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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 후 2차 항암 치료받고 지낸 한 달간의 기록
삭발 후 2차 항암 치료받고 지낸 한 달간의 기록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4.01.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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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간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합니다”


갑작스레 암 선고를 받은 후 막내 동생이 사는 행당동 아파트에서 만난 지 2주일이 흘러 다시 이미경에게 연락을 넣었다. 전화를 건 날은 마침 삭발을 하는 날이었다. 자주 가던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삭발을 하기로 했는데 방송국에서 촬영을 나왔다. 알고 지내던 방송 관계자가 하도 권유를 해와 촬영을 허락했단다.
탤런트 이미경이 삭발을 한다? 그녀의 삭발 소식은 암 진단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그 지루한 항암 치료의 긴 터널 속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간다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안부나 묻자고 한 전화에서 삭발 소식을 듣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노래졌다. 멍한 기분으로 전화기를 들고 있던 기자에 비해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침으로 잠깐씩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는 조금 잠긴 목소리로 간단한 촬영이라 금방 끝날 거라며 저녁이나 같이하자고 했다. 그날따라 ‘스키야키’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는 선약을 핑계로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선약이 있기도 했지만 파랗게 머리를 민 그녀의 모습을 보는 일이 기자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단 며칠만이라도 충격을 유예하고 싶었다. 적어도 그날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 이틀 뒤 2차 항암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는 원자력병원으로 향했다. 혼자 쓰는 병실에는 막내 여동생과 후배 연기자가 잠든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막내 동생에게 삭발하던 날은 잘 견뎠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생각처럼 그렇지가 못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아주 담담했어요. 그러나 의자에 앉고 미용사가 언니한테 다가가자 몇 대의 카메라가 우르르 언니 앞으로 다가서더라구요. 저도 얼마나 무섭던지…. 본인은 오죽했겠어요.”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야기 소리가 잠을 방해하는지 잠깐 뒤척이던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벽에 의지해 앉자, 기자가 의식을 해서인지 파란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말을 잊고 있던 기자에게 동생이 “그래도 두상이 예쁘니까 삭발해도 잘 어울리죠?”라고 어색한 침묵을 깼다.
동생의 말에 용기를 얻어 삭발을 해도 잘 어울린다고 말을 거들었다. 실제로 그녀는 두상이 참 예뻤다. 거듭된 칭찬에 그녀는 한 손으로 휑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두상이 예뻐 여자 연기자치고는 마음 내키는 대로 헤어스타일을 바꾸었다고 했다.
“실은 아직 안 밀어도 되는데 아침마다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 치우는 것도 귀찮더라구. 어차피 때가 되면 잘라야 하잖아. 병원 입원도 앞두고 해서 이참에 그냥 밀었어. 처음에는 담담했는데 막상 미용사가 자르기 시작하는데 덜컥 겁이 나고 싫더라고. 자르는 도중에 거울을 통해 머리를 보는데 너무 흉측한 거야. 깜짝 놀랐어. 나 듣기 좋으라고 그러는지 보는 사람마다 두상이 예쁘다고 그래. 그런데 아직은 어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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