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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히로인 여배우 김정난의 재발견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히로인 여배우 김정난의 재발견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2.09.07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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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이 있는 아우라를 내뿜을 수
있다고 생각해, 늘 변신을 꾀하며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

 

드라마 <신사의 품격>과 <각시탈>을 통해 정반대의 매력을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정난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연일 이어지는 인터뷰에 매일매일 라디오 진행까지 소화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스케줄의 연속이었기 때문. 매니저와 몇 차례의 약속변경 끝에 결국 그녀를 만나게 된 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첫인상이었다. 기자 역시 얼마 전까지 드라마에 너무 몰입했었기 때문인지 극중에서 보여줬던 쿨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연상했었는데, 뽀얀 피부에 말간 미소를 띠운 그녀는 너무도 ‘소녀’스러웠다. 여성스러운 말투와 손짓으로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 모습까지 극중 ‘청담마녀’에게는 없는 사랑스러움이 물씬 묻어났다. 게다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솔직하고 담백한 매력까지 엿보였다. 배우 김정난은 극중 ‘청담마녀’보다 훨씬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종영 그 후

<신사의 품격>에서 김정난이 맡은 박민숙 역은 청담동 스트리트 하나를 통째로 소유하고 있는 미모의 재벌녀지만 자신이 가진 돈과 지위를 안하무인으로 악용하지 않는 개념녀다. 이렇게 남부러울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바람둥이 철부지 남편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하는 아픔을 가진 역할이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쿨하고 결단력 있는 여성 CEO지만 사랑 앞에서만큼은 냉철하게 끊어낼 수 없는 미묘한 감정변화가 중요한 캐릭터로, 그녀는 극중 박민숙의 매력을 120%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은숙 작가님이 박민숙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것 같아요. 민숙은 극중에서 삐뚤어진 사회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또 평범한 여자들의 감성을 대변하기도 했죠. 말을 많이 하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고 의미가 있는, 임팩트 있는 여자가 박민숙이었어요. 하지만 또 그녀 나름대로는 내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멋있으면서도 짠한 인물이었어요.”
시청자들에게 받은 사랑만큼 박민숙은 그녀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가는 인물이었기에 드라마의 마지막 촬영을 마쳤을 때는 시원섭섭한 감정이 교차했다. 연일 이어지는 밤샘촬영에 체력적으로는 말 그대로 ‘멘탈 붕괴’ 상태였지만, 막상 드라마가 끝나니 조금은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 두 편에 매일 저녁 고정적으로 tbs 라디오까지 진행하다보니 하루에 2~3시간만 자도 정말 호사를 누리는 거였죠. 어떻게 촬영을 무사히 마쳤나 모를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어요. 그래도 배우는 연기를 할 때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신사의 품격>과 <각시탈>까지 두 작품 모두 시청자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더욱 힘을 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대기만성’형 배우

김정난은 1991년 KBS 14기 공채탤런트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빼어난 외모와 남다른 끼로 자연스레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그녀였지만 처음부터 배우의 꿈을 키웠던 것은 아니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그저 학비라도 자신의 힘으로 벌어보자는 마음으로 공채탤런트 시험에 지원하게 됐고, 두 번의 도전 끝에 합격을 했다. 연극영화과에서 쌓은 탄탄한 연기실력으로 이듬해에는 곧바로 청춘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 이병헌, 고소영과 함께 출연, 청춘스타덤에 올랐지만, 그와 동시에 슬럼프도 찾아왔다. 이유는 의외로 외모 콤플렉스 때문이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듣고 있는 말이기도 한데, 저는 소위 말하는 카메라발이 정말 안 받는다고 해요(웃음). 일단 여배우라면 기본적으로 어떤 각도에서 찍던 외모적인 문제는 없어야 하는데, 저는 화면에 너무 안 예쁘게 나온다며 감독님들께 타박을 많이 받았거든요. 사실 저도 배우가 되기 전에는 나름 동네에서는 한 미모했는데 말이죠(웃음). 그때는 지금보다 어렸을 때라 주변의 그런 반응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는 심각하게 ‘나는 배우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보다’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실제로 그녀의 실물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작은 얼굴에 뽀얀 피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까지, 확실히 카메라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실물보다는 화면에 아름답게 비춰져야 하는 것이 여배우의 숙명인지라 그녀는 꽤 오랜 기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젊은 날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과거의 힘든 경험들은 그녀를 ‘반짝 스타’가 아닌 ‘진정한 배우’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의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난 21년간 약 30편의 드라마에서 중요한 조연역할로 출연하며 쌓아온 탄탄한 초석과 다양한 경험은 오늘날 배우 김정난의 완벽한 연기력을 완성했다.
“언젠가는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일찍 겪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관에 대해 남들보다 좀 더 일찍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요. 배우는 누가 알아주기 위해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말이에요. 스타를 꿈꾸지 않았기에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유롭고, 행복한 ‘골드미스’

동안외모지만 그녀는 올해로 불혹의 나이가 됐다. 또래 일반인이라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을 적지 않은 나이, 하지만 그녀는 시간에 쫓기며, 순리를 거스르고 싶지는 않다. 서둘러서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다.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도 없고, 마지막 연애도 2년 전이라는 그녀의 싱글생활이 외롭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그녀는 배우로서의 삶에 온전히 충실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도 행복하다.
“주변에서도 다들 외롭지 않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저는 전혀 외롭지 않아요. 오히려 그래서 문제죠(웃음). 저도 과거에는 남자친구가 있었던 적도 있고, 행복하게 데이트도 하며 후회 없이 사랑도 해봤기에 사랑에 대해서는 아쉬움이나 욕심은 없는 편이에요. 물론 앞으로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굳이 억지로 없는 남자를 찾아다니고 싶지는 않아요. 인연이 있으면 제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또 사랑하게 되겠죠.”
이는 ‘결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결혼적령기’라는 것은 없다는 게 그녀의 가치관이다. 각자가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또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는 만큼 그 ‘때’라는 것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배우자나 남자친구의 유무 역시 결핍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의미로 본다면 싱글이어도 외롭다고 느낄 이유가 없다는 것. 다만, 이렇게 순리대로 흐르다 언젠가 인연이 나타난다면, 친구 같은 애인, 부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있다. 20대 시절만 해도 연인이라면 서로의 생활을 구속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며, 배려해주는 관계야 말로 정말로 멋지고 또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거기다 생각도 통하고, 말도 잘 통하면 좋겠죠. 그리고 이왕이면 취미생활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저는 문화공연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남자친구는 그런 것이 질색이라면 데이트를 하기가 어렵잖아요. 제가 좀 대범하지 못한 스타일이라 외모적으로는 조금은 강하고 남성적인 스타일이었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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