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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 보조사에서 유명 화가로 송현숙의 인생역전
간호 보조사에서 유명 화가로 송현숙의 인생역전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3.05.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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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파견 간호 보조사에서 유명 화가로 변신한 송현숙의 그림같은 인생역전

“외국 노동자의 고단한 삶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 획 한 획 붓질에 담았습니다”
꿈도 펴고 돈도 벌기 위해 간호 보조사로 독일로 건너간 송현숙 씨. 고향 전남 담양 무월리에 대한 그리움을 틈틈이 그림으로 표현하며 외로움을 달래었다. 그리고 그 그림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아 함부르크 미술대학에 입학하고 이제는 독일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간호 보조사에서 유명 화가로 변신한 그의 인생 유전을 만나보자.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화랑. 난을 치듯 굵은 몇 번의 붓질로만 이루어진 그림은 볕 좋은 날 마당에 널어놓은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끼는 모시천을,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희디흰 고무신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고향집 뒤꼍 어디쯤엔가 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항아리나 거름독을 떠올리게 한다.
“애기 낳으러 들어갈 때 꼭 고무신을 반듯하게 돌려놓고 들어가는 걸 봤어요. 옛날에는 애 낳다가 죽는 사람도 많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고무신을 가지런히 놓는다는 것은 다시 살아나올지 어쩔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을 잘 정리해놓는다는 의미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신발이라는 게 삶의 형태와 통하는 것도 같아요. 정착하거나 이리 저리 헤매고 다니거나 하는 것 말이지요. 가지런히 놓인, 그대로 박혀 있는 듯한 것은 안정되어 있음을 뜻하는 의미도 있을 거구요. 아니면 아무렇게나 벗어서 놔둔 신발은 또 그대로 다시 어딘가 가야 할 데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할 터이고요. 어쩌면 내 고민과도 비슷해요. 정착하고 싶기도 하고 그냥 열심히만 살면 된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림을 보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궁금해할라치면 얼른 다가와 열심히 설명을 하는 이는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인 화가 송현숙(51) 씨다. 작가의 본분이 마치 자신의 작품을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그 이해까지도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에라도 불타듯 그는 연신 진한 전라도 사투리를 써가며 사람들 틈에 끼여든다. 작품 감상에서 그다지 친절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이내 그의 구수한 사투리 속으로 빠져들면서 용기를 내어 묻기까지 한다.
“제목이 재밌어요. ‘7획’, ‘25획’, ‘1획 위에 7획’ 등 말이에요. 뭐 특별한 의미라도 있어요?”
실제로 작품에는 바탕색을 빼고 숫자만큼 붓질이 돼 있다. 송씨는 얼른 ‘어머니가 어린 나를 손잡고 신수를 보러 갔는데 관상쟁이는 내 이름이 아닌 생년월일을 물은 기억이 난다’며 ‘인위적으로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태어난 때를 물었듯 작품에도 분명 운명이 있을 것 같아 붓질을 작품의 생년월일로 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시골 처녀에서 독일 간호사 그리고 화가가 되기까지

여느 전시장과는 다르게 긴장되면서도 활기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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