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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인생, 그리고 예술이 머무는 곳 오명희,
사계절과 같은 인생을 그리다
꽃과 인생, 그리고 예술이 머무는 곳 오명희,
사계절과 같은 인생을 그리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3.07.16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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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아름답게 하는 것만이 아닌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도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화가 오명희를 보면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닌 ‘예술’이라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같은
묘한 이질감과 동경심이 생기기도 한다”


화려한 스카프가 바람결에 휘날리다 이윽고 초원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멋스럽게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를 지저귀며 오가는 종달새가 분위기를 더한다. 기성화가 데뷔 이후 벌써 20여 년이 훌쩍 넘은 그이답게 작업실에 전시된 작품만으로도 지나온 세월을 가늠케 한다. 이제는 자신의 발전뿐 아니라 수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 양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뚜렷한 자기 색으로 국내뿐 아니라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등지를 누비며 여전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화가 오명희. 그이의 작업실 너머로는 늘 잔잔한 브람스가 들려오고,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청록의 자연은 마치 지난해 열린 개인전 ‘A little Song of Life’의 한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오명희, 엄마 그리고 화가
예술가의 화실을 떠올리면 조용한 산 속에 자리 잡은 아담한 집 한 채를 생각하거나 유연한 강을 벗 삼아 홀로 있는 통나무집이 그려진다. 그런데 왜인걸, 화가 오명희의 작업실은 서울에서도 가장 현대적이라고 손꼽히는 서초구에 있다. 게다가 빌라. 꽃과 새 그리고 녹음이 등장하는 그이의 작품을 본다면 누구나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아담한 작업실을 떠올렸을 것이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해요. 언론을 통해 소개된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보면 도심 외곽에 많이들 자리 잡고 있잖아요. 자연과 어우러지고요. 그런데 전 애가 셋이나 되는 걸요. 그림만큼이나 제게는 가정도 소중해요. 일을 한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소홀하고 싶지 않아 집과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작업실을 꾸렸어요.”
이유 있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실제로 그이는 가정적인 사람으로 유명하다. 남편인 김덕진 변호사에게는 내조의 여왕, 세 남매에게는 지극정성을 쏟는 어머니다. 자녀들의 학창시절에는 그저 아이들 성적에 노심초사하는 여느 학부모와 다를 것 없었다.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을 정도였다고 한다. 일을 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은 늘 최고로 해주고 싶었지만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소홀한 부분이 없지 않았기에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가족들도 분명 제게 서운한 점이 있을 것이고요. 그럼에도 아쉬운 내색 없이 한결같이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정말 고맙죠.”

소녀가 되고 싶은 소녀
그이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물론 겁도 많다. 외딴곳에 작업실을 두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하니 지금 작업실이 그이에게는 딱 이라고 한다. 1층에 위치한 작업실은 봄마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옆집에서 키운다는 하얀 진돗개가 어슬렁거리는 뒷마당 풍경이 통유리 너머로 펼쳐진다. 작품 소재로 사용하는 자개가 어지럽게 놓여 있는 작업대에서 고개를 들면 바로 보이는 그 소소한 풍경이 즐거움을 더한다. 그러다 볕 좋은 날에는 이젤을 들고 마당으로 나가 작업을 즐기기도 한다. 적적함이 싫어 습관처럼 튼다는 음악이 더해지면 시간도 비켜 가는 이상한 나라에 초대된 엘리스가 따로 없다. 소녀다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인 것 같다. 실제로 그이는 작업을 할 때로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화려하고 예쁜 걸 좋아해요. 그래서 제자들이 작업을 한다는 이유로 일명 ‘추리닝 바람’으로 돌아다니면 제게 혼이 나곤 해요.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줄 아는 것 또한 예술가의 자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무언가를 아름답게 하는 것만이 아닌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도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화가 오명희를 보면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닌 ‘예술’이라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같은 묘한 이질감과 동경심이 생기기도 한다.

추억과 향수가 어우러진 결정체, 예술
작업실은 그이의 깔끔한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화려한 아름다움을 좋아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다. 절제의 미를 누구보다 중요시 여기기에 액세서리를 착용할 때도 귀고리에 목걸이, 반지를 한 번에 착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화려한 아이템 한 가지로 제한해 포인트만 준다. 작업실 또한 마찬가지다. 그이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인테리어 소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삭막한 공간은 절대 아니다. 포근한 색감의 그림이 가득한 작업실은 꽃밭이 따로 없다. 게다가 유독 좋아하는 마당은 최고의 병풍이 된다. 젊었을 때처럼 몇 날 며칠 작업실에서 밤을 새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이에게 작업실은 가장 소중한 공간 중 하나라고 한다.
“예술가에게 작업실은 아주 중요한 곳이에요.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저 또한 작업실을 고르고 꾸미는데 심사숙고하죠.”
작업실을 고를 때 통유리 너머로 비치는 봄, 그리고 만발한 매화에 반해 결정하게 됐다는 그이는 작품에서도 계절에 민감하다. 화려한 봄, 푸른 여름, 결실의 계절 가을을 지나 고즈넉한 겨울의 풍경까지 작품은 저마다 계절을 담고 있다. 계절과 인생을 표현하는 작품은 화가의 고집이기도 하다. 꽃과 새 그리고 자연은 모두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꽃도 언젠가는 지기 마련이잖아요. 인생과 많이 닮았죠.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절정을 맞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끝나고 말아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치죠. 그래서 꽃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꽃과 인생, 그리고 예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의미하는 세 단어가 어울리는 예술가 오명희. 그래서 그이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업실도 그이만큼이나 꽃과 인생, 그리고 예술이 어울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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