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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쫀한 남편의 속깊은 일기 1
쫀쫀한 남편의 속깊은 일기 1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3.05.0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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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누라님은 늦게 시집와 늦게 귀한 자식을 얻은 분입니다. 딸 많은 집안 출신이라서,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게 불편하고 더럽고 치사해서 아들을 원했지요. 복 많은 여자라서(물론 그건 이 친구 복이 아니라 제 복이라고 믿습니다만) 결혼 4년째에 마침내 옥동자를 낳았지 뭡니까. 물론 정종철이를 닮은 건 아닙니다. 늦게 낳은 자식이 얼마나 귀하겠습니까. 어머니 말마따나 '저러다가 애 주물러 터트리겠다' 싶을 정도로, 아내는 아들을 사랑합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사랑한 사람은 없었을 것으로 사료되는 바입니다. 오호통재라, 남편이란 존재는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간 게 아니겠습니까.거기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이 여자의 울트라 캡숑 파워풀 오버 액션과 애드립입니다. 은근히 아빠를 병균 취급해 아이를 못 건드리게 합니다. 더 심각한 건 '우리아들, 우리아들'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이지요."우리아들, 맘마 줄까?" "우리아들, 너무 예쁘네.""어머니, 우리아들 너무 귀엽지 않아요?"집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예외는 아니죠. 친지들 모인 자리에서도 기어이 오버하고 다닌 마누라님. 마침내 시어머니의 타박을 듣고야 맙니다."나도 돌아가신 니 시할머니도 내 자식 귀여워서 '내 새끼, 내 새끼'하며 키우긴 했다. 그렇지만 너무 그러면 못쓴다, 마음으로 담아야지. 사람이 실없어지는 거고 남들이 흉본다."'내 새끼'를 키우신 어머니는 정말 그랬었습니다. 맘으로야 자식들이 너무 예뻤겠지만 겉으로는 그리 살갑게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일찍 홀로 되어 3남매 떠안고 어렵게 살아내야 했기에 자식들에게 더 강하고 매서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뒤돌아 앉아 혼자 눈물 흘리실 때에나 '내 새끼' '소중한 내 새끼들'을 부르시지 않았을까, 회억해봅니다.반면 아내의 '우리아들'에는 어쩔 수 없이 생래적인 엄마의 사랑은 있되, 어머니의 그것만한 깊은 맛은 없는 듯합니다. 아마도 연륜의 차이, 시대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인고의 세월을 겪어낸 어머니의 '내 새끼' 사랑과, 그 사랑을 먹고 부족한 것이 없이 자라 이제 막 본능적인 열애에 빠진 아내의 '우리아들' 사랑은 그렇게 다른가봅니다. 물론 사랑의 크기가 다르지는 않을 테지만, 다른 무엇인가 있다, 이건 꼭 맞는 건 아니다, 라는 느낌…. 쫀쫀한 남편의 어쩔 수 없는 속마음입니다. 글 / 이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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