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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장관 권기홍·서정희 부부
노동부 장관 권기홍·서정희 부부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3.05.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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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더불어 복지재단 진인마을’에는 중증 장애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 복지재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서정희(54) 원장. 그녀는 신임 노동부 장관 권기홍(54) 씨의 부인이기도 하다. 지금은 부인인 서 원장이 재단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재단을 설립한 장본인은 권 장관이다.
겉으로 보기엔 남부럽지 않게 잘살 것만 같은 이들 부부가 이렇게 복지사업에 매달리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큰아들이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것. 그들이 세운 복지시설인 ‘진인마을’에서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돌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위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데, 이 부부는 어쩌면 치부라고 할 수도 있는 아들 얘기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오히려 이런 것이 무슨 기사거리가 되느냐고 반문한다.
“남들이 듣기에 기분 좋은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숨기고 살 수는 없는 일이죠. 특히 이런 일은 숨기면 숨길수록 자신들만 힘들어집니다. 현실을 드러내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숨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전혀 숨기고 싶지 않은 뇌성마비 아들


아들이 뇌성마비라는 사실을 안 것은 지난 75년,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결혼한 직후 권 장관은 학업을 위해 먼저 독일로 떠났고 임신 7개월째였던 부인은 한국에 남아 아이를 낳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생후 6개월이 지날 무렵 아들이 심한 고열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황급히 병원을 찾았지만 곧 진정돼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 후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남편을 따라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탔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에게 그런 일이 생기리라곤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독일에 가서도 아이의 성장이 조금 늦은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권 장관의 친구인 한국인 의사를 만났는데, ‘아이가 생후 12개월이 됐는데 걷지 못하는 게 조금 이상하니 병원에 가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독일에 입국할 때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별 이상이 없었어요. 그래서 걷는 게 조금 늦은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는데 아이의 뇌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하는 거예요. 그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죠.”
독일에 가기 전에 앓았던 고열의 후유증으로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 그때 제대로 조치를 취했더라면 아이를 장애인으로 만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생후 6개월 상태에서 발육이 멈춰 언어장애가 왔으며, 제대로 걷지 못해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그때부터 서 원장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등 유럽지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할 수 있는 치료를 모두 다 해봤으나 아이의 상태는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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