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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사랑 글쓰기’에서 입상한 휠체어 시인
‘아내 사랑 글쓰기’에서 입상한 휠체어 시인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4.04.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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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젠가 당신의 품에서 나올 땐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할 찬란한 보석이 되겠소”

1급 뇌성마비인 남편이 10년간 한결같이 자신을 지켜준 아내에게 사랑의 시를 선물했다. ‘진주 조개의 고통’이라는 시로 ‘아내 사랑 글쓰기’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정의용 씨 부부. 그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_ 오선영 기자 사진 _ 양영섭 기자·삼성생명

두 사람을 만난 것은 삼성생명이 주최한 ‘아내의 날’행사장에서였다. 이날 초청된 1백 쌍의 부부 모두 양복과 드레스를 멋지게 차려입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 사람은 평소 아내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을 한 편의 시에 담아 특별상을 수상한 정의용·전종임 부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편의 곁에는 환하게 웃음 짓는 아내가 있었다.
의용 씨는 행사 내용이 담긴 메일을 받은 후, 아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한편의 시에 담아 단숨에 써내려 갔다고 한다.
“그동안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으로는 간직하고 있는데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있던 게 있잖아요. 그걸 시로 쓰게 된 거죠. 시를 쓰자마자 다시 보지도 못하고 바로 응모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까 문법이나 글자가 틀린 게 많아서 좀 부끄럽더라고요.”
남편이 쓴 시를 나중에 받아보고 너무 좋아서 여기저기에 자랑을 했다는 종임 씨. 10년이나 함께 살았어도 남편의 사랑 고백이 아직 설레나 보다. 특히‘언젠가 당신의 품에서 나올 때는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할 찬란한 보석이 되겠다’는 마지막 구절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하늘이 맺어준 인연
선천성 1급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의용 씨. 그는 휠체어 없이는 밖에 나갈 수 없다. 집 안에서는 힘들어도 두 팔을 이용해 움직일 수 있지만, 밖에 나갈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일일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생활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그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교회에 다닐 때, 오빠는 대학부라서 지하에 있었는데도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렸어요. 늘 단정하고 성격이 쾌활한 사람이었죠.”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종임 씨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원래 막내 여동생의 친구였기 때문에, 의용 씨는 항상 그녀를 동생이라고만 생각했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그가 술을 마시고 늦게 집에 들어갔을 때 친하게 지내던 전도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신앙의 영안으로 볼 때 너하고 종임이가 잘 어울릴 것 같으니 잘해 봐라”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죠. 너무 어이없어서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였어요. ‘내 나이가 몇인데…. 걔는 고 3이고, 게다가 동생 친구인데….’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 전도사가 한 달 동안 계속 설득을 하는 거예요. ‘네 짝은 종임이니까 괜히 다른 여자한테 시간 쓰지 말고, 종임이를 여자로 봐라’라고 하면서 계속 설득을 하더라고요.”
결국 의용 씨는 전도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일이 잘 되도록 술, 담배도 자제하고 백일 기도에 들어갔다. 그는 기도를 하면서 종임 씨를 여자로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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