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07

2020-01-28     김도형 기자
사진작가

 

아침에 좀 재밌는 일이 있었어

상암동 내 집 앞에는 편의점이 있는데 거기서 알바하는 사람들이 약 칠 팔명 돼

나는 그 가게에서 커피를 자주 사마시는데 커피를 내리는 잠깐의 순간에 알바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지

중국에서 유학온 준민이, 군대 갔다와서 복학을 앞둔 학생, 그리고 내또래의 아저씨와는 특히 많은 얘기를 나눴어

마이클 케나라는 사진작가가 찍어서 발표한 중국 황산의 사진을 보고 나도 언젠가 꼭 황산에 가서 사진을 찍어 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준민이가 중국에 있을때 황산에 가본적이 있다 하여 황산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

군대 제대후 복학을 앞둔 친구에게서는 취직을 위한 스펙 등의 얘기를 나눴어

내 딸이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나도 그런 정보를 좀 알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

그리고 내 또래 아저씨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잠깐씩 알바를 하는 분이셔

한참 젊게 봤는데 오늘 물어보니 나하고 네살 밖에 차이지지 않더군

토요일이나 일요일 새벽에 촬영을 나서면서 커피를 사러가면 꼭 그 분이 계셔서 자연히 내가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게 되었지

그런데 오늘 아침 커피를 사러 갔더니 그 분이 인스타 망원경 얘기 잘 읽었습니다 라고 하는거야

더 나아가 그 분도 어릴적에 소년잡지에 나온 망원경의 광고도 봤다고 했어 그제서야 그 분이 나와 인스타 맞팔로우 상대라는 것을 깨달았지

소중한 인친들을 위해 더 재밌는 글을 써야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보는 아침이야

본론을 얘기해야 되는데 서론이 너무 길었네

얼마전에 에세이에 쓸 옛날 사진을 찾으면서 누님의 앨범을 발견했는데 그 속에 위사진이 있더군

내가 저렇게 귀여울 때가 있었나 아마도 저 사진이 내가 제일 어릴때 찍힌 사진같아

누가 찍었는지 참 잘찍었어 어떤 카메라로 찍었는지 모르지만 꽤 선명하군

누님과 내가 앉아서 포즈를 취하고 있고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저 둑에서 있었던 또다른 망원경 얘기가 있어

아마 여름날이었지 싶은데 내 동무들과 냇가로 수영 아니면 낚시를 가던길 이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저 둑에서 측량기사 두사람이 측량을 하고 있는 거야

한사람은 멀리서 눈금이 새겨진 나무판을 들고 있고 한사람은 삼각대에 장착된 뭉퉁한 망원경을 보고 있었지

다른 동무들은 가던 길을 가고 있었고 나는 그자리에 서서 한참 구경을 했어

측량을 궁금해 한것이 아니라 오로지 관심은 그 망원경 그 망원경에 있었던 거지

내가 넋을 놓고 보고 있으니 마침내 그 아저씨가 잠깐 망원경을 보여 주셨어

와!
그 망원경의 배율은 6800원짜리 내 망원경과 비교가 되지 않았어

멀리서 다른 아저씨가 들고 있는 나무판의 숫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보일 수가 없었지

나는 그때 망원경이라는 것이 무조건 길다고만 해서 배율이 높은 것이 아니구나

구경이 짧아도 렌즈의 구성과 조합으로 얼마든지 높은 배율의 망원경을 만들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지

이 자리를 빌어 그 바쁜 와중에도 내게 망원경을 보여주신 그 측량기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

그 당시의 시점부터 내 관심은 망원경에서 카메라로 넘어 가는데 그 얘기는 다음에 할께