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함께 농사를 짓는 행복, 은성관광농원의 이은재 대표

오가닉 피플

2016-12-27     유화미

1인 가정의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요즘 같은 시대에 4대가 함께 살며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어쩌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소식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손자 손녀들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은성관광농원의 이은재 대표를 만나 온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는 행복에 대해 들어 보았다.

취재 유화미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

농촌 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해 갔다. 일 년에 한두 번, 명절 등에 행사가 있을 때에만 온 가족이 모일 수 있게 되면서 가족과 함께 살을 부대끼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런데 여기, 무려 4대가 함께 모여 우리 농가를 지키고 있는 가족이 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들까지 가업을 이어갈 수 있어 보람차고 행복하다는 <은성관광농원>의 이은재 대표에게 함께 사는 즐거움에 대해 들어 보았다.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해 주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비결

“요즘엔 시대가 많이 변해서 무조건 부모의 권위만을 내세워 독단적으로 행동해선 안돼요.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해 주고 대화를 끊임없이 나눠야죠. 그것이 대가족이 세대 갈등 없이 살아가는 가장 큰 비결입니다.”
농원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커다란 현수막에 걸린 가족사진이 눈에 띄었다. 이은재 대표의 어머니와, 이은재 대표 부부 내외,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3명의 손자 손녀까지 가족의 수를 세기에도 한참이나 걸리는 대가족이다. 농가를 떠나기에 급급한 요즘, 4대가 함께 농사를 짓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이은재 대표는 농부이셨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농부를 꿈꾼 ‘모태 농부’다. 보다 전문적으로 농업에 임하고 싶어 고등학교도 농업고등학교를 택해 진학했다. 그러다 농사라는 것이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농업전문대학교에 진학했고, 후엔 두 군데의 대학교를 더 다니면서 농업 분야에 전문가가 되었다. 이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이은재 대표의 두 아들은 자연스레 농사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중 큰아들과 함께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함께 농사를 지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에 있는 중학교로 ‘유학’을 보내 대학까지 공부를 마친 인재인 큰아들은 서울에서 직장 다니던 평범함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 일이 있었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함께 가업을 이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농사의 특성상 모든 일을 가족과 함께 해 나가야 하는데, 가족의 힘을 모아 가업을 이어간다는 것에 무엇보다 큰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또 하나의 장점은 전통적인 농업에서 탈피해 젊은 감각을 융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은재 대표의 관광농원은 체험 농장 1세대다. 처음에 시작할 땐 단순히 포도 수확하기 체험만을 운영했다. 그런데 이것이 도시인들이 오래 농장에 머물며 재미를 느끼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며느리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금은 전보다 훨씬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포도 수확은 물론, 염색 체험, 식초와 양초 만들기, 공룡 모형 만들기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며느리의 노력이 탄생시킨 작품들이다. 앞으로 우리 농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이런 것이지 않을까. 보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농촌 말이다.

자신 있게 권하는 “비싼 값에 팝니다”

농촌 불황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어서 우리 농민들이 겪는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은재 대표도 농사를 지으며 난관에 봉착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값싼 외국 농산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농산물 가격은 끝을 모르고 하락하는데, 농자재나 인건비 등의 요소들은 상승하기만 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이은재 대표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차별화’다. 나만이 재배할 수 있는 최고 품질의 포도와 블루베리를 내놓아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비싼 값에 사서 드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농작물을 생산해 내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를 위해 전문 농업 경영인의 자격이 주어지는 농업마이스터대학에 입학해 4년 동안의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농업마이스터대학이란 농업인에게 품목별 최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실습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고, 농업인의 기술 경역 능력 제고 및 소득 향상을 최종 목표로 하는 실용 교육 체계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한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이 교육과정을 수료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차 필기시험을 본 후 그 결과에 따라 2차 면접 기회가 주어진단다. 2차 면접에서는 공부한 작물에 대해 10분 동안 피피티를 한 후 20분 동안 면접관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난 후 3차에선 농장에 직접 방문해 농장 환경 평가를 한 뒤에야 비로소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화성에 위치한 포도 농가 중 이 마이스터 자격을 갖고 있는 농가는 오로지 이은재 대표의 <은성관광농원>뿐이다. 여기에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한약재 부산물, 한방 농약 자재 등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농법만을 고집한다. 전문 농업인이 만든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차별화를 두었기에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비싼 값에 사 가라고 말은 하였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고 당도 높은 농작물을 좀 더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가능한 한 현장 판매를 선호한다. 불필요한 유통 과정을 줄여 공급 단가는 낮추고 농가의 수익은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확물의 8~90% 정도는 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 직거래를 위해 농원에 쉼터와 수돗가 등의 부대시설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찾아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직접 재배한 농작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연구 결과다.

언제까지나 현재 진행형

이은재 대표의 명함에 적힌 이력은 꽤나 화려했다. 대한민국 농업 마이스터, WPL 지역품목 실습장 포도 현장교수, 한국 농수산대학 장기현장실습장 블루베리 현장교수….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진 블로그 기자단 활동에 열을 올렸다. 이렇게 지치지도 않고 도전하는 이유는 정상에 왔다고 스스로 안주하는 순간 내려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런 이은재 대표의 열정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