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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삶의향기-시각장애인 부부 박흥식·지인자
아름다운삶의향기-시각장애인 부부 박흥식·지인자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4.05.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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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진 못해도 구석구석 손끝으로 만져봐서 아이들 얼굴 다 알아요”시각장애인 부부의 아름답고 애틋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 ‘엄마의 행복(정한PNP)’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큰딸이 엄마, 아빠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적은 이 책에는 가슴 뭉클한 사연들로 가득하다. 손자들을 키우면서 출가한 자녀들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보자.
글 _ 류인홍 기자 사진 _ 양영섭 기자

아│름│다│운│삶│의│향│기
농사지으며 네 자녀 다 키우고 손자들 맡아서 키우는 시각장애인 부부 박흥식·지인



경기도 양평군 양동의 한 시골 마을에 앞을 못 보는 노인 부부가 살고 있다.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오후, 집 앞의 개울 소리와 가끔 개 짖는 소리만 들리는 여유로운 농가의 오후. 박흥식·지인자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았다.
집 앞 텃밭에는 마늘이 자라고 있고 대문은 누가 오든 말든 열려져 있는 그런 한적한 시골집. 마당에는 장독대와 빨래가 널려 있다. 집 뒤의 둔덕에는 벚꽃나무 한 그루가 화사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집 안에 들어서도 이 집에 앞 못 보는 노인 부부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말끔하다. 빨래나 장독대, 그 밖의 농기구들이 놓여진 모습이 시각장애인이 정리했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벽을 손으로 짚어가며 손님을 마중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서야 두 분이 앞을 못 본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 놓인 액자나 달력이 가끔 거꾸로 걸려 있다는 점에서 그런 사실을 인지할 뿐. 두 분에게 달력이나 액자 속의 사진은 아무렇게나 놓여 있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노부부는 이 집에서 평생을 살았다. 60년대 점자학원에서 만나 40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줄곧 이 집에서 해왔다. 그런 만큼 두 분은 이 집에서 사는 게 너무나 익숙하다. 그런 곳에서 노부부는 네 자녀를 키웠다. 지금은 도시로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은 어떤 아이들보다 잘 자라서 시집 장가 다 잘 갔다. 막내딸만 시집 보내면 한시름 놓고 놀러라도 갈 수 있으련만. 지금은 맞벌이하는 큰아들 부부를 위해 손자 둘을 키우고 있다.
앞을 못 보는 노부부가 보통 사람도 힘든 두 아이를 건사하고 있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는 젖도 잘 물리고 손녀 옷 색깔을 예쁘게 잘 맞춰서 입히기도 한다. 이미 네 자녀를 키웠으니 오히려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플 때가 좀 힘들어요.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가야 되는데,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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