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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이 만난 사람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47년 외길 인생, 영원한 현역 변희봉
이재만이 만난 사람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47년 외길 인생, 영원한 현역 변희봉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8.23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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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다
어디가 출발점이고 어디가 도착점인가 ?

삶이 다소 힘에 부치기는 하였지만
걷고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잠시 한숨 쉬어
네 마음과 내 마음이 맞닿은 멋진 길 만날 수 있으리......

만남
그 동안의 인생은 무엇이고 지금의 인생은 무엇인가 ?

변희봉
47년의 연기인생
희노애락의 깊은 애틋함속에
길따라 굽이 굽이 바람소리 풍경소리.
길따라 굽이 굽이 사람소리 사랑소리.
소리는 침묵을 깨고
그가 울고 웃는 몸짓은
뿌리깊은 나무가 되어
축복의 열매를 맺는다

변희봉
노장은 늙지 않고
영원한 청춘이어라
영원한 샘물이어라

변희봉
만나면 친구가 되는 사람
만나면 이웃이 되는 사람

2012. 7. 20  청파 이재만

 

언제나 ‘진화하는’ 배우 변희봉

변희봉을 만나기로 한 날은 마침 올 여름 첫 태풍이 북상한 날이었고,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빗줄기에 교통체증까지 더해지니 불쾌지수가 꽤나 높아졌던 때였다. 그러나 그는 약속 시간 40분 전부터 일찌감치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배우 변희봉은 47년 연기 인생사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한 번도 촬영 현장에 지각을 한 적이 없다는 전설이 곧바로 수긍되는 순간이었다. 오는 8월 9일 개봉하는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추석 무렵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간첩>까지 올해만 해도 두 편의 영화에 출연, 일흔이 가까워오는 나이에도 그를 향한 충무로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렇듯 일상의 작은 것 하나까지 확실하게 신뢰감을 주는 그의 올곧음 때문일 터다.

이재만 올해 개봉하는 영화<나는 왕이로소이다>와 <간첩>에서 전혀 또 다른 모습으로의 연기변신이 궁금합니다. 영화에서 맡으신 역할과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부터 해주시죠.
변희봉 두 작품 모두 제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갔을 정도로 상당히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색다르게 풀어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먼저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이 알고 보면 소심하고 게으른 데다 왕이 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엉뚱한 전제에서 시작하는 유쾌한 사극 코미디에요. 궁을 떠난 왕은 하루아침에 세자에서 노비가 되지만, 세상으로 나와 백성들의 고달픈 현실을 마주하며 점차 덕과 지혜를 갖춘 군왕이 된다는 웃음에 감동까지 곁들인 스토리죠. 이 작품에서 저는 권력욕에 불타는 영의정 신익 역을 맡아 인간의 본능 깊은 곳에 있는 한껏 탐욕스러운 면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하반기에 개봉을 앞둔 영화 <간첩>은 간첩신고보다 물가상승이 더 무서운 말 그대로 생활형 간첩들이 고국에서 돈을 받아내기 위해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는 이중작전을 그린 유쾌한 리얼 첩보극이에요. 저는 극중에서 40년 고정간첩으로 출연해 동료들과 생활비를 위한 고군사투를 벌이게 되죠(웃음). 두 영화 모두 온 가족이 가서 함께 가서 유쾌하게 웃으며 보고, 영화가 끝날 때는 긴 여운까지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이재만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간첩>이 관객들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변희봉 먼저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는 왕이 되기 싫어 궁을 떠난 왕자 충녕은 노비가 되면서 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아니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성장해가는데요. 이는 우회적으로 백성에게 존경받는 왕이 되기 위해서는 백성의 삶으로 직접 뛰어 들어가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자 하는 거죠. <간첩>은 분단국가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아직 우리나라는 남·북이 갈려있기 때문에 위기의식과 경각심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이재만 전작인 <살인의 추억>, <괴물>같은 흥행대박 작품들로 이제는 흥행보증수표 배우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하면서 힘들거나 혹은 보람되거나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셨을 것 같은데요.
변희봉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보기에는 화려해보이지만 어떤 직업보다 고생을 많이 하는 일이에요. 낮과 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밤새는 것은 예사 일 정도로 숱하게 많으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촬영하는 동안의 대부분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순간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할 정도로 힘들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고생을 하고 탄생한 작품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면, 그간의 힘들었던 것들이 모두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거예요. 역시 배우는 관객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배우라면, 대부분이 저와 똑같은 마음일 거예요.
이재만 지금껏 주로 악역을 많이 맡으신 편인데요. 그 작품에 몰입하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도 평소 악역에 대한 연습(?)이 필요할까요.
변희봉 허허. 일단 저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을 갖추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더욱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덕성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만 선한역이나 악역,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평소 도덕성을 지켜오던 사람은 연기할 때만 잠시 도덕성을 버려버리면 악역도 연기 할 수 있는데, 도덕성 자체가 배어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연기를 하려고해도 오래 가지 못하거든요. 선한역은 물론이고 악역 역시 자기 의지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한계가 오니까요.
이재만 작품을 하시면서 애드리브를 많이 하시기로도 유명한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살인의 추억>에서 극중 아들 역으로 나온 송강호 씨에게 오징어를 두고 애드리브를 했던 장면이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변희봉 그 장면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요(웃음). 저는 기본적으로 배우는 감독이 원하지 않는 애드리브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날 오징어 굽는 장면을 촬영할 때 봉준호 감독이 그러더라고요. 평범하게 오징어를 굽는 장면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은데, 아무리 해도 장면이 살지 않으니 마음대로 한 번 대사를 해보라고요. 그렇게 감독의 애드리브 사인이 떨어지자 저도 곧바로 본능적으로 오징어에 몰입했죠(웃음). 슛이 들어가고 나서 극중 아들인 송강호에게 “오징어는 귀때기 맛 다르고, 다리 맛 다르고, 그 중 가운데 긴 다리 맛이 특별히 다른건데 말이야”라고 말하며 오징어 강연(?)을 펼쳤어요. 그런데 그게 재밌었나 봐요. 그 한 번의 애드리브 후 바로 오케이 사인을 내려주더라고요(웃음).
이재만 그러고 보면 봉준호 감독과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까지 총 세 작품을 함께 하셨지요. 감독과 배우간의 신뢰가 어떤 누구보다 돈독해 보입니다. 보통 감독들과 배우들은 어떻게 소통해서 서로를 파악하나요?
변희봉 감독과 배우 간에는 기본적으로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존경심이라는 것이 가만히 있는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고, 서로가 열심히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 생기는 것이죠. 보통 촬영 전에 콘티를 미리 정해놓는데, 아무리 콘티를 완벽하게 짜놓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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