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도전하다 닉 나이트 사진전

서촌산책

2017-02-27     유화미

서촌 한켠에 자리 잡은 대림미술관에서는 ‘거침없이 아름답게’라는 타이틀 아래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의 사진전이 한창이다. 사회적 통념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자신의 작품으로써 편견에 도전하던 닉 나이트의 예술을 서촌에서 만나보았다.

진행 유화미 기자│사진 및 자료 제공 대림미술관, NK Image

나는 단지 세상을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뿐이다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그마한 골목을 따라 몇 발자국을 옮기다 보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거나 포스터를 들고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침없이 아름답게’라는 도발적인 문구와 가장 잘 어울리는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의 예술 세계에 홀리듯 이끌려진 사람들의 모습이다.
닉 나이트는 실험적이며 과감한 촬영 기법으로 주목받아 온 포토그래퍼이다. “나는 아름다움을 정의 내리지 않는다. 다만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정형화 된 아름다움의 개념을 뒤집는 일에 무척 관심이 있을 뿐이다”라는 그의 말은 대림미술관에 전시된 110여 점의 사진들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 크리스찬 디올 등 세기의 디자이너와 보그 등의 매거진과 협업해 온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포토그래퍼이지만 그는 처음부터 사진을 찍고자 하진 않았다. “너는 의사가 돼야 해” 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의학 및 인간생물학을 전공하였으나 이듬해 적성을 찾아 예술대학에 진학해 사진을 전공하였다. 이때 그를 사진으로 이끈 것은 바로 그의 초기 작품의 뮤즈가 되었던 ‘스킨헤드’ 족이다. 그들에게서 정형화 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한 그는 지금까지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에 도전하게 된다.

닉 나이트는 세상의 보이지 않는 틈을 보는 눈을 가졌다

닉 나이트 사진전은 총 여섯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단연 스킨헤드다. 스킨헤드는 짧게 깍은 머리를 뜻하는 말로 1960년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가리킨다. 1970년대부터는 그들이 형성한 노동자들의 하위문화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일상에 강하게 매료된 닉 나이트는 그들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자유로운 모습과 솔직한 감정을 사진에 포착했다. 스킨헤드의 거친 모습이 최고의 포토그래퍼를 탄생시킨 셈이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 모델, 뮤지션, 아티스트 등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이는 아이디 매거진의 에디터였던 테리 존슨의 의뢰로 시작된 작업으로 고전적인 촬영 방식에서 벗어나 닉 나이트의 독창적인 초상사진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여성을 상품화의 대상으로 보여주려고만 했던 당시 패션계의 보편적인 시선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3번째 섹션, 디자이너 모노그래프. 기존에 금기시되거나 소외되었던 장애, 차별, 죽음, 폭력 등의 사회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페인팅 & 폴리틱스는 4번째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잉크가 흡수되지 않는 특수 용지에 열과 수분 공급을 조절하여 잉크를 흘러내리도록 한 후 색을 덧입히고 다듬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구현해내 사진들과 3D 스캐너로 얻어낸 디지털 데이터를 프린트한 케이트 모스의 사진은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실험적 표현기법을 도입하여 주목받았다. 이 사진들은 5번째 섹션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 패션필름 섹션에서는 애니메이션, 비디오 콜라주 등을 접목시킨 최근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