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수 대표의 블루오션 농사 이야기

삭막한 도시에 푸르른 생명을 심다

2017-02-27     송혜란

“도시는 사막 같은 공간이에요. 아스팔트, 콘크리트 바닥에 민들레 씨가 떨어져도 발아를 못 하죠. 도시에 생명을 심어야 해요.” 추운 날씨에도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했던 이은수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를 설립한 후 어언 6년 동안 삭막한 도시에 푸르른 생명을 심기 위해 고군분투한 그는 시골의 논밭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장 큰 난제였을 공간과 친환경적 농법에 대한 답을 그는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2011년에 만들어진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는 메인 농장인 천수텃밭을 비롯해 노원구청 옥상, 노원에코센터에 있는 모두의 정원, 꿈 마을 공동체 텃밭 등에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고, 노원도시농부학교와 함께 교육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그는 국가 물 정책의 기본이 될 물기본법 공청회에 시민단체 대표 발제자로 참여했으며, 매년 동짓달 즈음 전국 도시농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도시농업 방향을 토론하는 동지대회에도 참가했다. 게다가 전국을 순회하며 도시농업 강연자로 부단히 뛰고 있는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로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성공의 길을 걷고 있음을 방증했다.

파이프 팜이라고 들어봤나요?

도시농업의 성공 비결이 궁금해질 찰나, 이 대표는 노원구청 옥상으로 기자를 초대했다. 강추위에 비닐로 뒤덮인 상자 텃밭부터 건조 중인 배추 잎, 도시농업설명회장까지 보통 콘크리트 바닥으로 뒤덮인 건물의 옥상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예전에 통신설립 사업을 오래 했어요. 아파트에 인터넷 연결을 위한 네트워크, 광케이블을 까는 일이 주된 업무였지요. 직업상 건물 옥상을 많이 가게 됐고, 자연스럽게 빈 공간을 자원화시키는 방법,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도시농업에 관심이 생기면서부터는 아, 이거다! 싶었죠. 옥상이라는 빈 공간에 생명의 가치를 부여했어요.”
도시에서 이미 널리 보급된 옥상텃밭이 더는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을 터. 그러나 그가 도맡고 있는 노원구청 옥상은 단순히 텃밭이라는 공간적 효용가치를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옥상 벽면에 건설자재로 보이는 파이프가 서로 짜임새 있게 연결된 설치물이 신기하게도 상자 텃밭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아직은 생소한 물건이죠? 이름은 ‘파이프 팜’이라고 해요. 옥상 벽면까지 알차게 활용하고 싶은데, 콘크리트에서는 생물이 살지 못하니까 부속품이나 시설이 필요했어요. 그중에서도 건물을 짓다 남은 자투리 파이프를 가져와 수직 화분으로 만들어 봤지요. 여러 파이프를 연결해 남은 구멍은 막고, 하나가 된 파이프 안에 물이 고이게 하면 굳이 사람이 수시로 물을 주지 않아도 식물이 절로 잘 자랍니다.”
노원구 내에 있는 그의 담당 텃밭은 물론 자택, 서울대 옥상에도 설치되어 있다는 파이프 팜은 현재 널리 확산 중에 있다. 자투리 건설자재를 활용해 친환경적이고, 공간 활용이 쉬운, 게다가 자동 워터링까지 새로운 성장의 잠재력을 지닌 파이프 팜은 머지않아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비가 오면 저금했다 쓰는 빗물 농사

그의 블루오션 농사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욱 친환경적인 농법이 필요했던 그는 모두가 오염원, 산성비라고만 생각하는 빗물을 농사에 도입했다.
“사람이 빗물을 마시려면 팔당댐에 가두어 정수해야 하지만, 작물에게는 굳이 그러한 과정이 필요 없지요. 빗물이 떨어진 그곳에서 바로 받아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요.”
특히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의 대표 농장인 천수텃밭에서는 옥상이나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뿐 아니라 비가 오면 넘쳐흐르는 계곡물을 모아 농사짓는 땅에 저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빗물 저금통이라고 불리는 2톤 혹은 5톤짜리 물통 8개에 항상 빗물이 가득 차 있다고. 올해는 20톤의 빗물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더 만들 예정이라고 그는 전했다.
 
도시 속에 끌고 온 전원생활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가 운영하는 텃밭이 모두 100% 친환경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마을 사람들과 함께 농약이나 퇴비도 직접 만들어 쓰는 등 한창 공동체 농사의 즐거움을 흠뻑 느끼고 있는 그에게 귀농의 꿈은 없는지 물었다.
“요즘은 귀농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도시인들이 많아요. 시골에는 의료시설도 없으니 삶이 불편하고 심심할 법도 하지요. 외려 시골의 전원생활을 도시 속으로 끌고 오면 어떨까요? 저는 귀농이나 귀촌할 계획은 없습니다. 도시 속에서도 얼마든지 농사 지으며 여유롭게 살 수 있으니까요. 그 청사진을 실현해가는 지금이 참 행복해요. 특히 이웃과 더불어 농사지으며 즐겁게 사는 요즘을 저는 제 인생의 2막이라고 부른답니다.(웃음)”
올해는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 대안으로 도시농업을 소개하고, 그들이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원구청과 함께 도시농업 강사 양성과정을 준비 중이라는 이은수 대표. 그와 같이 꿈만 꾸던 전원생활을 도시 속에서 이루며, 노후생활에 대한 답을 도시농업에서 찾을 수 있는 이들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그들이 뭉쳐야 삭막한 도시가 더욱 푸르른 생명으로 넘쳐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