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농부학교 김충기 대표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행복을 경작하다

2016-11-29     송혜란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 넓은 땅은 필요 없다. 집이나 사무실 옥상에서, 혹은 앞뜰에서, 작은 자투리땅을 활용한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들을 맛본다. 회색 빛깔의 삭막했던 도시를 푸르게 만들고,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틈타 이웃과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공동체 안에서 바른 먹을거리로 건강까지 챙기는 도시농부. 호미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농부가 될 수 있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희망의 씨앗을 뿌린 인천도시농부학교 김충기 대표는 그야말로 행복을 경작하고 있었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마트에서 판매하는 채소는 더 이상 맛있지 않아요.”
단순히 취미 삼아 농사를 짓기 시작한 도시인들이 보이는 가장 즉각적인 반응이다. 씨를 뿌린 후 작은 새싹이 자라나는 것만 보아도 신기한 것은 물론이다. 마치 아이 다루듯 정성스럽게 키운 농산물을 직접 수확해서 먹다 보면 그 맛에 반해 곧 농사의 매력에 빠지고 만다. 더 좋은 땅에서 더 좋은 비료로 기르고픈 욕심에 자연스레 친환경, 유기농업에도 관심이 간다. 농업의 중요성이 실로 가슴에 확 와 닿는 것이다.
“요즘은 안전한 먹을거리만 찾잖아요. 그러려면 모든 음식의 재료가 되는 농산물부터가 건강해야 해요. 결국은 농업이지요. 왜 친환경, 유기농을 강조하는지, 그 중요성을 알고 난 후 아예 새로운 삶을 얻었다는 분들이 태반입니다. 생태에 대한 감수성을 조금씩 회복하는 거죠.”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2009년에 설립한 인천도시농부학교는 농사를 막연하게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농업에 대한 이론부터 실제 농사법까지 두루두루 가르쳐 왔다. 왜 도시에서 농사를 짓나? 1년 텃밭농사 계획하기, 농사짓기 좋은 흙이란? 집에서 직접 거름 만드는 법, 밭 만들기는 물론 파종 실습까지 커리큘럼도 꽤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면적이 크지는 않지만 인천도시농부학교가 인근에 갖춘 텃밭만 해도 다섯 군데가 넘는다. 모두 도시 사람들의 텃밭으로, 학생들의 실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흙이 살아야 농사가 산다

김충기 대표가 인천도시농부학교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유기농에 대한 교육이다. 유기농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터. 유기농 인증 마크를 관리하는 방식의 허술함으로 인해 불신이 조금씩 드리우고 있기는 하나, 이것은 결코 유기농의 잘못은 아니다. 텃밭에서 하는 유기농은 인증마크가 없지만 스스로가 신뢰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지었는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유기농의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어요. 신뢰에서 오는 거죠. 자신이 잘 아는 농민에게서 사 먹는 농산물이라면 더욱 믿음이 갑니다. 인증마크는 필요하지 않아요.”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바른 먹을거리를 위해 유기농을 하다 보면 이산화탄소를 덜 내뿜을 뿐 아니라 환경에도 부담이 덜 간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흙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흙이 핵심이죠.”
흙을 살리기 위해서는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직접 만들어 써야 한다. 김 대표는 음식물 쓰레기로 집에서 손쉽게 퇴비를 만드는 법에 대해 가르친다. 텃밭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냥 버렸던 폐기물들이 모두 흙을 건강하게 살리는 재료로 쓰이는 것이다.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 보관용 통을 만들어 며칠간 발효시키면 그만이다.
“그것만 실천해도 유기농이 도시에서 갖는 의미는 더욱 커져요. 건강한 흙을 만들고, 그 흙으로 또 건강한 작물을 키우고, 그것을 먹어 내가 더 건강해지는 순환 고리가 이뤄지죠.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서 오가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골에서 농사짓기 싫어 상경한 청년, 다시 원점으로

경기도 가평이 고향인 김 대표는 사실 시골에서 농사짓기 싫어 상경한 청년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청소년,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여러 선배를 만나면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그는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다 이윽고 선배들과 뜻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 중 한 선배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만들었고, 그가 초창기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농사를 많이 거들어봤던 그는 농사에 대해 큰 거리낌이 없었다.
“그때는 마냥 쉽게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막상 계속하다 보니 삽질 말고는 제가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처음부터 다시 배웠어요. 실제로 농사를 하면서는 농부라는 사람이 이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훌륭한 분들이라는 깨달음이 있었죠. 부모님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농사짓기 싫어서 시골을 떠나왔는데 결국 도시에서도 이렇게 농사를 짓고 있네요. 다시 원점이에요. 참 재밌죠.”

농사라는 다양한 콘텐츠 만들 것

고향을 떠나 새로 정착한 곳에서 희망의 씨앗을 뿌린 그는 참 행복해 보였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돌고 돌다 다시 제자리를 찾은 듯한 안정감이 역력했다. 농사라는 다양한 콘텐츠로 인천도시농부학교의 비전을 높이 보고 있는 김충기 대표. 분명한 것은 도시농부학교가 단순히 유기농 재배기술을 알려주는 곳은 아니라는 점이다.
“농사가 콘텐츠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농사를 노인복지 차원에서 고민해보고, 암 환자를 위한 치유 콘텐츠는 어떨지, 아이들이 먹을거리를 직접 기르면서 정서 함양도 하며, 회사에서 텃밭을 가꾸며 노사관계도 회복하는 등등, 농사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하는 게 중요하죠. 궁극적으로는 많은 도시인이 농업을 접하게 하고, 그들이 농업, 농부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하는 게 저희 최종 미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