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천 주민들의 생태농장에서 배운다

도심에서 더불어 농사짓는 기쁨

2016-10-31     유화미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장에서 흘러나온 악취와 도시 개발 이후 불법 투기된 쓰레기로 가득 찼던 볼썽사나웠던 곳이 지금은 토끼와 아이들이 함께 뛰놀고 금방이라도 식탁에 올라올 법한 채소들이 가득한 곳으로 탈바꿈했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서호천 시민생태농장이 바로 그 곳이다.

취재 유화미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

아파트가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수원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서호천 시민생태농장. 그곳을 찾으니 물고기가 사는 하천이 흐르고 토끼와 오리가 사는 작은 자연학습장에서 아이들 몇몇이 뛰놀고 있었다. 그 옆 300평 정도의 자투리땅에서는 고추와 가지, 토마토 등이 주민들의 손에서 자라고 있었다. 도심 속에서 주민들과 함께 자연을 만들어 가고 있는 서호천의 친구들을 만나 보았다.

서호천을 중심으로 모인 친구들

처음 시작은 하천에서 나는 악취와 불법 투기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서였다. 이 주위에 있는 21개의 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서호천과 영화천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시작한 것이 지금의 서호천의 친구들을 있게 한 계기였다. 2010년 본격적으로 서호천의 친구들을 설립해 도시농업위원회, 하천위원회, 청소년위원회와 문화예술위원회로 나누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시민생태농장’이다.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2.5평 정도의 땅을 분양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체험 비용은 일 년에 고작 5만 원. 장애우나 65세 이상, 다문화 가정이나 다자녀 가정에는 이마저도 할인해 주어 3만 원 정도면 일 년 내내 식탁에 내 손으로 키운 건강한 채소를 올릴 수 있다.
“시민생태농장에서 수확물이 나오는 때마다 일 년에 세 번 정도 주민들을 모아 포트럭 파티를 엽니다. 각자 텃밭에서 기른 작물들을 가져 오기도 하고 집에서 음식들을 만들어 와 나눠 먹는 행사인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웃사촌의 정을 느낄 수 있어 반응이 꽤 좋습니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서호천의 친구들답게 서호천 시민생태농장에서는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농사법을 지향한다. 공동대표 윤진석 씨는 오이나 호박 등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넝쿨 채소들은 가급적 키우지 못하도록 이용자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도시에서 흘리는 농부의 땀

서호천 시민생태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이용자들 대부분이 농사를 지어 본 경험이 없는 초짜들이다. 때문에 처음에 운영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이 있었다.
“처음엔 열정이 넘치다 보니 어르신들이 가끔 다른 사람의 땅을 침범해 작물을 키우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얼굴을 익히고 친해지다 보니 이런 일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있더라도 서로서로 이해를 많이 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더불어 살아가는 재미를 많이 느끼고 있죠.”
서호천의 친구들에서는 농사 경험이 없는 이용자들을 위해 처음엔 농사 심는 시기에 따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파종하는 시기가 되면 파종 교육을, 가지 치는 때가 다가오면 가지 치는 방법에 대해 강연을 하곤 했는데,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이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단다. 그래서 지금은 농사 시기에 따라 농사법에 대한 문자를 발송해 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최근엔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어 무와 배추를 파종할 시기라는 문자를 발송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알려 주는 자연의 신비

텃밭에 온 가족 모두가 매일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가정이 꽤 된다. 주로 아이가 있는 가정인데, 아이들 교육에 텃밭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후기가 이어진다고. 3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서호천의 친구들 주영조 간사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이곳을 더 좋아한다고 웃어 보였다.
“교육상 정말 좋은 것 같아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씨앗부터 시작해서 자라는 모습을 아이들이 직접 보니까 수확하는 기쁨도 함께 느끼고 가족이 더 화목해진 것 같아요. 상추 같은 작물들을 아이들과 함께 따 와서 식탁에 올리곤 하는데, 평소에 잘 먹지 않았던 채소들도 직접 키운 거라 그런지 굉장히 잘 먹습니다. 아이들 편식 때문에 고민이시라면 자그마한 텃밭을 함께 키우면 해결하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서호천 시민생태농장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 중 80%가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다. 유기농으로 키우다 보니 애벌레나 알 등을 아이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종종 생겨 생생한 자연 체험장이 따로 없다.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경험과 풍경들을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이 텃밭을 가꾸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다. 윤진석 공동대표는 도시농사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작은 땅이라도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텃밭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거리가 멀어지면 아무래도 처음보다 관심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각자의 일상으로 바쁜 현대인들이니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고구마나 감자 같은 것들은 한두 번만 와서 관리해 줘도 수확물을 얻을 수가 있다. 그리고 심은 후 금방 먹을 수 있는 재배 시기가 짧은 작물들은 키우는 재미가 쏠쏠해 오랫동안 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한다. 꼭 수확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가족들끼리 또 다른 경험을 한다는 생각으로 도시농에 임하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이웃과 소통하는 문화 공동체를 꿈꾸다

지난 8월에 서호천 일대에 기분 좋은 소동이 있었다. 서호천의 친구들에서 마을 영화제를 개최한 것.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이 서호천 일대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생태농장 한편에 자리 잡은 작은 무대에서는 아이들의 공연이 열렸고,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애니메이션도 상영되었다. 공동대표 김웅진 씨는 앞으로 서호천의 친구들이 나아갈 방향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발은 생태 환경을 개선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주민 모두가 함께 즐기는 문화 공동체의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무대를 설치하여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등 문화생활 쪽으로 활성화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문화 행사를 한두 번 정도 더 개최할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혼자 사는 노인이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후에야 발견 되었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는 요즘 같은 시대에 주말 저녁을 이웃들과 함께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어쩌면 꿈만 같은 이야기로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서호천에 가면 함께 땅을 일구고 그곳에서 자란 채소로 만든 요리를 이웃과 함께 나눠 먹는 일이 더 이상 생소한 풍경이 아니다. 앞으로는 이 서호천 시민생태농장과 같이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이 우리 도심 속에 더 많이 생겨나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