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스>, <택시운전사>, <허스토리> 등 실화 영화 속 이타주의자들

2018-08-27     전해영 기자

 

지난 광복절에 개봉한 <카운터스>가 혐오와 차별에 맞선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들 이야기로 진한 감동을 선사한 가운데, 이들 못지않은 실화 영화 속 이타주의자들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첫 주인공은 <택시운전사>의 ‘위르겐 힌츠페터(피터)’(토마스 크레취만)와 ‘김만섭’(송강호)이다.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만섭은 거금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곳으로 향한다.

언론 통제로 철저히 고립된 광주의 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잠입, 광주의 참혹한 현장을 알린 피터와 처음엔 돈 때문에 길을 떠났지만 곧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만섭의 모습은 관객에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혼란스럽고 위험할 수도 있는 이들의 여정이 비장한 사명감이나 신념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는 인간의 지극히 기본적인 도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를 청구했던 관부 재판을 다룬 영화 <허스토리>의 주인공 ‘정숙’(김희애)도 ‘만섭’처럼 처음에는 우연한 계기로 사건에 뛰어든다. 부산의 성공한 여행사 사장 정숙이 일본인 대상 기생 관광이 발각돼 영업정지를 받는 것.

이후 친구의 권유로 비어 있는 사무실에 위안부 신고 센터를 열고, 대책 협의회 회장까지 맡은 정숙은 가사 도우미로 일하던 ‘정길’(김해숙) 또한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순간 정숙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된다. 

결국 정숙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6년 동안 일본을 오가며 관부 재판을 이끈다. 그렇게 집착하던 사업이 어려워져도 할머니들을 놓지 않는다. 이러한 정숙의 변화는 승소를 끌어내며 타인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증명해낸다.

마지막 주인공은 <카운터스>의 주인공 일본 시민운동단체 ‘카운터스’. 카운터스는 2013년 점차 과격해지고 극으로 치닫던 혐한시위의 확산을 막아내고, 일본의 여론을 환기시키며, 국제적인 연대를 도모하고 일본 시위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단체다.

재일 한국인을 비롯한 사회 내 소수자에 쏟아진 혐오와 차별에 맞서기 위해 대신 나선 이 이타적인 일본 시민들은 SNS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조직적으로 대응해 일본 최초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이뤘다.

카운터 운동이 만들어낸 새로운 대결 구도 또한 주목할 만하다. 재일 한국인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재특회 중심의 ‘혐한시위대’ 대 ‘반혐한시위대 카운터스’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고, 이를 ‘인종차별주의자’ 대 ‘일본 사회’의 구도로 바꾸어 혐오 세력을 제압해 나간 것이다. 나아가 일본이 재일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 필리핀인, 기타 외국인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임을 알리며 인종차별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Queen 전해영 기자]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