의 경기에 기죽지 않으려고 항상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는 편이죠.”
또한 경기력을 저하시키는 과도한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 손연재는 자신에게 ‘수구와 내가 하나다’라며 자기 최면을 건다고 밝혔다.
“경기를 앞두고 긴장될 때마다 ‘수구와 내가 하나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경기 전에는 가급적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제가 진행할 경기에만 집중해요.”

 

운동하면서 남친 사귀는 건 힘들어요
경기장 밖에서의 손연재는 여느 또래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18살 소녀다. 트위터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트친(트위터 친구)’들에게 글을 남기기도 한다. 또 틈틈이 시간을 내어 책이나 음악을 듣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 전지훈련에는 어김없이 책을 챙긴다는 손연재. 하지만 체중이 중요한 리듬체조 선수답게 평소에도 식사량 조절은 피할 수 없다. 모든 리듬체조 선수의 숙명이기에 담담하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 했다.
“사실 저는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저 먹지 못해서 그렇죠. 리듬체조에서 체중 조절은 필수예요. 아름다운 표현을 해야 하고 또 점프나 고난도 동작을 할 때 체중이 늘면 하기 더 힘들어져요. 리듬체조의 숙명이라고나 할까요. 특히 훈련이나 대회 기간 중에는 영양분 있는 음식을 최소로(?) 먹어요.”
문득 국민 여동생에게 남자 친구의 존재 유무가 궁금해졌다. 18살 아리따운 소녀가 이성친구와의 교제 경험이 한 번도 없을까. 아쉽게도 손연재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운동을 핑계(?) 삼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피해가는 바람에, “남자친구 사귀면서 운동하는 건 정말 어렵지 않을까요?”라는 두루뭉술한 대답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의 권유로 리듬 체조를 시작한 손연재의 소원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런던올림픽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것, 다른 한 가지는 아빠의 생일과 겹쳐 있는 런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 아빠에게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을 주는 것이다. 런던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오직 한 가지 열망이 담겨 있는 야심찬 포부인 셈이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엄마 생일과 비슷한 시기여서 엄마가 ‘내 생일 선물 갖고 왔네’ 하고 좋아하셨는데, 이번 올림픽은 아빠 생일과 비슷해서 아빠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보기보다 애교가 그리 많지는 않은데, (지면을 빌려)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뚜렷이 알게 된 의젓함과 착한 심성, 그리고 야무지기까지 한 손연재가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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