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권상우·T.O.P·김승우 세대를 아우르는 네 남자의 4色 매력

2010-06-14     매거진플러스

스타일리시함에서 뿜어져나오는 강인함
차승원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포화 속으로’, ‘아테나 : 전쟁의 여신’ 등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마다 이름을 올리고 있는 차승원.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특유의 연기를 펼치는 그는 현재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날로 진화하는 연기 인생에 밑바탕이 된 좋은 인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혼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좋은 배우들을 만났기 때문에 저 역시도 좋은 연기가 저절로 나오게 된 거죠.”
한때 코믹한 이미지로 충무로를 사로잡았던 그이지만, 지금은 코믹, 멜로, 스릴러, 사극까지 섭렵하고 있다. 영화 ‘포화 속으로’를 통해 전쟁영화에 도전한 그는 극중에서 포항으로 진격하는 북한군 대장 박무량 역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다음 드라마까지 세 작품 연속으로 악역을 하게 됐어요. 적군의 수장을 미화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전쟁에서 희생됐던 군인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부각될 것 같아요.”
최근 몇 년간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해온 그는 이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 고르는 법을 터득한 듯하다. 어느 작품에서 그를 만나든지 간에 ‘차승원’이 아닌 극중 캐릭터의 모습만 보이기 때문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을 지닌 그의 모습에서 배우로서 남다른 열정이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배우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건 이미지예요. 내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생긴 대로 연기하고 생각한 대로 가야 하는 것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제일 나다워 보이기 때문에 만족스러워요.”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연기
권상우

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권상우. 그동안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 사업가로 바쁜 나날을 보내왔지만 배우로서 그의 매력은 여전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소년원 대신 전쟁터를 택한 가짜 학도병 구갑조 역을 맡았다.
“극중에서 T.O.P이 맡은 역할과 제 역할이 동갑인 설정이에요. 실제 나이 때문에 하마터면 캐스팅이 안 될 뻔했죠(웃음). 하지만 영화를 시작하고 나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더라고요.”
삼십 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교복을 입은 모습이 여전히 잘 어울리는 권상우. 이번에 그와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권상우가 교복 입고 찍은 영화치고 성공 안 한 작품이 없다”며 그의 흥행 징크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그는 흥행력뿐만 아니라 연기력을 갖춘 배우이다. ‘포화 속으로’의 이재한 감독은 그를 두고 “다양한 경험이 많아서인지 다이내믹하면서도 슬픔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권상우는 “함께한 배우들이 있었기에 이번 작품이 더욱 빛났다”고 대답한다.
“영화 촬영 내내 김승우, 차승원 선배님과 함께해서 든든했어요. 데뷔할 때처럼 잃을 것 없다는 기분으로 할 수 있었죠. 그래서인지 마음도 가벼웠고 촬영장 분위기도 너무 편했어요.”
최근 사업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권상우는 한 인터뷰를 통해 지금의 활동에 대한 모든 공을 아내인 손태영에게 돌렸다.
“결혼 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모든 것이 아내 덕분이죠.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지만 틈만 나면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가려고 노력해요. 평소에는 집안일을 못 도와줄 때가 많아 여행을 가면 설거지는 무조건 제가 다 합니다(웃음).”
혼자일 때보다 둘, 둘보다 셋이 되어 더욱 행복하다는 권상우. 한층 안정된 모습으로 돌아와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하는 그의 모습이 유난히 빛나 보인다.


소년의 경계를 넘어선 남자의 매력
T.O.P  

아이돌 그룹 빅뱅의 래퍼로 많은 소녀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T.O.P. 배우의 옷을 입으면서 요즘 그는 본명인 최승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킬러를 연기했던 그는 바로 다음 작품인 영화 ‘포화 속으로’에서 주연의 자리를 꿰찼다. 연기력을 검증 받을 기회가 적었음에도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어서인지 몇몇 사람들은 그의 연기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리스’ 때부터 함께한 김승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아이리스’ 당시 승현이에게 주어진 캐릭터는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인물이라 연기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함께하면서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에는 정말 캐릭터에 녹아들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T.O.P은 ‘포화 속으로’에서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 역을 맡았다. 71명의 학도병을 이끄는 중대장이지만 아직 어머니의 품이 그리운 소년의 감성도 엿볼 수 있다. 영화의 상당부분이 전쟁신이다 보니 그는 예상외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전쟁영화이기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어요. 하지만 그만큼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찍을 수 있었죠. 이번 영화를 계기로 한층 더 성숙해진 걸 느껴요.”
지난 몇 달간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면서도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을 그를 생각하니 지금의 모습이 겸손함으로 다가온다. 소년의 얼굴부터 강인한 남성의 매력까지 두루 갖춘 그는 이제 아이돌 스타의 티를 모두 벗어버린 듯하다.
“젊은 나이에 열심히 일하고 즐겼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특히 이번 작품은 많은 고민을 하고 최선을 다했기에 여러분에게 자신 있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철저한 연기 속에 담긴 따뜻한 감성
김승우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쌍칼 역으로 데뷔한 김승우. 지난 20년간 여러 작품활동으로 대중에게 신뢰를 받아온 그는 최근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중년 연기자로서 자리를 굳혔다. 그는 영화 ‘포화 속으로’에서 참혹한 전쟁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향한 따뜻한 애정을 지닌 국군장교 강석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추운 겨울 날씨에 폭파장면이 계속되다 보니 나중에는 무섭기까지 했어요.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죠. 하지만 감독님과 후배 연기자들과의 환상적인 호흡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힘든 영화 촬영 속에서도 그가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자로서의 욕심뿐 아니라 늘 힘이 되어주는 가족 덕분이기도 하다. 김남주와 결혼한 지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든 그는 벌써 두 아이의 아빠다. 최근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결혼 이후 달라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보다는 아이와 아내가 늘 중요해요. 제 사랑을 100%로 계산한다면 라희 30%, 찬희 30%, 남주 30%, 나 10%예요. 저도 배우니까 아무래도 제 관리는 약간 해야겠죠(웃음)?”
그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오히려 더 사랑받으며 활동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덕분에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연기관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가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부드러움이 있는 ‘선(線)의 연기’를 했다면, 앞으로는 ‘각(角)의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능 프로그램 MC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배우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 그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 앞으로 10년, 20년 후까지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은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