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의 생활법률 토크] 과거 성폭력 피해 숨긴 아내, 이혼 사유 될까?
사회 곳곳에서 미투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요즈음.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미투 운동에 자신의 아내가 참여했다면? 수년간 부부로 살면서 과거 성폭력 피해 사실을 꼭꼭 숨긴 아내. 남편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글 이재만(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Q. 최근 제 아내가 미투 운동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마음도 아프지만 한편으론 수년간 이 이야기를 제게 숨긴 채 살아온 게 괘씸합니다. 하루하루가 괴로워요. 이 또한 이혼 사유가 되는지요?
A. 민법은 재판상 이혼 사유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40조). 이때 부정한 행위는 외형적으로 혼인의 순결성을 해치는 행위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내심적으로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행해져야 합니다. 따라서 아내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성폭력은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없어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대법원 1976. 12. 14. 선고 76므10 판결). 다만 실무상 남편과 성폭행 피해 아내의 부부싸움이 잦아져 결국 애정이 식은 관계로 인한 성격 차이 등 새로운 이혼 사유가 생기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Q.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것을 숨긴 채 저와 결혼했다면 이도 사기 결혼이라고 할 수 있나요?
A. 사기로 인해 혼인했을 경우 법원에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16조 제3호).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에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숨긴 채 혼인했을 때 이러한 사실을 상대방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으므로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 또한 정조는 배우자의 의무이기 때문에 혼인 전 성폭행 피해 외 다른 남자와 동거한 사실도 이혼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Q. 결혼 후에 일어난 일이라면 이 사건이 진짜 아내의 주장대로 성폭행이었는지 저 몰래 핀 바람, 불륜이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A. 불륜일 경우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기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불륜임에도 불륜 상대방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공개한다면, 현행 법상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위험도 있습니다. 형사처분을 감수하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불륜이 남편에 의해 드러난 경우 성폭행 피해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스스로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경우는 불륜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Q. 아내의 과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결국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아내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자신의 의사에 반해 성폭력을 당한 경우 아내의 귀책사유가 인정되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위자료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재산 분할과 아이들 양육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혼 시 재산 분할 청구 및 양육자 지정 청구의 경우 이혼에 대한 귀책사유의 유무와 관계없습니다. 다만 혼인 해소를 전제로 인용될 것이므로 재판상 이혼 사유가 인정될 수 없는 이 사안의 경우 협의이혼이 이뤄진 경우에만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글 이재만 변호사
법무법인 청파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KBS <사랑과 전쟁>부부클리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