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넘어 시대의 등불, 김수환 추기경 87세로 선종(善終)
실천하는 양심, 진정한 사랑을 가르치고 떠나다 종교 넘어 시대의 등불, 김수환 추기경 87세로 선종(善終) | ||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었던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지난 2월 16일 서울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가톨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을 안고 태어나, 87년 생애를 신앙 속에서 살다 간 김 추기경은 지난해 9월 노환으로 입원한 취재_ 김재우 기자 사진_ 서울신문 DB,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독재와 강자의 불의에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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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1일, 서울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한 김수환 추기경. 이미 그 이전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상황이었다. 입원 20여 일 만에 한 차례 위기를 겪었던 김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4일 병세가 갑자기 악화됐다. 기관지염으로 가래가 찼고, 잘 뱉어내지 못했다. 호흡곤란 때문에 혈액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의식까지 잃을 정도였다. 김 추기경은 이 상황에서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리고 11월과 12월 말에도 위기가 찾아왔지만 김 추기경은 늘 극적으로 회복하고, 성탄절 미사 때는 두 시간 이상을 앉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지막 위기 이후 기력이 극도로 저하돼 선종을 서서히 예고했다. 선종 3주 전부터 아예 침대 위에서 내려오지 못한 김 추기경은 선종 하루 전날, 주치의와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정신만은 놓지 않으려 했다. “많이 힘드시죠”란 물음에 추기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는 것. 그리고 오후 6시가 넘어 추기경은 무거운 삶의 십자가를 내려놓았다. 마지막 표정은 평온했다. 산소호흡기와 심폐소생술, 진통제도 없이 스스로 숨을 내쉬다가 온전한 정신으로 주어진 삶을 고요히 마친 것이다. 유언에 따라 선종 30여 분 만에 안구를 기증하기 위한 적출수술이 시작됐다. 여섯 개의 근육과 시신경을 절단하는 큰 수술이었지만 40여 분 만에 끝이 났다. 2001년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각막 상태는 매우 좋았다. 안구가 없는 자리에는 의안(義眼)으로 대신했다. 추기경의 각막은 두 사람에게 이식이 됐다. 기증 받는 사람의 기준은 없었다. 순서에 따라 누구한테 이식됐는지는 비밀이다. 이 또한 김 추기경의 뜻이기도 하다. 밤 9시. 신부와 수녀 20여 명이 병실에 모였다. 영면한 김 추기경의 침상 주변에서 조촐한 사망 미사를 열었다. 평소 미사를 집전할 때 입었던 제의를 다시 입은 김수환 추기경. 하나 이제 김 추기경은 미사를 올리는 대신 평온히 두 눈을 감았다. 밤 9시 15분. 하얀 천으로 덮인 추기경의 시신이 병원을 나서고 곧이어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신도들은 마지막으로 추기경의 발끝이라도 닿아보겠다며 손을 뻗으며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했다. 신도들의 슬픔을 뒤로하고,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은 성당 제대 앞 유리관에 안치됐다. 2월 20일 오전에 거행된 장례미사 이후 김 추기경은 경기도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 안장되었다. 이날 치러진 장례미사는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삶을 시작하는 이를 위한 파스카적 성격, 즉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했다. 가톨릭 교회는 인간의 삶이 죽음으로써 완전히 끝나고 허무해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서는 영원한 삶이 있음을 믿는다. 이것이 가톨릭 교리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부활 신앙’이다. | ||
# 교회의 높은 담을 헐고 사회 속에 교회를 심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