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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기-정운찬 전 총리가 말하는 ‘아름다운 동행’의 첫걸음
함께 걷기-정운찬 전 총리가 말하는 ‘아름다운 동행’의 첫걸음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3.03.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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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아름다운 동행’을 떠나는 첫걸음이다”


고백컨대, 처음 정운찬 전 총리를 인터뷰하기로 했을 때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앞섰다.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그의 화려한 경력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의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경제’라는 특정 분야의 무지함으로 인한 지적 콤플렉스 때문이었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솔직한 표현일 게다. 학자에 대한 편견도 한 몫 했다. 학자라고 하면 하는 말마다 현학적인 표현을 일삼을 것 같고, 또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면 면박을 당하는 것은 아닐지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풀어졌다. 그의 말은 어려운 ‘경제 이야기’라기보다 차라리 ‘삶의 철학’에 가까웠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던, 그럼에도 생각보다 이루기 쉽지 않던 ‘더불어 사는 사회’ 이야기였다.

한국 사회의 시대적 사명 ‘동반성장’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그가 국무총리 후보자 신분이었을 때다. 당시 많은 취재 인파 속에서 명함 한 장 건네고 짧은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지만 생각보다 소탈한 모습에 호감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언론에서 그의 소식이 전해져 올 때면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는 국무총리를 사퇴하고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자리마저 박차고 나왔다. 세인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서 나온 뒤 그가 한 일은 동반성장연구소를 차린 일이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라는 직함으로 다시 뛰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보다 좀 더 자유롭게 연구하고자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하고 지금껏 바쁘게 생활하고 있어요. 동반성장 문화의 조성과 확산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포지엄도 열었고 고등학교, 대학, 신문사, 협회 등을 돌아다니면서 특강도 많이 했어요. 동반성장이 뭐냐, 왜 필요한가, 어떻게 하면 좋은가, 동반성장이 되면 무엇이 좋은가 이런 것을 홍보하러 많이 다녔어요.”
그가 남은 생애 동안 화두로 들고 갈 ‘동반성장’을 구체화하기 위해 둥지를 튼 곳은 서울대 부근의 한 오피스텔이었다. 총리까지 지낸 사람의 사무실치고는 꽤 소박해 보였다. 처음에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에 차렸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최근에야 이곳으로 이사를 했단다.  
“중소기업들과 더욱 많이 접촉하고자 구로디지털단지에 자리를 잡았어요. 또 그곳이 과거 산업화시대 구로공단이라는 상징성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봤더니 중소기업들이 바빠서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더군요. 또 시내중심가와 멀어서 사람들이 오가는데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제가 대학교수 출신이다 보니 학교 옆에 있는 것이 교수들에게 좀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도 있어요.”


최근 그는 <미래를 위한 선택 동반성장>(21세기북스)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일종의 동반성장 총괄서적이다. 몇 년 전부터 그가 그토록 외치는 동반성장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기에 대통령에 건의해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고, 또 연구소까지 차려 가며 “생애 최대의 화두”라고 표현할 만큼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동반성장은 한국사회의 시대적 사명입니다. 점점 양극화가 심해져서 이대로 두면 서민경제는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 파탄도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어요. 이 문제는 동반성장을 통해 풀어야 합니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같이 성장하자’는 의미예요. 동반성장이라고 하면 흔히들 ‘부자들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자’는 것으로 오해하곤 하는데, 그런 개념이 아니에요.”
그가 말한 동반성장이란 더불어 살기 위해 ‘네 것을 좀 줄여서 나한테 달라는 것’이 아니라 ‘같이 성장하자’는 뜻이다. 일정하게 정해진 파이를 두고 한쪽이 더 가짐으로써 다른 한쪽이 덜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파이를 더 크게 하고 분배도 공정하게 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더 가질 수 있게 하자는 것,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분배도 공정하게 해서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사는 것이 핵심이다.

정ㆍ재계의 뜨거운 감자 ‘초과이익공유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시절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기업, 흔히 ‘재벌’이라고 불리는 기업가들과의 마찰이 적지 않았다. 이런 압박에도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그가 내세웠던 초과이익공유제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192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나온 것입니다. 영화 제작자들이 영화를 만들려면 감독도 구해야 하고, 배우도 구해야 하고, 배급처도 구해야 하잖아요.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큰 돈을 줄 수는 없죠. 그래서 ‘처음에는 이만큼 개런티를 주지만, 대박이 터지면 더 주겠다’는 개념이 초과이익공유제입니다.”
그는 초과이익공유제는 크라이슬러나 롤스로이스 같은 자동차 회사에서도 이전부터 해왔던 제도라고 말했다. 그가 주장한 초과이익공유제는 초과이익을 대기업 내부에서 임직원 간에  나눠 갖는 것을 기업과 기업, 그러니까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나눠 갖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설명해보죠.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적인 나라입니다. 수출이 잘 돼야 살 수 있는 구조죠.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55%에 달해요. 수출을 잘하려면 품질이 좋거나 값이 싸야 합니다. 그런데 품질을 좋게 만들기는 쉽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죠. 특히 수출 대기업의 임직원들은 매년 평가를 받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합니다. 그러니 수출 대기업의 임직원들은 가격경쟁의 유혹을 받게 되는 것이죠. 가격경쟁이라는 것은 가격을 싸게 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원가절감을 해야 합니다. 원가절감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가장 단기에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중소협력업체의 납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에요. 납품가를 낮추면 수출가가 내려가고, 수출가가 내려가면 수출이 잘되고 이익이 많이 남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한테 납품가를 낮춰서 수출이 잘돼 이익이 많이 남았으니, 보상적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나누자는 아이디어였어요.”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은 이익금을 받아 이를 고용안정에도 쓸 수 있고, 기술개발에 쓰는 것도 가능해진다. 혹은 해외진출을 위해서도 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이 튼튼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치계에서도 찬반이 갈리며 논쟁거리가 됐다. 그는 “중소기업이 발전하면 궁극적으로 대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피부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동반성장 위해 정부의 적극적 개입 필요 
최근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뜨거운 이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그에게 자신이 말한 동반성장과 정치권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동반성장은 비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대ㆍ중소기업 간, 빈부 간, 도농 간, 지역 간, 남녀 간, 남북 간, 국가 간 등 굉장히 넓은 개념이죠. 동반성장이 경제민주화를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고, 경제민주화는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한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올바르게 하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는 20여 년 전 자신의 책을 통해 경제민주화에 대해 정의한 적이 있다. 그가 말한 경제민주화란 이렇다.
“정치적인 민주화는 각자가 1인 1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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