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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의 암 투병을 기록하다 최인호 작가가 말하는 ‘삶의 진실’
지난 5년간의 암 투병을 기록하다 최인호 작가가 말하는 ‘삶의 진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3.04.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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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은 신이 우리에게 내린 명령(命令), 그래서 생명(生命)”

최인호 작가는 침샘암 선고를 받은 이후 언론과의 접촉은 피하고 있다. 암 투병 중인 자신의 이야기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노출하고 싶지 않은 게 그의 바람일 터다. 실제로 그는 책 후반부에 자신의 암 투병기가 언론에 노출된다는 것이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가져다주는지 언급하기도 했다.
“나는 절대로 투병 사실이 보도될 만큼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화제의 인물도 아니다. 물론 유명인사의 투병 사실이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준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는다. ‘쯧쯧쯧, 안됐군’하는 연민의 대상을 주위에서 발견하는 것은 지친 소시민들에게 심리적 위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집중 폭격을 맞는 당사자는 물론 특히 그 가족들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최 작가는 세상과 유일한 소통의 창구로 가톨릭 서울대교구에서 발간하는 <서울 주보>를 선택했다. 그는 5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신앙고백과 암 투병생활 중에 얻은 사유 등을 글로 써냈다. <서울 주보>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 최근에는 <최인호의 인생>이라는 작품집을 발표하기도 했다. 암 투병 중에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각고의 산물이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열매를 맺게 된 것이다.

등단 50주년 맞은 작가 인생을 기념하는 문집
최 작가는 책 머리글을 통해 책 발간을 앞둔 작가의 심정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특히 등단한 지 50년이 된 작가로서 “그동안 명색이 작가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지냈음이 문득 부끄럽다”는 글귀를 통해 그간 암을 극복해 나가며 숱하게 반복했을 자아성찰과 반성의 흔적을 남겨두기도 했다.
“우연히 올해가 문단에 나선 지 정확하게 50년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반세기 동안의 작가 인생을 기념하는 문집인 셈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에 입선함으로써 데뷔했는데, 그동안 명색이 작가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지냈음이 문득 느껴져 부끄럽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
<최인호의 인생>에 실린 글들은 2008년 5월 그가 첫 수술을 받은 후 쓴 작품들이다. 책은 1ㆍ2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는 <서울 주보>에 5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며, 2부는 연작소설로 이뤄졌다.
“1부는 일종의 묵상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얕은 신앙인으로서 그렇게 부르는 것은 건방진 일이다. 2부는 수상(隨想)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며 굳이 이름 하자면 연작소설이라 할까.”
특히 그는 2010년 9월에 쓴 법정 스님에 관한 미공개 작품을 이번 신간에서 발표했다. 그는 책을 완성하기 위해 힘겨운 암 투병 중에도 남다른 정성과 노력을 쏟으며 대단한 열의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책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삽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다.
“법정 스님에 관한 글을 2010년 9월에 쓴 미공개 작품인데 문학지에 발표하려다가 주제넘은 것 같아 그냥 갖고 있었던 단편소설이다. 어쨌든 신작들이니 나로서는 힘겨운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책 속에 낱장으로 들어간 삽화는 1994년 1월, 성 이냐시오 피정을 하던 어느 날 내가 그린 상상화인데 솜씨를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두메꽃>이라는 시도 나오고 해서 내용을 충실하게 설명하고 싶어 넣은 것이니 치기를 용서해주길 바란다.”
그는 오랜 만에 나온 신간이 종교적인 색깔을 띠고 있다는 것을 염려하기도 했다. 보편적인 내용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작가는 “그때그때 마음에 담고 있던 생각들을 쏟아내야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글들이 종교적이어서 보편적인 것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작가는 어차피 그때그때 마음에 담고 있는 생각들을 쏟아내기 마련이니까.”
머리글의 끝부분은 그가 꿈꾸는 봄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어서”라는 부분에서는 그간 암과 싸우며 감내했을 고통의 깊이가 느껴졌고 “꽃 피는 춘삼월이 왔으면 좋겠다”라는 구절에서는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이상향을 찾는 날이 오길 바라는 노작가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독자들에게 응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어서 어서 꽃 피는 춘삼월이 왔으면 좋겠다. 혹여나 이 책을 읽다가 공감을 느끼면 마음속으로 따뜻한 숨결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그 숨결들이 모여 내 가슴에 꽃을 피울 것이다.”
 
‘자기 차례’에 이르러 삶의 새로운 길로 들어서다
그는 지금 이 시대의 지성이기 전에 암과 처절하게 싸움 중인 한 명의 인간이기도 하다. 암 선고를 받았을 때 그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낙담하고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투병 초기 그는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껏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조차 한 적 없을 만큼 건강함을 자랑해왔기에 불현듯 찾아온 암이라는 존재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이번 책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지금껏 나는 몸이 건강하여, 불의의 교통사고로 짧게 병상에 누웠던 적은 있어도, 병에 걸려 입원 생활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평소에 병원은 나와 상관없는 별도의 공간이며 운이 나쁜 사람들이나 가는 격리된 수용소와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던 내가 어느새 5년째 투병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라는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금언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암 선고를 두고 ‘자기 차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누군가의 행복한 웃음과 기쁨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는 아파하고 눈물 흘려야 하는데, 이번에는 ‘자기 차례’라는 것이다. 인생의 새로운 길에 들어선 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슬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우리들이 이 순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의 눈물 때문이다. 우리들이 건강한 것은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덕분이다. 우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굶주리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기억’과 ‘신앙’이었다. 전쟁 당시 먼저 피난 간 아버지를 찾아 한강을 건넜던 시절, 아버지가 저 길 너머에 있다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힘이 솟아났던 일, 삶이 권태로워질 무렵에 기적처럼 찾아온 손녀들의 보송보송한 손길, 한결같이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의 응원과 위로,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자신을 돌보아 온 신의 사랑이었다. 이처럼 그는 힘겨웠던 암 투병 속에서도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과 절대자의 이끌림 속에 살아온 신앙적 깨달음으로 인생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기며 조금씩 단단해져 갔다. 분명 지금 그는 삶의 고비에 놓여 있지만 ‘참된 나’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라는 깨달음은 그에게 새로운 끝을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시대 ‘성인’들과의 뜻깊은 인연과 아름다운 이별
이 책의 끝부분에 자리하고 있는 세 편의 글은 최 작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평생 아름다운 헌신으로 세상을 살다 우리 곁을 떠난 이태석 신부와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법정 스님과의 인연과 이별이 관한 이야기가 그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연은 <울지 마 톤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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