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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언젠가 현실이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말하는 ‘서울시의 푸른 미래’
꿈은 언젠가 현실이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말하는 ‘서울시의 푸른 미래’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3.04.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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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구나’하고 느꼈던 것은 몸살 때문이었다. 해마다 한 차례씩 지독한 감기에 걸리곤 하는데 그때가 다름 아닌 초봄쯤이다. 감기 기운과 섞여 사나흘 왔다가는 정도가 아니라, 열병처럼 그야말로 온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나서야 겨우겨우 빠져나간다. 최초의 느낌은 덜 익은 단감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처럼 입맛이 떫고, 후에는 찬 수저만 들어도 금세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몸이 후끈한가 싶으면 냉골처럼 차가워지고,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눈이 뻑뻑해지며 서서히 동공이 출혈된다. 이때부터는 어떠한 처방도 소용없다. 그저 며칠 집에서 앓는 수밖에 없다. 한 10년 전부터 연례행사처럼 겪는 일이라 이맘때가 되면 응당 그러려니 하며 봄을 맞는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며칠 앓고 나면 몸이 가뿐해진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러 가는 날이 그랬다. 며칠 동안 방에서 끙끙 앓다가 외출한 첫날이라 나른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언제보다 몸이 가벼웠다. 몇 해 전 인터뷰 차 만났던 한 동양철학자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몸살은 단순히 병이 아니라 몸을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몸과 마음에는 매일 독이 쌓이게 되는데, 독이 쌓이면 몸살이 찾아와 몸과 마음에 쌓인 독을 가져가 준다는 것이다. 일년에 한 번씩이라도 몸살이 안 오면 급기야 큰 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서울시 역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임기 중에 사퇴했고, 이에 따른 보궐선거로 서울은 물론 나라 전체가 떠들썩했다. 당시 박원순 후보의 당선으로 서울시의 몸살은 일단락됐다. 박 시장은 시장 당선 이후 1년여 기간을 ‘몸살로 엉클어진 서울시 행정’을 바로 세우는데 집중했다. 서울시장 후보자 시절 인터뷰 후 1년 4개월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함께 꿈꾸고 소망하는 일들을 실천해 나갈 것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니 먼저 한쪽 벽면을 빼곡히 메운 포스트잇에 눈길이 갔다. 그는 선거 운동 당시 서울 시민이 적어준 메시지를 잊지 않기 위해 취임 후 시민들의 쪽지를 사무실 벽면에 가득 붙여놓았다. 시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취임 후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왔다. 그는 “백두대간을 걷기 시작할 때만 해도 서울시장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서울시장이 돼 있더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람이 자신의 인생도 마음대로 결정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시장이 됐냐고 묻는다면 시대라고 해야 할까, 역사라고 해야 할까.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역사의 힘, 시대의 힘이 저를 이 장소로 이끌었고, 또 지금 하고 있는 많은 일도 그 흐름 속에 있어요.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생각이나 정책들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것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꿈꾸고 함께 소망하는 일들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은 제 생각으로 펼쳤던 일이라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또 요청하고 꿈꾸는 많은 일을 듣고 실천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시장이란 자리가 마치 파도가 몰려오는 것처럼 일이 밀려오는 자리라고 비유했다. 그동안 많은 일을 해오면서 어떤 일들은 엉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일에 열광한다고 했다.
“잘 풀리는 일은 제가 관계할 일도 아니고, 가만히 있어도 되는 일이잖아요. 반면에 잘 안 풀리는 일들은 ‘어떻게 풀까’ 고민하게 되고, 집착하게 되고, 논의하게 되죠. 그렇게 하다 보면 부합돼 해결법이 보이기도 해요. 그때 느끼는 희열이 있죠. 이런 것들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가 취임하면서 많은 사람이 가장 관심을 뒀던 점 중 하나가 ‘서울시 7대 이슈 사업’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였다. 이 사업들은 모두 전임 시장들이 벌려놓은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은 연속성이 있어요. 사람의 삶도 계속해서 연속성을 갖듯이 사업도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전임시장이 남겨준 유산은 해결하거나 유지하거나 더욱 발전시키거나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시 신청사만 해도 건축사들이 최악의 건축물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최고의 건축물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외형의 건물은 어쩔 수 없지만 인테리어라든지 스토리텔링이라든지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최고의 건물로 만들 것입니다. 저는 못 말리는 긍정론자이면서 극단적 낙관론자입니다(웃음).”
난관에 봉착했던 사업들은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가고 있고 많은 부분은 이미 해결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물은 이미 완공되어 2014년 3월 3일 3시에 오픈하기로 결정이 난 상태다. 그는 건물의 완공도 완공이지만 그 건물을 어떻게 써서 주변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이와 관련된 정책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러 현안 중에 가장 어려움을 느낀 사안은 뉴타운 문제라고 꼽았다. 다양한 갈등을 조율해서 시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구조를 만들어내기 가장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에 뉴타운으로 지정된 구역만 600곳이 넘는데, 같은 지역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전문가 의견도 제각각이었어요.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점을 찾으려니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수십 차례 회의 끝에 결국 그곳에서 살아왔고, 살아갈 주민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고, 이를 원칙으로 출구전략을 완성했어요. 물론 갈등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영역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쉽지 않겠지만 우리의 노력이 축적되면서 하나씩 해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무산 위기에 처해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역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파산 위기에 처한 데 대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해결책이라는 것이 완벽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차선을 선택할 때도 있고, 때로는 최악을 막는 차악을 선택할 때도 있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워낙에 큰 프로젝트여서 이미 서울시 손도 떠나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많은 주민의 피해가 우려되어 어떻게 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시적 성과보다는 시민의 삶의 질 높이는데 주력하겠다
그는 “올 한 해 서울시민들의 삶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민생’을 위해 달려 나갈 계획”이라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반은 복지라고 했다.
“우리가 고도성장을 지향해 오다가 그 성장이 2만5천 달러에서 멈춰 문지방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더이상 국가성장과 경제발전이 불가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삶의 질, 통찰과 성찰, 문화와 예술, 창조와 혁신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는 산업은 대체로 지식 기반, 또는 문화예술 기반의 사업들이에요. 이런 사업들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삶의 질이 높고, 영혼의 자유로움이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복지는 결코 소비나 낭비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창조를 위한 기반입니다. 저는 그것이 민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까닭에 올해 시정 중 중요하게 추진될 사업은 사회복지다. 서울시 전체 예산의 29%를 저소득층 지원, 보육, 보건의료, 여성 일자리 등 사회복지에 쓸 예정이다. 이는 ‘서울시가 어려운 시민들의 언덕이 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그는 무리한 대형 사업을 하지 않고 차분히 시정을 돌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전부터 임기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해 왔다.  &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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